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으로 본 K뷰티 전망과 과제

미국 점유율 8%…뷰티 ‘루틴’ 바꾸다‘K’ 간판 떼어내도 ‘선택받는 브랜드’로K뷰티의 성장세가 한때의 유행을 넘어 글로벌 소비자의 생활 습관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글로벌 K뷰티 콘퍼런스 2026’에서도 K뷰티가 미국 소비자의 스킨케어 루틴(매일 반복하는 피부 관리 순서)을 바꿔놓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매경이코노미가 K뷰티 업계 관계자·전문가 14명에게 산업 전망과 과제를 물었다. 그 결과 10명이 K뷰티 호황은 5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단서를 달았다. 성장세는 이어지겠지만, 앞으로는 브랜드 신뢰와 현지화, 품질 관리가 지속 성장의 관건이라는 점이다.미국 소비자의 루틴을 바꾼 K뷰티“호황은 5년 이상 이어진다”설문 결과부터 보면 낙관론이 확실히 우세했다. 14명 중 6명은 호황이 5~10년 지속될 것으로 봤고, 10년 이상 갈 것이라는 응답도 4명이었다. 3~5년을 점친 사람은 3명, 2~3년은 1명에 그쳤다. 응답자 3분의 2 이상이 최소 5년은 성장세가 이어진다고 본 셈이다.낙관론의 바탕에는 K뷰티 성장이 단순한 한류 소비나 한 번 반짝하는 바이럴(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지는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업계는 K뷰티가 신제품 기획, 빠른 제조, 온라인 확산, 해외 유통망을 한 몸에 갖춘 산업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한다. 신재하 에이피알 부사장은 “K뷰티는 강력한 산업 생태계를 갖췄고 선도 시장에서 경쟁 우위가 뛰어나다”며 “큰 대외 변수가 없다면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근거는 미국 시장 숫자에서 드러난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콘퍼런스 강연에서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은 약 8%로 추산된다. 2년 전만 해도 2% 안팎이었으니 침투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한국 화장품이 미국인의 ‘피부 관리 습관’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는 점이다. 에센스, 세럼, 선케어, 클렌징오일, 마스크팩처럼 미국 소비자가 예전엔 잘 쓰지 않던 제품군에서 한국 브랜드가 새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미국 소비자의 기초 화장품 사용 방식이 한국 화장품에 의해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수출 지역도 한곳에 쏠리지 않고 넓게 퍼지는 추세다. 일본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한국 비중은 이미 40%를 넘어섰고, 유럽 기초 화장품 수출 비중도 19%까지 올라왔다. 과거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일본·유럽·북미로 무게중심이 분산되고 있다.흥미로운 변화도 감지된다. 유럽 현지에서 K뷰티를 자기 식으로 재해석해 창업한 브랜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독일 베를린의 ‘예쁘다(YEPODA)’가 그 예다. 유럽인의 피부 고민에 맞춘 브랜드면서도, 한국 특유의 산뜻한 수분 제형과 스킨케어 순서를 그대로 입혔다. 엄인영 씨티케이 이사는 “K뷰티의 강점을 받아들이되 현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브랜드 메시지를 결합하면, 단순 판매를 넘어 또 다른 뷰티 문화로 발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에이피알, 달바글로벌 같은 대형 브랜드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3% 늘고, 영업이익률은 2%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ODM 업체와 용기 제조사도 같은 기간 매출이 15% 늘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물량이 늘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그 효과가 제조사와 포장재 업체 수익성까지 끌어올리는 구조다.이런 흐름은 기반 산업이 탄탄해진 결과라는 진단도 나온다. 표유미 씨앤씨인터내셔널 본부장은 “브랜드와 상품의 글로벌 확산을 뒷받침하는 인프라가 과거보다 훨씬 단단해졌다”며 “단순 제품을 넘어 다양한 뷰티 연계 산업의 글로벌 확산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석주미 실리콘투 상무도 “한류 확산과 제조 인프라, 마케팅 투자로 이어진 한국 화장품의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수출 국가까지 다변화하고 있어 앞으로 10년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지난 6월 16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한라홀에서 열린 ‘글로벌 K뷰티 콘퍼런스 2026’에서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K뷰티, 수출로 끝장 보다’란 주제로 강단에 섰다. (매경이코노미)K뷰티 2막을 여는 핵심 과제는품질·공급망·오프라인 삼박자호황을 이어가려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설문에서 가장 먼저 꼽힌 키워드는 ‘품질과 신뢰’였다.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커질수록, 작은 품질 문제 하나가 산업 전체의 신뢰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박은정 구다이글로벌 IR팀장은 “K뷰티 호황이 이어지려면 품질 이슈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공급망과 물류 비용도 변수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중동발 리스크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바닷길 위험은 여전하다. 홍해·수에즈 운하 우회 운항이나 호르무즈 해협(중동 원유의 주요 수송로) 봉쇄 우려 탓에 운송 기간과 운임, 용기·포장재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업계는 아직 생산 차질은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하반기로 갈수록 비용 부담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주시한다.박경희 한진 상무는 “호황이 이어지려면 다양한 판매 채널과 물류 지원은 물론, 수출입 규제와 관세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판매 통로, 즉 ‘채널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K뷰티는 그동안 아마존과 틱톡을 앞세워 온라인부터 파고들었다. 하지만 정작 미국 화장품 시장은 오프라인 비중이 여전히 60~75%에 이른다. 온라인 입소문만으로는 시장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세포라, 얼타뷰티, 코스트코 같은 대형 오프라인 매장으로 발을 넓혀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엄인영 이사는 “호기심에 한 번 사보는 단계를 넘어서면 비로소 반복 구매가 일어난다”며 “K뷰티가 평소에 늘 손이 가는 카테고리가 되려면 오프라인 매장 노출이 빈번해져서 브랜딩과 브랜드 세계관(브랜드가 전하는 고유한 이야기와 정체성)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한두 가지 히트 상품에 기대는 구조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미국 아마존에서 파는 저가 인디 브랜드는 대표 상품 하나가 전체 매출의 30~70%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 상품의 뒤를 받쳐줄 ‘넥스트 히어로(차세대 주력 상품)’를 키우는 일이 추가 성장의 열쇠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 분야에서 앞서가는 기업으로 에이피알을, 향후 기대를 모으는 곳으로 아모레퍼시픽을 꼽았다.‘K’라는 간판에만 기대선 안 된다는 조언도 새겨들을 만하다. 글로벌 기업과 현지 브랜드가 K뷰티식 성분과 제형, 패키지, SNS 마케팅을 순식간에 따라 할 수 있어서다. 일본 앳코스메(일본 최대 화장품 리뷰·정보 플랫폼)의 한국지사 글로우데이즈를 이끄는 공준식 대표는 “K뷰티라는 흐름이 커질수록 한국 브랜드만의 차별성은 오히려 옅어질 수 있다”며 “이제는 ‘K’라는 타이틀을 떼어내고도 그 자체로 완성된 브랜드로 선택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결국 지금까지가 빠른 기획과 입소문, 단품 히트로 달려온 1막이었다면, 2막의 과제는 분명하다. ‘잘 만드는 산업’에서 ‘오래 선택받는 산업’으로 올라서려면 현지 소비자 데이터와 안정적 공급망, 오프라인 채널, 브랜드 세계관이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는 “글로벌 소비자가 K뷰티를 발견하고 경험하고 구매한 뒤 다시 퍼뜨리는 흐름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지속 성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설문에 응답해주신 분들(가나다순, 총 14명)공준식 글로우데이즈 대표, 김성호 미니쉬치과병원 원장, 문성주 예스아시아 이사, 박경희 한진 상무, 박은정 구다이글로벌 IR팀장, 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 박찬재 품고 대표,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석주미 실리콘투 상무, 신재하 에이피알 부사장, 엄인영 씨티케이 이사, 유리나 이노우에 그레이스 일본사업부 과장, 최진호 한진 전무, 표유미 씨앤씨인터내셔널 크리에이티브솔루션 본부장[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5호(2026.06.24~06.30일자) 기사입니다][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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