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트럼프의 동병상련…약한 나라 실컷 때리고도 손해 보는 '피로스의...

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6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 장례식에 모인 군중. 미국·이스라엘은 2월28일 이란을 공습해 하메네이 등 이란 신정 지도부를 제거했지만, 미국이 기대한 시민봉기 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 전선의 병사들을 크렘린에 초대했다가 진땀을 뺐다. 병사들이 우크라이나군 드론에 대한 러시아 대비책이 무엇인지 캐물은 것이다. 한 군인은 “적은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제어되는 공격 드론 떼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는 이 경쟁에서 적을 뒤쫓지만 말고 적을 능가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다른 군인은 우크라이나의 기술 수준을 언제 따라잡을 수 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푸틴 대통령은 드론 정확도를 높일 위성 인터넷 통신망을 개발 중이라며 병사들을 달랬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3일(현지시각)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을 앞두고 자국을 찾은 각국 대표단 앞에서 ‘전쟁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며 “이란은 지도자(하메네이)를 잃었지만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승리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을 향해 “이번 전쟁을 통해 이란과 전면적인 군사 대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라고 야유했다. 세계 양대 군사 대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러시아가 자기보다 군사력이 약한 나라를 상대로 벌인 전쟁에서 잇따라 체면을 구기고 있다. 상대가 드론 등 값싼 무기를 양산해 오랫동안 항전할 것을 예상 못한 결과다. 강대국도 큰 희생을 각오하지 않고는 군대를 일으키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3월2일 미·이스라엘군 공습을 당한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전투에선 이겼지만… ♣ ]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이란과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보여준 전력은 명불허전으로 막강했다. 미국·이스라엘은 2월28일 이란 전역을 전격 공습한 지 몇시간 만에 하메네이 등 지도부 상당수를 제거했다. 요인 동선을 파악하는 정보력과 더불어 전쟁 초기 정밀 폭격으로 적 방공망을 무력화한 결과다. F-22, F-35 등 최첨단 전투기가 이란 상공을 제 영공처럼 활보했다. 이란 주요 군 시설은 제대로 된 교전도 못 해본 채 잿더미가 됐다. 비비시(BBC) 방송이 최근 민간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 랩스’로부터 입수한 이란 일대 위성사진 25만장에는 완파된 이란 탄약고, 탄도미사일 발사대, 해군 기지 등의 모습이 담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은 해군도 공군도 없이 패배했다”며 미국이 이겼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병력과 재래식 화력에서 우크라이나를 압도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우크라이나 전선에 러시아군 70만명이 투입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적에게는 없고 우리에게는 있는 것이 많으며, 그것은 더 크고 좋아질 것”이라며 군사력 우위를 강조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개한 정규군은 88만명인데, 이중 전선에 투입된 병사는 40만명에 미치지 못한다. 4월 걸프국가를 겨냥해 발사되는 이란군 자폭 드론. AFP 연합뉴스 손실 뼈아픈 ‘피로스의 승리’ ♣ ] 그러나 두 나라의 전과는 애초 내건 전쟁 목표와는 한참 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첫날 연설에서 “이란 정권의 임박한 위협을 제거해 미 국민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이란 신정을 제거하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란 수뇌부는 하메네이 아들인 모즈타바를 새 최고지도자로 추대하면서 통치 체제를 유지했다.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라늄 농축은 주권적 권리’라는 입장을 굳히고 있어 핵 개발을 포기할지도 미지수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첫날 밝힌 목표 역시 “우크라이나 탈군사화와 탈나치화(정권 전복)”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은 4년 넘게 항전 중이며, 러시아군 진격은 더디다. 르몽드가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자료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땅은 지난달 말 기준 11만6420㎢로 우크라이나 영토의 19.3%다. 2022년 우크라이나의 가을 반격(2022년 11월·17.8%) 이후 3년8개월 동안 점령지 비율을 1.5%p 늘리는 데 그쳤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전쟁 목표를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해방’으로 바꾼 상태다. 특히 이들 나라가 치른 비용에 견주면 전과는 더욱 초라해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말 이란과의 전쟁 작전비 700억달러(108조원)를 보전해달라며 876억달러(135조원) 규모 추가 예산안을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전쟁 기간 하루 평균 9000억원 이상을 쓴 셈이다. 러시아는 인명 손실이 뼈아프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러시아군 40만∼45만명이 사망했다고 추계했다. 사망·부상·실종자를 합한 전체 사상자는 140만명에 이른다. 우크라이나군은 12만5000∼15만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소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사망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모든 전쟁에서 낸 사망자보다 4배 이상 많다”고 분석했다.지난달 23일 공개된 위성 사진으로, 지난달 20일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은 러시아 카프카즈 항구 석유 저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이 담겼다. 크림 자치공화국 당국은 이 공격으로 4명이 사망했으며 크림 반도 내 연료 판매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크라스노다르/AFP연합뉴스 ‘싸고 양 많은’ 무기가 전쟁 바꿔 ♣ ]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러시아의 이런 전쟁 성적표를 두고 ‘피로스의 승리’라고 평가한다. 기원전 3세기 고대 그리스와 로마 간 전쟁에서 따온 이 말은 전투에선 이겼지만 손실이 막대해 사실상 패배와 다름없음을 뜻한다. 전략컨설팅그룹 ‘비지’ 대표인 올리비에 켐프(전 프랑스 육군 소장)는 한겨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은 분명히 전략적 이득을 얻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얻은 것은 (원래 열려있던) 호르무즈해협 재개방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재래식 전력에서 열세인 이란과 우크라이나가 드론 같은 ‘비대칭 전력’을 앞세워 항전한 결과다. 이란은 2만달러(3000만원) 안팎의 ‘샤헤드’ 자폭 드론을 양산해 걸프국 미군 기지와 호르무즈해협 일대에 대량으로 쐈다. 이는 미국이 방어해야 할 영역을 넓혀 전쟁을 지속하기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 역시 다양한 자체 개발 드론과 ‘플라밍고’ 순항미사일로 국경에서 최대 1700㎞ 떨어진 러시아 석유 기지를 집중 타격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인 에너지 수출을 끊고 여론의 전쟁 피로를 높이기 위해서다. 카네기재단 국제평화연구소의 알렉산더 바우노프 연구원은 르피가로에 “러시아인들은 처음에는 시리아처럼 먼 곳의 전쟁을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가 됐다. 전쟁은 점점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반면 미국·러시아는 압도적인 화력으로 단기간에 적 정권을 전복하는 전략을 들고 전쟁에 나선 게 패착이었다. 미국은 하메네이 등을 제거하면 이란 내부에서 민주주의를 원하는 시민들의 봉기가 일어날 것으로 봤다. 러시아 지도부는 애초 사흘 정도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할 것으로 봤다. 켐프 대표는 “미국과 러시아는 전쟁 계획을 잘못 설계했다. 다만 미국은 한달 만에 물러섰고, 러시아는 적응하며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러시아 모스크바 루코일 주유소에서 사람들이 차량에 연료를 채우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 중 하나인 러시아는 전쟁 중 우크라이나로부터 에너지 시설 공습을 받아 생산이 위축되자, 휘발유를 배급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모스크바/AFP연합뉴스 각국 군대에 주는 교훈 ♣ ] 이들 전쟁은 참전하지 않은 나라들에도 군사상 숙제를 안긴다. 값싼 비대칭 무기에 대항할 탐지·방공 체계를 갖추는 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레이더·전자전 등 첨단 기술 외에도 양적인 확충이 동반돼야 한다. 상대가 일시에 드론과 재래식 미사일 등을 섞어 쏘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