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OPEC 존폐 기로…사우디發 할인에 유가도 '휘청'

2분기 유가 30%↓…브렌트 72달러선·WTI 68달러대아람코 6년만에 亞 주력 원유 할인…점유율 방어호르무즈 재개·증산·이란 수출 겹쳐 공급과잉 우려UAE 탈퇴 이어 이라크도 이탈 조짐…관건은 사우디 등록 2026-07-07 오전 10:24:26 수정 2026-07-07 오전 10:24:26 가 가 페이스북 트위터 메일 프린트 KAKAO URL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약 70년 역사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존폐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세계 원유 공급의 5분의 1이 묶였다가 최근 통항이 재개되자, 회원국들이 증산 경쟁에 나서면서 내분이 격화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마저 주력 원유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국제유가는 공급과잉 우려 속에 하락세로 돌아섰다.(사진=AFP)사우디發 가격 인하에 유가 하락…‘전쟁 프리미엄’ 소멸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71.99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0.18% 하락 마감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도 0.20% 내린 배럴당 68.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여러 요인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우선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다음 달 아랍라이트유 판매 가격을 배럴당 11달러 낮춰 지역 기준유가보다 1.50달러 싸게 책정했다. 아랍라이트유는 사우디가 아시아에 주로 수출하는 대표 유종이다. 아람코가 이 원유를 할인 판매하는 것은 2020년과 2015년 가격 전쟁 이후 처음이다.공급이 늘어난 점도 부담을 더했다.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의 통항이 재개되면서 지정학적 위험이 가라앉았고,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이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60척으로 집계됐다. OPEC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도 다음 달부터 하루 18만8000배럴을 증산하기로 했다. 여기에 이란이 미국과의 종전 합의 이후 제재가 한시적으로 풀리면서 원유 수출을 재개한 점도 가세했다. 미국은 앞서 이란산 원유의 생산·판매를 허용하는 60일짜리 임시 면허를 발급했고, 이란은 다음 달 21일까지 원유를 공식 수출하고 대금을 달러로 받을 수 있게 됐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잠정 합의하면서 지난 2분기에만 30% 급락했다. 브렌트유는 최근 수개월간 쌓였던 ‘전쟁 프리미엄’을 완전히 반납했다. 제이 햇필드 인프라스트럭처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한 달간 유가 목표치를 배럴당 60달러로 잡고 있다”며 유가가 더 낮아질 것으로 봤다.호르무즈 재개가 부른 증산 경쟁…흔들리는 OPECCNN방송에 따르면 OPEC은 올봄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공급 충격을 겪으면서 오래 곪았던 내부 갈등이 터져 나온 상태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뒤이은 미국의 봉쇄로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묶이자 이란·이라크·쿠웨이트 등은 원유 생산을 멈춰야 했다.통항이 재개되자 쿼터(생산 할당량)를 둘러싼 신경전이 다시 불붙었다. 주요 회원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 4월 말 OPEC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2위 산유국 이라크마저 이탈을 저울질하면서 내부 결속이 흔들리고 있다. 이라크 석유장관은 생산 목표가 크게 늘지 않으면 잔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쟁으로 수출이 막혀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쿼터 확대를 압박한 것이다. 이라크는 전쟁으로 생산량이 지난 4~5월 하루 100만 배럴 남짓으로 75% 급감했다. 지난 1~2월 하루 450만 배럴을 웃돌던 데서 쪼그라든 것이다. 이라크는 전쟁 이후 하루 500만 배럴, 장기적으로 700만 배럴까지 늘리길 원하지만, OPEC+의 이번 증산은 지난 3월 이후 다섯 번째 소폭 조정에 그쳐 이라크의 요구에는 크게 못 미친다.지난 5월 이란의 봉쇄로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유조선 한 척이 정박해 있다. (사진=AFP)최종 열쇠 쥔 사우디…가격 인하는 ‘점유율 방어’ 관건은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다. 사우디는 파이프라인으로 원유를 반대편 얀부항으로 보내 홍해로 수출하며 전쟁 중에도 생산 감소폭을 40% 미만으로 막았다. 페르시아만에만 항구가 있는 이라크·쿠웨이트와 달리 증산을 서두를 이유가 크지 않다. 댄 피커링 피커링에너지파트너스 창업자는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 원유를 쏟아부어 가격을 끌어내리는 것은 역효과로 보인다”고 말했다.그럼에도 사우디가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은 본격적인 가격 전쟁이라기보다 시장 점유율 방어라는 해석이 나온다. 르네상스에너지어드바이저스의 아메드 메흐디 애널리스트는 이를 두고 호르무즈 정상화로 풀려난 물량 과잉을 반영한 것이자, 중국 등 아시아 수요를 다시 끌어오기 위한 경쟁력 확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수요다. 전쟁 중 유가 급등과 연료난으로 꺾인 수요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전기화에 속도를 낸 중국과 유럽에선 예전 수준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글로벌 원자재 전략 총괄은 “묶여 있던 원유가 시장에 다시 풀리면서 일시적 공급과잉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키어런 톰킨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2028년엔 5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카스 드위베디 매쿼리그룹 전략가는 사우디가 압박을 받으면 오히려 생산을 크게 늘려 유가를 40달러대로 끌어내리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부유한 사우디만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 몰아 경쟁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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