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붕괴는 수출 주도형 경제의 숙명일까? 경상흑자의 역설
# 부동산 시장의 거품 형성과 붕괴는 수출 주도형 성장 전략을 쓴 나라의 숙명이다.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터져 30년간 물가가 후퇴하는 디플레이션을 겪었다. 중국의 2020년 부동산 거품 붕괴는 아직도 진행 중이며, 역시 디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 일본·중국과 함께 대표적인 수출 주도형 성장 국가인 한국은 어떨까. 우리도 벌써 10년째 주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급등락을 겪고 있다. 우리는 거품 붕괴에서 예외가 될 수 있을까. 더스쿠프가 경상수지 흑자와 자산 가격의 관계를 자세히 알아봤다. 일본은 지난 1990년 거품 붕괴 당시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조정해 화를 키웠다. 도쿄에 위치한 일본은행. [사진 | 뉴시스] 지금 자산시장의 거품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은 오랜 기간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 흑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자국 부동산의 거품을 만들었다. 다른 나라와 상품·서비스를 거래한 내역을 적어놓는 장부가 경상수지다. 기업이 수입과 비용을 파악하기 위해서 회계장부를 작성하고, 가구가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기 위해서 가계부를 적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 경상수지와 자본·금융계정 수지를 함께 기록해 놓은 국제수지표를 국가의 가계부라고 부를 수 있다. ■ 경상수지의 경로=한중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보면, 2023년 1분기 중국과 일본이 각각 713억2300만 달러, 193억4500만 달러 흑자였고, 한국은 121억2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인공지능(AI) 관련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는 2026년 1분기 737억7900만 달러로, 일본의 609억3000만 달러 흑자 규모를 뛰어넘었다.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상수지 흑자는 1843억 달러로 추산된다. 공교롭게도 한중일 3국의 상황은 ‘부동산 거품’과 맞닿는 지점이 있다. 수출 주도형 성장 전략을 쓴다고 모두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겪진 않는다. 목표를 이뤄낸 나라들, 막대한 경제적 부를 일궈낸 나라들만이 자국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발생시켰다. 중국과 일본은 이 거품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던 대표적인 나라다. 이런 측면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한다고, 기업의 흑자처럼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장점이 많은 만큼 심각한 문제도 적지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해 환율 체계가 오작동하거나, 타국과 무역 마찰이 벌어지기도 하며, 수출 산업과 내수 산업의 격차 증가로 불평등이 심화하기도 한다. 부동산 시장의 이상 급등 현상인 거품 형성과 붕괴는 경상수지 흑자의 여러 부작용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수출이 잘 돼서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하면, 환율이 낮아진다는 논리가 그렇다. 국가의 가계부에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 내역을 담은 경상수지만 존재한다면, 경상수지 흑자의 증가는 국내 통화 수요를 늘린다. 그래서 원화는 강세를 띠고 원·달러 환율은 떨어진다. 환율의 하락은 수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경쟁력을 약화하고, 이는 경상 흑자 규모를 축소해 균형인 0에 근접하게 만든다. [사진 | 뉴시스] 하지만 국가의 가계부인 국제수지표에는 경상수지 외에 자본·금융 계정이 존재한다. 경상수지가 흑자여도 만약 국내 기업들이 그만큼 해외직접투자(FDI)에 나서면, 환율의 조정을 거치지 않고도 국가 가계부는 얼추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무역이 증가해 경상수지가 흑자가 되더라도 환율이 내려오지 않는 데는 이런 사정이 있다. 균형을 맞추려는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가정의 가계부와 마찬가지로 경상수지 항목이 흑자라면, 굳이 0이라는 균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기간이 꽤 존재한다. 하지만, 이 기간이 길어지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중국이 대표적 사례다. 세계 각국이 과잉생산, 쉽게 말해서 중국의 과도한 무역 흑자에 반발해 관세 등 무역장벽을 세운다. 이는 결국 중국의 무역흑자를 축소해 중장기적으로 균형에 근접하게 만든다. 경상수지 적자도 마찬가지로 해외 차입이나 외국인 투자 유치로 메꿀 수 있다. 다만, 경상 흑자와 달리 적자는 외국의 결정에 따라서 국가부도 사태에 이를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13년 ‘경제회복을 위한 로드맵’이라는 보고서에서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의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경상수지 흑자는 좋은 이유든 나쁜 이유든, 적자와는 달리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지만,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규정했다. 보고서는 “다자간 관점에서 보면 국가들이 수출 주도 성장 전략을 추구하는 것을 앞으로도 계속 허용해야 하는지를 재검토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나라의 일방적이고, 영원한 경상수지 흑자는 존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 일본의 거품 붕괴 경로=중국과 일본에서 벌어진 거품 붕괴는 경로만 다르지 결국 경상수지 흑자, 환율, 자본유출의 문제다. 미국과 일본이 1985년 플라자합의를 하기 직전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240~250엔이었는데, 이는 일본이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과도하게 벌리고, 수시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 하락을 주도한 결과다. IMF의 불균형 관련 보고서도 수출 주도 성장을 “인위적으로 통화 가치를 낮춰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서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를 만드는 것”으로 정의한다. [※참고: 플라자합의는 1985년 9월 22일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미국·일본·서독·영국·프랑스(G5) 재무장관들이 달러화 가치를 낮추고 엔·마르크 등 주요 통화를 절상시키기로 한 환율 조정 합의를 말한다.]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980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3~4%에 달하자 막대한 달러 자금이 몰려왔다. 그런데 일본이 이를 충분히 건전하게 소화하지 못하면서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 통화 과잉 공급으로 일본 내 자산가격을 급등시키기 시작했다. 중국은 환율 문제로 자본 유출을 제한하면서 부동산 거품을 키웠다. 베이징에 있는 중국인민은행. [사진 | 뉴시스] 경상 흑자는 국가의 가계부인 국제수지표 상의 자본·금융 계정이 적자를 기록하면 그만큼 상쇄된다. 당시 일본은 해외 부동산 구매, 기업 인수 등 해외직접투자를 늘렸지만, 통화 공급 과잉을 모두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규모였다. 플라자 협정 이후 엔화 가치는 1년 만에 40% 가까이 상승했다. 이는 수출품 가격이 그 이상 상승해 경상수지 흑자가 상당히 줄어든다는 뜻이다. 1986년 일본 수출은 무려 15% 이상 줄었다. 경기침체가 심각해지자 일본 정부는 기준금리를 5차례나 연속으로 내렸고, 이는 시중 유동성을 더 증가시키면서 거품을 더 키웠다. 수출 감소로 인한 경기침체는 지속됐지만, 자산가격 거품은 막아야 했던 일본 정부는 결국 금리를 올려야 했다. 일본은 1990년 2.5%였던 기준금리를 6.0%로 급하게 올렸고, 대출을 동반한 증시와 부동산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거품의 붕괴였다. ■ 중국의 거품 붕괴 경로=중국도 일본과 동일하게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통화량 증가가 부동산 거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2021년 시작된 중국의 거품은 일본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아직 폭락세가 멈추지도 않았다. 이유는 일본이 그나마 해외로 자본을 유출해 경상 흑자를 일정 부분 상쇄시킨 데 반해, 중국은 2015년 위안화 가치의 상승을 막으려고 해외 자본유출을 강하게 규제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계속 늘어나는데, 이를 해소하는 해외 자본유출 규모는 규제로 쪼그라들면 초과 유동성은 중국의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몰려가 거품을 더 키운다. 케네스 로고스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의 ‘중국 주택시장의 정점’이라는 2020년 보고서를 통해서 두 나라의 거품을 비교해 보면 이렇다. 1980년 일본 토지의 전체 가치는 745조엔에서 거품 붕괴 직전인 1990년 2477조엔으로 10년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당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에 비교해 보면 거품 규모는 GDP의 580% 수준이다. 중국 주택시장 전체 가치도 2017년 430조 위안으로 추산되고, GDP의 544% 수준이다. 두 나라가 거품 형성기에는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2020년 중국의 거품 붕괴로 인한 악영향은 일본보다 심각해 보인다. 일본은 부동산의 평가가치가 급등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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