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칼럼] 보이지 않는 전장, 전파가 우주 패권을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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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칼럼] 보이지 않는 전장, 전파가 우주 패권을 설계한다 김종필 LIG D&A 위성탑재체연구소장 우리는 오랫동안 우주를 '공간(空間)'으로 이해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주는 더 이상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다. 우주는 그 공간 안에 인공물체를 인위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고도별 궤도, 그리고 무엇보다 주파수(전파 스펙트럼)라는 보이지 않는 유한한 자원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새로운 영토다. 전장은 이미 지상과 해상, 공중을 넘어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장의 본질은 눈에 보이는 위성이나 발사체, 이를 관리하고 이용하는 지상체에만 있지 않다. 탐지·추적을 통한 감시정찰, 통신을 통한 지휘통제까지 모든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전파', 그 자체가 전장의 우위권 및 작전의 속도를 결정하고 있다. 우주 기반 감시정찰(ISR), 미사일 경보, 위성통신 체계는 모두 전파자원에 의해서 작동한다. 특히, 전파를 활용한 감시정찰 기술인 합성개구레이더(SAR)는 기상과 주야를 초월해 지표를 관측할 수 있는 기술로, 현대 전장에서 중요한 '눈'의 역할을 수행한다. SAR 특성상 방위 해상도를 높일수록 관측 폭이 좁아지는 물리적 한계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HRWS'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HRWS는 다중 채널 수신, 디지털 빔포밍, 능동위상배열안테나(AESA) 기술을 결합해 고해상도와 광역 관측을 동시에 구현한다. 단순한 성능 향상이 아닌 전장의 상황 인식 자체를 바꾸는 기술적 도약이다. HRWS 기술은 독일을 중심으로 개발돼 세계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분야로, 국내에서도 관련 사업과 기술 축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기술개발, 관련사업들이 준비·진행 중에 있으며, LIG D&A 도 핵심기술 개발에 참여하며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능동위상배열안테나(AESA)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AESA 기반 다중 빔 형성, 전자적 빔 조향, 적응형 운용 능력은 제한된 스펙트럼 환경에서 보다 좋은 탐지성능 확보와, 필요시 통신, 전자전을 동시에 수행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게 한다. TR 모듈과 반도체 기술 역시 중요하다. 우주에서 사용을 위해서는 시스템 성능지표에 직접 연관되는 출력, 효율, 열관리, 집적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우주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우주 기술의 본질이 드러난다. 지상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장비와, 우주에서 수년간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장비는 전혀 다른 문제다. 즉, 우주 경쟁은 단순히 첨단 시스템을 설계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극한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도록 구현하는 설계·제작기술이 경쟁력이다. 위성 탑재체, SAR 센서, 위상배열 안테나, 통신 시스템은 수많은 전기전자·기계 부품이 정밀하게 결합된 집합체다. 그러나 우주에서는 단 하나의 부품 결함도 전체 임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규격을 만족하는 제품을 넘어 방사선 환경을 견디는 내성, 극한 온도 변화 대응 능력, 긴 수명을 보장하는 신뢰성 데이터, 그리고 추적 가능한 품질 관리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부품 선별, 환경시험, 수명평가, 고장 메커니즘 분석, 공급망 관리까지 포함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제조 공정 역시 정밀 조립, 청정 공정, 열·진동 검증, 전자파 적합성(EMC), 환경시험과 품질 데이터 관리까지 연결되는 제조 전 과정이 결국 우주 시스템의 신뢰성을 완성한다. 전파로 작동하는 우주 체계의 경쟁력은 신뢰성 있는 우주부품과 공정의 완성도 위에서 만들어진다. 저궤도 군집위성과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 확장은 우주를 '희소 자원의 공간'에서 대량 생산과 신속한 공급 능력이 요구되는 산업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단일 시제품의 성능을 넘어 고성능과 고신뢰성을 유지하면서도 빠르게 생산하고 반복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다. 설계 능력뿐 아니라 부품선정능력, 공급망 안정성, 제조 공정 내재화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제 우주공간에서의 전파는 세 가지 층위에서 재정의된다. 전파는 기술이다. 전파는 산업이다. 그리고 전파는 전략이다. 그 전략은 전파에 대한 활용권, 확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전파를 실제 전력으로 바꾸는 부품, 공정, 품질, 신뢰성까지 갖출 때 비로소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이다. 우주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이미 우리는 전파로 연결된 우주 환경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질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전파가 전장우위 구조를 결정하며 그 전파를 현실의 전력으로 만드는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부품과 공정, 그리고 신뢰성 바탕위에 실현된다고 생각한다. 전파를 활용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전파를 설계하고, 구현하고, 지배할 것인가. 우주급 부품과 제조 역량까지 갖춘 국가만이 다가오는 우주 시대의 진정한 패권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김종필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연구소장 jongpilkim@ligd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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