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도, 결제도 사라진 텅 빈 매장…남은 직원들은 생계 걱정

‘회생절차 폐지 결정’ 그 후냉장고 속엔 프라이팬들이…무인 계산대는 ‘멈춤’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 육류 등 식품 코너에 6일 프라이팬 등이 진열돼 있다(왼쪽 사진). 합정점에는 무인 계산대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효빈 기자과거 서울 매출 1위 월드컵점도 신선식품 진열대엔 프라이팬들 입주업체들 대금 미정산 우려해 매장 철수하거나 카드 결제 중단 직원 “근무 지침 없어” 무력감 법원이 제시한 2주 기다리는 중“미역 사려고 했는데 카드 결제가 안 된다길래 반품했어요. 신선식품도 하나 없고 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네요.”6일 서울 성북구 홈플러스 월곡점에서 만난 정혜영씨(52)가 말했다. 법원이 지난 3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자 일부 카드사는 이날부터 홈플러스 카드 결제를 중단했다. 정씨는 “홈플러스가 없어지면 온라인을 이용해야겠지만 좀 서운하다”며 “계속 계시던 직원분들도 안 보인다”고 했다.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내려진 지 나흘째인 이날 경향신문이 찾은 서울 월드컵점·합정점·남현점·월곡점·서울상봉점 등은 손님들의 발길이 거의 끊겨 한적했다. 매대 대부분은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PB)인 ‘심플러스’ 상품으로 채워졌다. 치즈 코너에는 텀블러, 그릇 등이 진열돼 있고, 신선상품 코너에는 밀폐용기가 놓여 있었다. 냉동만두가 있어야 할 냉장고에는 심플러스 냉동 블루베리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납품업체들이 상품 공급을 중단한 탓이다. 이미 공급된 납품업체 상품에도 판매 중지를 알리는 안내가 붙었다. 매점 입구에 붙은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구가 무색했다.장보러 온 사람들은 물건을 뒤적거리다 “살 게 없다”며 빈 카트를 끌고 발길을 돌렸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내려진 후 주말 사이 세일 물건이 빠지면서 재고가 더 줄었다. 합정점에서 만난 정희자씨(67)는 “가격이 싸서 살 게 있나 봤는데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한때 ‘서울 시내 매출 1위 홈플러스 매장’이었던 월드컵점을 찾은 이희지씨(23)는 “살 만한 물건이 없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없다. 냉장고에 프라이팬이 진열된 게 황당하다”며 “대형마트 중 하나인 홈플러스가 이렇게 쉽게 망하다니 싶다”고 말했다.상봉점에서 만난 70대 A씨는 “뭐 하나라도 사려고 왔는데 텅텅 비었다”며 “슈퍼가 근처에 있어 참 좋았는데 홈플러스가 망해버리다니…”라고 했다. 매장에선 “없는 게 없어요. 착한 가게 홈플러스~”라는 CM송이 흘러나왔다. 김미숙씨(62)는 “올 때마다 물건이 계속 없어진다. 오늘도 멸치를 사러 왔는데 하나도 없어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며 “내 집처럼 드나들고 보물창고처럼 여겼던 곳이라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매장을 지키는 직원들은 2주 뒤 상황을 내다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회생 기대감이 사라지고 무력감이 커진 분위기였다. 직원들은 당장 생계를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남현점·월곡점 직원들은 “근무를 언제까지 할지 정해지거나 들은 게 없다”거나 “(법원이 제시한) 2주 시한이 지나봐야 안다”고 말했다. 한 직원은 “안 그래도 지금 어떻게 될지 몰라 머리가 아프다. 해줄 말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일부 매장에선 무인 계산대 운영을 중단했다. 합정점 직원 B씨는 “무인 계산대는 인원이 없어서 닫아놨다”며 “최근 한 달 사이 (직원이) 많이 나갔다”고 했다. 다른 지점의 직원 C씨는 “사람도 없고 물건도 안 들어오니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다”며 “슬프다. 파산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닥치니 더 어지럽다”고 말했다.홈플러스 입주업체도 상황이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입주업체들은 회생절차 폐지 결정 전후로 판매를 중지하거나 홈플러스 단말기를 이용한 카드 결제를 중단했다.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정산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남현점의 한 입주업체 직원 D씨는 “사람이 거의 없어 유령매장 같다”며 “입주업체는 손님들이 장보러 왔다가 들르는 곳이니 더 힘들다”고 했다. 합정점에선 입주업체가 이미 매대를 정리하고 철수한 경우도 있다.홈플러스는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회생에 필요한 최소한의 운영자금 2000억원을 오는 20일까지 조달하지 않으면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2주 안에 자금을 마련하면 회생절차를 재개할 수 있도록 유예기한을 줬지만,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과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확정되면 90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전국 60여개 점포가 폐점 위기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안효빈 기자 been@kyunghyang.com 박민규 기자 mingyu01@kyunghyang.com 하주언 기자 e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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