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조 단위 상생경쟁...'낙수율 10%' 전략 차별화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이 6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1·2·3차 협력사 상생협약 체결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최지원 기자LG그룹이 상생결제 '낙수율 10%'를 그룹 차원의 협력 핵심 지표로 앞세웠다. 앞서 삼성·SK 등 주요 그룹의 상생협력이 직접적인 협력사 지원 규모와 금융지원 확대에 무게를 둬온 것과 대조를 이룬다. LG는 대기업이 1차 협력사에 지급한 상생결제 대금이 2차 이하 협력사까지 실제로 얼마나 전달되는지를 전면에 부각했다.LG는 이를 통해 상생결제 대금의 하위 협력사 전달 비율을 국내 기업집단 중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그간 대기업의 상생협력이 직접 거래 관계에 있는 1차 협력사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온 만큼 이번 협약은 공급망 하단의 중소 협력사까지 자금 흐름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1차 넘어 2·3차 협력사까지 결제 안정성 확대LG는 6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공정거래위원회, 1·2·3차 협력사와 함께 'LG-1·2·3차 협력사 상생협약 체결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과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7개 계열사 CEO,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 협력사 대표와 임직원 등 170여 명이 참석했다. LG는 이번 협약을 통해 LG 공급망에 속한 1·2차 협력사 기준 1300여개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핵심은 상생결제 '전달률'을 높이는 것이다. 상생결제는 대기업의 신용을 바탕으로 협력사가 납품대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결제 수단이다.국내 제조 업계에서 1차 협력사는 대기업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평균 10일 이내에 대금을 회수한다. 하지만 2차 이하 협력사는 대금 지급에 최대 100일 이상 소요되는 격차가 지속돼 왔다. 대금 비지급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대기업과 직접 계약 관계가 있는 1차 협력사에는 결제 안정성이 제공되지만 그 아래 단계로 내려갈수록 자금 회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구조다.이에 LG는 1차 협력사 대상 현금성 결제 비율 100%를 유지하기로 했다. 동시에 1차 협력사에 지급한 상생결제 대금 중 최소 10% 이상이 2차 이하 협력사로 이어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상생결제가 1차 협력사의 유동성 개선 장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2·3차 협력사의 자금 안정 장치로 확장되는 셈이다.상생결제 낙수율은 대기업의 상생 지원이 하위 협력사까지 실제로 전달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별 평균치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1차 협력사가 받은 상생결제 대금이 2차 이하 협력사로 다시 이어지는 활용률이 아직 미비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의 결제 안정성이 1차 협력사에서 멈추지 않고 하위 협력사까지 확산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두 자릿수 낙수율은 공급망 하단까지 결제 관행을 확산시키는 실질적 성과 지표로 평가된다.LG 내부에서도 상생결제 낙수율은 이미 주요 관리 지표로 자리 잡아 왔다. 특히 LG전자는 계열사 중에서도 상생결제 제도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 꼽힌다. 반도체 공세 속 '낙수율' 지표 선택한 배경최근 재계에서는 삼성과 SK도 잇따라 1·2·3차 협력사 상생협약을 체결하며 대규모 금융·기술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삼성은 3조5000억원 규모의 상생·ESG 펀드를, SK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5년간 1조4000억원 규모의 상생 자금을 각각 앞세웠다. 여기에 SK는 6800억원 규모의 그룹 공통 동반성장펀드 지원 대상을 2·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기로 했다.삼성과 SK가 조 단위 지원 규모와 반도체 공급망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뒀다면 LG는 지원 총액보다 대기업이 지급한 납품대금이 하위 협력사까지 실제로 도달하는 비율을 핵심 지표로 제시했다. 대규모 자금 투입 경쟁보다 기존 결제망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상생 전략을 차별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금액 기준으로도 파급력은 작지 않다. 협약에 참여한 LG 7개 계열사가 지난해 상생결제를 통해 1차 협력사에 지급한 대금은 13조5000억원 규모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지급될 경우 낙수율 10% 기준 약 1조3000억원이 LG 계열사의 신용을 기반으로 2차 이하 협력사에 전달된다.아울러 LG는 상생결제 활용을 늘리기 위해 1차 협력사에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상생결제를 적극 활용하는 협력사에는 정기 평가 가점과 금융 지원 등을 부여해 2차 이하 협력사로의 대금 지급을 유도한다. 이날 우수사례로 소개된 LG전자 1차 협력사 미래코리아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지급받은 납품대금 342억원 전액을 어음 없이 상생결제로 2차 협력사 15곳에 전달했다.동반성장펀드도 하위 협력사 지원에 더 많이 배정된다. LG는 9000억원 규모로 운영 중인 동반성장펀드 가운데 10% 이상을 2차 이하 협력사에 지원하기로 했다. 동반성장펀드는 협력사가 금융기관에서 운전자금이나 시설자금을 빌릴 때 금리 부담을 낮추는 금융 지원 장치다. LG는 이와 함께 협력사 임직원 전용 복지몰도 개방해 복리후생 격차 완화에도 나설 계획이다.하범종 사장은 "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LG의 경쟁력이며, 협력사의 성장이 곧 LG의 성장"이라며 "이번 협약을 기점으로 상생결제를 확산하고 2차 이하 협력사 지원과 공정거래 기반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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