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의 역설, 돈은 어디로 흘렀나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내세운 '생산적 금융'의 취지는 분명합니다. 자금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에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막고, 기업의 혁신성장과 자본시장 활성화로 유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지금 금융시장이 마주한 현실은 정책의 목표와 다소 엇갈려 보입니다. 돈이 돌며 실물 경제를 견인해야 할 주택·건설 시장은 강한 규제 속에서 위축되고 있고, 자본시장에서는 장기 투자보다 단기 매매 성격의 자금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주식시장이 경제의 선순환을 이끄는 '생산적' 기능을 하려면 기업이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시장, 즉 1차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해야 합니다. 유상증자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입된 자금이 기업의 설비 투자나 연구개발(R&D)로 이어져야 진짜 생산적 금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자본시장은 발행시장보다 이미 발행된 주식이 사고팔리는 유통시장, 즉 2차 시장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입니다.유통시장 내 잦은 거래는 기업의 생산 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크지 않습니다. 최근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테마주와 밈(meme) 주식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입니다. 이는 자본시장이 장기 성장자금 공급이라는 본래 기능보다 단기 수익 추구의 장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줍니다.최근 신용공여 잔고, 이른바 신용융자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는 흐름도 유의해야 할 대목입니다.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빚투'가 누적되면 시장 하락 때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는 주가 급락뿐 아니라 가계의 자산 손실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입니다.반면 정책적으로 자금 유입이 억제되고 있는 주택·건설 시장은 여전히 대한민국 내수 경제의 중요한 축입니다. 주택 시장은 단순히 '콘크리트 덩어리'를 사고파는 자산 시장이 아닙니다. 주택 건설은 토목, 건축, 자재, 인테리어는 물론 이사, 중개, 금융 등 여러 산업과 맞물려 있습니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매출 10억원당 약 10~11명 수준으로, 제조업 약 6~7명을 웃돕니다. 주택시장의 안정적 작동은 고용 창출과 내수 진작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오늘날의 주택·건설 시장은 과거의 단순한 토목·건축 산업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홈 시스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친환경 그린테크, 사물인터넷(IoT)과 가상현실(VR)이 결합된 프롭테크(Proptech)까지 현대 주거 공간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모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주택시장을 바라볼 때도 단순한 자산시장 관점만이 아니라 AI와 IT가 결합한 미래 산업의 한 축이라는 시각이 필요합니다.그럼에도 주택시장은 투기 억제라는 정책 목표 아래 LTV·DSR 등 금융 규제와 세제 부담이 강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투기적 수요를 걸러내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실물 일자리와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정상적인 수요까지 함께 위축될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자금이 필요한 곳에 적절히 공급되지 못하면 시장의 활력은 떨어지고, 공급 기반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현장에서는 이미 자금 경색의 부담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의 주택 건설 현장이 지연되거나 멈춰 서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난을 견디기 어려운 중소 건설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공급 위축이 결국 서민과 실수요자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면 매매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밀려나고, 전세 물량 부족과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돈의 흐름은 규제만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주택시장으로 향하던 자금길을 강하게 막으면, 일부 유동성은 다른 자산시장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 결과 주식 유통시장에서는 단기 변동성이 커지고, 특정 테마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생산적 금융이라는 목표와는 다른 방향의 결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생산적 금융이 성공하려면 자금의 본질을 보다 정교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첫째, 주식시장은 단기 매매 중심의 유통시장 과열보다 기업이 장기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발행시장 기능을 회복해야 합니다. 둘째, 주택시장에 대해서도 실물 경제 파급효과와 주거 복지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과도한 금융 억제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진정한 생산적 금융은 모니터 화면 속 숫자가 오르내리는 시장에서만 완성되지 않습니다. 국민이 일자리를 얻고 소득을 올리며 삶의 터전을 다지는 실물 경제 현장에서 비로소 의미를 지닙니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주택·건설 시장 안정은 서로 충돌하는 목표가 아니라 함께 조율해야 할 과제입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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