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몰락 그 후]③ 재편되는 1.5조원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본사 전경 /사진=이유리 기자 홈플러스 온라인의 소멸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의 지형 재편을 앞당기고 있다. 전용 물류센터 없이 마트 점포에서 상품을 집품해 원하는 시간대에 배송하는 모델은 회생절차 좌초와 함께 존폐 기로에 섰다. 빈자리를 노리는 후보는 뚜렷하지만 각자 사정이 간단치 않다. 롯데는 자동화 물류센터로 정면 승계를 노리고 있고 신세계는 점포 물류 고도화로 수성에 나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온라인 사업은 회생절차 전인 2024회계연도(2024년 3월~2025년 2월) 기준 매출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며 회사 발표 기준 전사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했다. 회사가 밝힌 온라인 매출 내 식품 비중은 86%에 달한다. 식품은 산업통상부 집계 기준 지난 5월 온라인 유통 매출의 29.9%를 차지한 최대 상품군으로 성장률도 10.1%로 전체 온라인(8.8%)을 웃돌았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3일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연 조 단위 장보기 수요가 갈 곳을 잃게 된 셈이다. 온라인도 흔들린다 홈플러스는 이커머스 전용 물류센터 대신 전국 대형마트 점포망을 물류 거점 삼아 온라인 사업을 운영하는 전략을 펼쳤다. 점포 직원이 매장에서 상품을 골라 담아 고객이 지정한 시간대에 배송하는 '매직배송(매장에서 직접배송)'이 핵심이다. 별도 물류 투자 없이 조 단위 매출을 만들어낸 자본 효율은 강점이었지만, 점포의 영업 상태에 온라인 사업 전체가 종속되는 구조적 한계도 함께 안고 있었다. 회사는 2023년 온라인 회원 중 20~30대 비중이 37%에 이른다고 밝히는 등 시간 지정형 맞춤배송을 젊은 층 유입의 원동력으로 내세워왔다. 서비스 위축 조짐도 감지된다. 홈플러스의 매직배송 서비스는 이달 1일부터 잠정 중단 상태다. 실제로 홈플러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해 보면 서울 일부 권역의 매직배송은 예약 가능한 전 시간대가 '배송마감' 상태로 확인된다. 통상적인 당일 마감이 아니라 남은 예약 슬롯이 모두 닫힌 형태다. 1시간 내 배송하는 '매직나우'는 가동 중이지만 이 서비스의 거점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지난달 NS쇼핑으로 인수가 완료되며 홈플러스와 별도 법인으로 분리됐다. 승계 후보들의 동상이몽 공백을 정면으로 겨냥한 곳은 롯데다. 롯데쇼핑은 2022년 영국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들여 전국 6개 자동화 물류센터(CFC)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약 2000억원이 투입된 1호 부산 CFC는 가동을 앞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형마트 장보기와 새벽배송·퀵커머스의 쓰임새가 달라 마트형 온라인 수요는 결국 마트 계열 플랫폼으로 흐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홈플러스가 구축해 온 시간 지정형 장보기 수요를 오카도 시스템 기반의 '롯데마트 제타'가 흡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오카도 프로젝트를 둘러싼 안팎의 시선은 복잡하다. LS증권에 따르면 오카도 관련 비용은 이관이 시작된 2024년 4분기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469억원 규모로 롯데마트 할인점 영업이익을 갉아먹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캐나다 소베이가 오카도와 협업을 중단하고 미국 크로거가 CFC 일부를 폐쇄하기로 하는 등 자동화 물류 모델의 수익성 검증은 진행형이다. 여기에 프로젝트를 설계한 김상현 전 롯데유통군HQ 부회장이 물러나며 추진 동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역설적으로 홈플러스 공백은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자동화 물류센터는 주문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비용 효율이 나오는 구조인 만큼 이탈 수요 가운데 부산·경남 권역 물량은 부산 CFC의 초기 주문 밀도를 채울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수도권을 받아낼 고양 CFC 가동은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태라 전국 단위 수요를 감당할 그릇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LS증권은 한국이 신선식품 이커머스 침투율이 높아 오카도 모델의 실효성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주문량을 모으는 게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신세계는 정반대로 점포 물류를 더 파고드는 길을 택했다. SSG닷컴은 전국 100여개 이마트 점포 내 물류시설(PP센터)을 기반으로 올해 3월 '장보기 대표 플랫폼' 도약을 선언했다. 주간배송 수령 시간대를 지역에 따라 최대 5개까지 세분화하고 1시간 배송 '바로퀵' 거점을 올 상반기까지 90곳으로 늘린다고 밝힌 바 있다. 홈플러스와 같은 점포배송 계열이면서 시간 지정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탈 수요를 겨냥한 선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모기업 점포망이 건재한 데다 CJ대한통운 등 외부 물류망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홈플러스식 단일 의존 구조와는 결이 다르다. 대규모 신규 투자 없이 기존 점포 자산의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자산 경량 노선이라는 점에서 롯데의 중자산 전략과도 대비된다. 오프라인의 경우 홈플러스 이탈 수요가 이마트·롯데마트로 이동하는 조짐이 통계로 잡히기 시작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 감소 폭은 지난 3월 15.2%에서 5월 5.1%로 축소됐다. 반면 온라인 식품 성장률은 5월 10.1%로 기존 추세 범위에 머물러, 1조5000억원 규모 온라인 수요가 어디로 이동했는지는 아직 지표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온라인은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연장선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온 성격이 강해 그 수요도 마트 연동형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일부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겠지만 인근 대형마트의 온라인 서비스로 옮겨가는 수요도 상당할 수 있는 만큼, 기존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전환을 얼마나 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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