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이냐, 인수냐…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PEF 희비 엇갈렸다

자회사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프리IPO 투자를 유치한 계열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물적분할로 설립된 자회사는 상장 문턱이 높아진 반면, 지분 인수로 편입된 자회사는 상대적으로 숨통이 트이면서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6일 한국거래소 규정 개정안 및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제정안을 발표하고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자회사가 상장하려면 영업독립성·경영독립성·투자자보호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이 중 투자자보호 요건의 핵심은 모회사 이사회가 주주영향평가, 보호방안 마련, 주주소통 또는 동의 확인, 찬반결의·통지, 공시라는 5단계 절차를 이행했는지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변수는 자회사 상장에 대해 모회사 일반주주들의 동의를 확보하는 절차, '주주동의' 확보 여부다.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에 준하는 '3%룰'이 적용돼, 3%를 초과하는 의결권(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지분 합산)은 3%로 제한되고 이 초과분은 발행주식 총수 계산에서도 빠진다. 참여주식 과반 찬성에 더해 이렇게 줄어든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까지 확보해야 통과되는데, 지배주주 표를 3%로 묶어놓은 상태에서 개인주주 손바뀜이 잦은 국내 증시 특성상 이 정족수를 채우는 것 자체가 결코 만만한 과정이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주동의는 자회사 발생 방식에 따라 △물적분할은 의무 △인수·신설 등 일반적 경우는 권고(안 받으면 개별 심사) △저비중 자회사는 면제로 나뉜다. 이 때문에 물적분할로 설립된 자회사는 상장길이 사실상 막힐 가능성이 크다.HD현대로보틱스의 경우 2020년 HD현대가 로봇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됐고, 2020년 KT가 500억원을, 지난해 10월엔 산업은행과 KY PE가 1800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를 단행했다. 매출 비중이 HD현대 전체의 0.35% 수준에 불과해 '저비중 자회사'로 예외에 해당될 수 있었지만, 물적분할 기업이라는 이유로 이 조항에서도 배제된다.기존 사업부를 인수해 편입한 자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숨통이 트였다. LS에식스솔루션즈는 미국 전선업체 인수로 편입된 계열사로, 미래에셋PE-KCGI 컨소시엄이 2900억원(기업가치 1조4500억원)을 프리IPO로 투자했다. LS MnM은 2022년 LS가 일본측 주주(JKJS) 지분 49.9%를 인수해 완전자회사로 만든 곳으로, JKL파트너스가 교환사채(EB) 투자와 함께 2027년 8월까지 상장을 완료한다는 약정을 맺어놓은 상태다. 덕산넵코어스는 2021년 덕산하이메탈이 지분 60%를 인수한 방산·항법기술 업체다.이들은 물적분할 자회사가 아닌 만큼 주주동의가 '권고' 수준에 그쳐, 정식 주총 표결이라는 절차적 리스크에서는 한숨 돌리게 됐다. 다만 주주동의를 받지 않을 경우 거래소 개별심사로 넘어가는 만큼, 통과 여부 자체는 여전히 거래소의 재량 판단에 달려 있다.한 PEF 업계 관계자는 "물적분할 자회사는 주주동의라는 확정된 관문 앞에서, 인수·신설형 자회사는 상대적으로 숨통은 트였지만 개별심사라는 또 다른 불확실성 앞에 놓여 있다"며 "결국 프리IPO 계약에 상장을 전제로 한 조건이 걸려 있는 기업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상장이 지연·무산되면 대기업은 약정 자금을 그대로 물어줘야 하고 투자자는 회수 시점을 잃게 되는 만큼, PEF 업계에서는 이미 체결된 프리IPO 계약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IPO 대신 세컨더리 딜이나 전략적 매각(트레이드세일)으로 회수 전략을 전환하는 PEF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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