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뒤 뛴 기름값… 14조 담합 기소에도 소비자 보상은 ‘각자 소송....

현대오일뱅크·SK에너지 재판행… 검찰 “직접 담합 규모 14조 2,000억 원”영수증 있어도 손해액 따로 입증해야…과징금은 국고, 피해 회복은 민사로(SBS 캡처)미국·이란 전쟁 이후 치솟은 국내 기름값을 둘러싸고, 정유사들이 가격 인상 시점과 폭을 사전에 맞췄다는 검찰 판단이 나왔습니다.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전날(6일)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해 국내 유가를 끌어올렸다고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검찰은 두 회사의 직접 담합 규모를 14조 2,000억 원으로 판단했습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두 회사의 가격을 뒤따른 영향까지 포함하면 경쟁제한 효과는 약 26조 원에 이른다고 봤습니다.하지만 소비자가 더 낸 기름값을 돌려받는 문제는 기소와 별개입니다.담합 혐의가 재판에 넘겨졌더라도 소비자는 자신이 실제로 얼마를 더 냈는지, 그 손해가 담합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까지 별도로 입증해야 합니다. 가격은 주유소 전광판에서 바로 올랐지만, 보상은 개인이 민사소송으로 다시 계산해야 하는 구조인 탓입니다.■ 현대오일뱅크·SK에너지 기소…GS칼텍스·에쓰오일은 가격 추종 판단검찰은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미리 조율했다고 판단했습니다.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두 회사의 가격 변동을 뒤따르며 담합 효과에 편승한 것으로 봤습니다.그렇지만 검찰은 현행법상 직접 담합으로 처벌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가격 담합 혐의로는 기소하지 않았습니다.이번 사건의 유무죄는 재판을 통해 가려져야 하는 상태로, 현재 단계에서는 검찰이 확보한 자료와 판단을 토대로 공소가 제기된 상황입니다.그럼에도 국제 분쟁과 유가 상승이라는 외부 변수가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작동하는 동안, 정유사들의 가격 결정이 실제 경쟁 구조 안에서 이뤄졌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수증 있어도 ‘정상 가격’부터 다시 계산해야현행 공정거래법은 담합 등 불공정거래행위로 손해를 본 사람이 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그렇지만 손해배상 소송은 담합 사실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소비자는 언제, 어느 주유소에서 얼마를 결제했는지 제시해야 하고, 담합이 없었다면 당시 가격이 어느 수준이었을지까지 따져야 합니다. 실제 결제액 중에서 얼마가 담합으로 더 붙은 금액인지도 밝혀야 합니다.주유 영수증과 카드 결제 내역은 피해를 입증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상액을 계산하는 기준은 별도입니다.국제 유가와 환율, 정제·유통 비용, 재고 물량, 지역별 판매 가격 등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정유사 측이 전쟁과 원유 수급 불안, 환율 변동에 따른 인상이라고 맞설 경우 소비자 측은 그 상승분 가운데 담합 영향만 따로 가려내야 합니다.■ 피해는 넓게 퍼졌는데, 소송 부담은 개인 몫?유류비 상승은 승용차 운전자만의 부담이 아닙니다.배달·택배 기사와 화물차주, 택시업계, 렌터카 업체, 자영업자와 농어민까지 연료비 부담을 함께 떠안습니다.그러나 개인별 손해는 소송 비용과 시간을 감수할 만큼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이 때문에 실제 손해배상 청구가 진행될 경우 다수 소비자를 모아 공동 대응하는 집단 손해배상 방식이 거론됩니다.과거 비료 담합 사건에서는 농민 1만 8,000여 명이 13개 비료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승소 판단이 나오기까지 약 8년이 걸렸습니다.이번 사건은 카드 결제 내역과 주유 영수증을 통해 구매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 추적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손해액 산정에는 경제 분석과 감정 절차가 뒤따를 수 있어 소송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국내 주요 정유사 계열 주유소 모습. (SBS 캡처)■ 과징금은 국고로…검찰 “국가가 피해 회복 맡아야”검찰은 소비자 피해 회복을 위해 국가가 직접 공익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습니다.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 사례를 소개하며, 불특정 다수 피해자가 직접 소송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국가가 피해 회복을 지원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현재 국내에서는 담합에 과징금이나 형사처벌이 내려져도 그 돈이 소비자에게 자동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과징금은 국고로 귀속되고, 피해자는 별도 민사소송을 통해 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Copyright ⓒ JI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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