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된 동탄이 증명했다…신도시는 일자리가 1순위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 여울동 '동탄역롯데캐슬' 전경 사진=한경DB 경기 화성 동탄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말 화성시 동탄구,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했습니다. 7월 1일부터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대출, 청약, 세제 규제가 강화됐습니다.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지정되면서 갭투자를 통한 매수는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겉으로 보면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 규제를 건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동탄의 사례를 단순히 규제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동탄은 직주근접이 왜 중요한지 보여준 대표적인 신도시입니다. 좋은 일자리가 있고, 그 일자리까지 쉽게 출퇴근할 수 있는 주거지가 있으면 실수요자는 움직입니다. 동탄이 바로 그 점을 증명했습니다.화성 동탄의 월간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은 올해 2월 0.78%에서 5월 1.57%로 상승폭이 커졌습니다. 용인 기흥구도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구리시는 5월 1.15% 올랐습니다. 구리시는 서울 전세난 속에 서울 접근성을 보고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가 붙은 지역입니다. 동탄과 기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장 접근성이 좋은 이른바 ‘셔세권’ 수요가 집값 상승의 배경으로 꼽혔습니다.특히 동탄은 반도체 기업 임직원 수요가 뚜렷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임직원의 소득 여력이 커졌고, 직장까지 셔틀버스로 출퇴근할 수 있는 입지에 실거주 매수세가 몰렸습니다. 여기에 규제지역 지정 전 투자수요까지 가세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그 출발점은 투기 수요가 아니라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살고 싶어 하는 실수요였습니다.도시는 결국 일자리입니다. 집만 많이 짓는다고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도시에 아무리 넓은 공원과 새 아파트를 지어도, 매일 먼 거리로 출퇴근해야 한다면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좋은 일자리가 먼저 들어오고 그 주변에 주거, 교육, 상업, 문화시설이 따라붙으면 도시는 스스로 성장합니다.1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에서도 자족기능을 갖추기 위해 업무용지를 넣었습니다. 하지만 업무용지만 있다고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기업이나 성장산업의 앵커 기업이 들어오지 않으면 협력업체도 따라오지 않습니다. 토지가 팔리지 않으면 결국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분양형 오피스로 바뀌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그렇게 되면 원래 계획한 자족도시는 멀어지고, 기반시설 부담만 커질 수 있습니다.일산신도시의 일부 업무용지에 주거용 오피스텔이 대규모로 들어선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업무용지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있었지만, 실제로는 주거 기능이 강해지면서 학교, 노유자시설, 생활 인프라 부족 문제가 뒤따랐습니다. 애초에 직장을 만들기 위해 계획한 땅이 주거 수요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변한 것입니다.판교테크노밸리는 반대 사례입니다. 판교는 단순히 아파트만 공급한 곳이 아닙니다. 정보기술, 게임, 바이오, 콘텐츠 기업이 집적되면서 수도권 남부의 대표적인 일자리 거점이 됐습니다. 경기도의 2025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1·2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은 1780개, 임직원은 8만3465명입니다. 이런 일자리가 있기 때문에 판교와 인근 주거지는 높은 수요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최근 성수동도 같은 흐름입니다. 크래프톤, 젠틀몬스터 등 성장 기업이 성수동으로 이전하거나 거점을 마련하면서 성수전략정비구역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과거에는 한강변 입지와 재개발 기대감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기업과 인재가 모이는 업무지구로서의 가치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주거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는 구조입니다.반대로 3기 신도시의 자족용지와 업무용지에는 우려가 남아 있습니다. 신도시를 계획할 때 블록 단위로 업무용지를 배치해도, 실제 대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규모와 조건이 맞지 않으면 분양형 지식산업센터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최근 지식산업센터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공실 부담이 커졌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도 쉽지 않습니다. 수요 없는 업무용지는 자족기능이 아니라 또 다른 공실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그래서 신도시 계획의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먼저 미래 산업을 이끌 앵커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지 봐야 합니다. 그다음에 주거지를 계획해야 합니다. 대기업 본사나 생산기지, 연구개발센터,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시설 같은 핵심 일자리가 먼저 들어오면 협력업체와 서비스업이 따라옵니다. 그 주변에 주거단지를 공급해야 도시가 살아납니다.최근 광주·전남권 반도체 투자 구상과 새만금 현대차그룹 투자 계획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규모 산업 투자가 거론되면 건설사와 시행사도 주거 수요를 다시 계산합니다. 과거에는 막연했던 신도시 개발도 좋은 일자리가 보이면 사업성이 달라집니다. 결국 신도시의 성공 가능성은 아파트 분양 물량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에 달려 있습니다.동탄은 그 점을 보여줬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대기업 일자리, 셔틀버스를 통한 출퇴근 편의, 새 아파트와 생활 인프라가 결합하자 실수요가 움직였습니다. 규제가 없을 때는 투자수요까지 붙었지만, 그 밑바탕에는 직주근접 수요가 있었습니다. 정부가 규제지역으로 묶은 것은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동시에 동탄이 얼마나 강한 실수요 기반을 가졌는지도 보여준 셈입니다.앞으로 신도시를 조성할 때는 주택 공급 숫자만 볼 것이 아닙니다. 몇만 가구를 짓느냐보다 그곳에 어떤 일자리가 들어오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업무용지를 먼저 그어놓고 기업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앵커 기업과 산업 생태계를 먼저 만들고, 그 주변에 주거와 교육을 붙이는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교육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강남이 오랫동안 강한 주거 수요를 유지한 배경에는 일자리 접근성뿐 아니라 8학군이라는 교육 인프라가 있었습니다. 미래 신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도체, 인공지능, 로봇, 2차전지 같은 첨단산업 인력을 키울 수 있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 교육기관이 함께 들어와야 합니다. 좋은 일자리와 좋은 학교가 함께 있어야 젊은 가구가 정착합니다.직주근접은 더 이상 부동산 시장의 부가 조건이 아닙니다. 도시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동탄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것은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지만, 그 이면에는 좋은 일자리 주변의 주거 수요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구조적 변화가 있습니다. 신도시는 집부터 짓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부터 마련해야 합니다. 동탄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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