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 ‘초과 세수’ 대신 ‘추가 세수’로 용어 바꾼 정부…....
올해 반도체 호황으로 세금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걷히기 시작하자 이를 정부는 ‘초과 세수’라고 불렀다. 나라 살림살이의 기본 법률인 국가재정법에 있는 ‘초과 조세 수입’을 축약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그런데 최근 들어 정부는 ‘초과 세수’ 대신 ‘추가 세수’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에서 “추가 세수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 중에 성장 잠재력 확보를 위해 창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큰 부분”이라고 했다. 이후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가 잇따라 ‘초과 세수’ 아닌 ‘추가 세수’라고 말하고 있다. 어떤 차이가 있기에 용어를 변경한 것일까?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靑 “한해 전망보다 많으면 초과 세수, 장기 추세보다 크면 추가 세수” 청와대 관계자가 6일 두 용어의 차이를 설명하는 문자 메시지를 출입 기자단에게 보냈다. 여기에서 “‘초과 세수’는 단일회계연도 세입예산 전망치 대비 초과분을 의미하며, ‘추가 세수’는 세입 장기 추세 대비 초과분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호황 등에 따라 세수가 향후 수년 동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가 세수가 보다 정확한 용어”라고 했다.국가 재정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도 비슷한 설명을 하고 있다. 새로운 용어로 쓰고 있는 ‘추가 세수’는 과거 수년 평균 세입 증가율을 넘는 규모의 세금을 뜻한다는 것이다. 다만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장기 추세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잡을 지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조세 수입의 장기 추세가 얼마이고, 이 추세를 얼마나 넘어서야 추가 세수라고 부를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기준은 아직 없다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지출 대상·순서 제약된 초과세수 개념 피하려는 것 아닌가"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정부가 국가재정법에 규정된 ‘초과 세수’ 지출 대상과 순위에 대한 제약을 피하려고 ‘추가 세수’라는 용어를 새로 만든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그 해 예상되는 초과세수’로 세계잉여금이 발생하면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상환 ▲국채 상환 순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 지출 대상과 순위가 엄격하게 규정돼 있는 것이다.올해 반도체 호황으로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을 ‘초과 세수’가 아닌 ‘추가 세수’라고 규정한다면 국가재정법상 지출 대상과 순위에 대한 제약을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추가 세수’로 ▲3대 메가 프로젝트 지원 ▲K자형 양극화 대응 ▲2030 청년을 위한 주거·창업·일자리 지원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또 초과 세수는 개념상 예산 편성 과정에서 내년도 조세 수입을 잘못 예측했다는 측면이 있다. 추가 세수라는 다른 용어를 쓴다면 기획예산처 입장에서는 조세 수입 예측을 잘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초과 세수라는 말은 ‘정부 재정이 남아돈다’는 뜻이 아니라, ‘정부가 예측을 잘못해서 세금이 더 들어왔다’는 의미”라며 “추가 세수라는 개념도 명확히 정의하고 쓰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SK 등 우리나라 수출 대기업이 3년 이상 세수 풍년을 가지고 오는 상황은 되어야 초과 세수이든 추가 세수이든 활용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