IBM, 세계 최초 1나노 이하 칩 기술 공개

IBM이 24일(현지 시각) 공개한 1나노미터 이하 노드 웨이퍼(IBM's sub-1 nm node wafer)/IBM 미국의 IT 기업 IBM이 세계 최초로 1나노(nm·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공정 기술을 공개했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전력 소모를 최대한으로 줄이면서 컴퓨팅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 제작에서 기술적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IBM ‘1나노’ 기술 공개IBM은 세계 최초의 ‘1나노 이하’(sub-1㎚) 칩 기술인 0.7나노(7옹스트롬)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현지 시각) 밝혔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2나노급 공정 상용화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IBM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미세한 1나노 이하 반도체 기술을 제시한 것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나노는 공정의 미세함을 나타내는 단위다. 숫자가 작을수록 더 정교한 공정이다.반도체는 내부 연산 소자인 트랜지스터를 얼마나 더 작고 촘촘하게 집적하는지에 따라 성능이 결정된다. IBM은 “손톱만 한 칩에 약 100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해 2021년 우리가 세계 최초로 발표한 2나노 칩보다 2배의 밀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핵심 기술은 ‘나노스택’ 아키텍처다. 반도체 미세화가 기존에는 트랜지스터를 평면 위에 좀 더 촘촘히 배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면, 나노스택 아키텍처는 소자를 좌우뿐 아니라 위아래 방향으로 겹겹이 적층해 집적도를 높이는 새로운 구조다. 3차원 설계 기술로 필요에 따라 어긋나게 배치하거나, 서로 다른 반도체 소재를 조합해 배치할 수도 있다. 같은 크기의 정사각형 땅(칩)에 집(트랜지스터)을 더 많이 넣고 싶다면 단독주택 대신 3층짜리 아파트를 세우는 것과 같다. 층을 더 쌓으면 같은 땅에 더 많은 가구를 수용하지만 설계·건축 난이도와 비용이 올라간다. 나노스택 역시 집적도와 효율은 오르지만 제조 복잡도와 공정 제어 요구가 커진다.IBM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칩은 ‘2나노 공정 칩’보다 연산 성능은 50%, 메모리(S램) 공간 효율은 40% 향상됐다. 전력 효율은 최대 7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이 때문에 고대역폭과 높은 데이터 처리 능력을 요구하는 AI 워크로드(AI를 돌리기 위해 필요한 컴퓨팅 작업 묶음)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AI 워크로드에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에서 지연 없이 빠르게 이동시키는 것이 필수다. 또 전력 효율이 높아져 AI 인프라 운영에 수반되는 막대한 전력 소모 비용을 줄일 수 있다.AI 맞춤형 특화 칩 설계도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3차원으로 쌓고 서로 다른 소재를 조합할 수 있어 AI 연산에 최적화된 칩 구조 설계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IBM은 “칩 설계자들이 AI 앱이나 데이터 처리 목적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고성능 AI 전용 칩을 훨씬 더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IBM은 이르면 5년 뒤 이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IBM은 “나노스택이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바일 칩 등 모든 영역에서 쓰일 수 있는 범용 기술”이라며 “이는 앞으로 10년 이상 반도체 산업의 확장을 이끌어갈 새로운 디바이스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에 공개한 0.7나노미터(7옹스트롬) 기술을 시작으로 5옹스트롬, 3옹스트롬을 거쳐 궁극적으로 1옹스트롬 노드까지 미세화를 이어간다는 계획도 공개했다.◇반도체 지각변동 올까IBM은 과거 칩 설계부터 생산 공장까지 보유한 종합 반도체 기업이었지만, 2015년 전후 제조에서 철수하며 사실상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이 됐다. 현재는 일본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와 협력 중이다.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은 TSMC가 사실상 주도하고 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후발 주자로 있는 가운데 그간 일본 라피더스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IBM이 차세대 칩 기술을 공개하면서 라피더스가 기술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다만 IBM은 이 같은 기술 양산을 위해 어떤 기업과 협력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제이 감베타 IBM 리서치 총괄 사장은 사전 기자 간담회에서 “앞으로 이 기술을 어떻게 산업화할지 고민해 나갈 예정”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IBM이 양자칩 전용 파운드리인 앤더론 설립 계획도 발표한 만큼 반도체 제조까지 직접 주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다만 이번 발표가 양산 가능한 칩 공개라기보다 미래 공정의 방향성을 제시한 연구·개발 단계의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2021년 IBM이 세계 최초 2나노 테스트칩을 공개했을 때도 2024년 말 생산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실제 대량 양산은 지연됐다. IBM과 기술 협력을 맺은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1나노 이하 기술 역시 단기간 내 상용화보다는 차세대 공정의 방향성을 제시한 연구·개발 성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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