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하는 CEO는 매출이 아니라 자본으로 말한다"

증권가 24년·신기사 대표 출신 김동한 교수 '사장의 자본학' 출간 신한證 합병위 출신…리테일 기업금융 등 요직 거친 '전략통' '연임하는 CEO' 비결 소개…재무·상법·자본시장 실무 전략 안내서 증권 경력 24년·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를 거친 김동한 가천대 겸임교수(법무법인 지평 고문)가 연임하는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자본배분과 지배구조 전략서 '사장의 자본학'(한경사 펴냄)을 냈다.신한투자증권에서 24년간 리테일과 기업금융, 전략기획, 상하이 주재원 등을 거친 김 교수는 2016년 신기술금융전문회사를 세워 PEF와 벤처조합 등으로 약 1300억원을 운용했다. 2002년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의 합병 당시 합병추진위원회에서 IR·PR 실무를 맡은 '전략통'으로 꼽힌다. 현재 가천대 경영학부 겸임교수(재무), 한국벤처창업학회 이사, 지평 글로벌그룹 고문, 성남산업진흥원 이사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매출과 이익은 단편적 숫자에 불과...투자자본수익률이 중요" 그는 기업 재무와 상법, 자본시장을 "한국의 사장들이 30년 동안 따로 들어 온 세 언어"라고 표현하며, 이 책에서 세 언어를 한 테이블 위에 올렸다. "사장이 내리는 모든 결정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는 게 그의 출발점이다. "회사가 벌어들인 자본을 배당으로 돌려줄지", "신규 투자로 미래를 살지",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받칠지" 등 질문들 앞에 매출과 이익은 단편적인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먼저 그는 "연임하는 사장들은 매출이 아니라 투하자본수익률(ROIC)로 말한다"고 강조했다. 매출은 '활동'의 결과일 뿐 '가치'의 증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채를 많이 쓰는 기업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 보여도 ROIC로 보면 자본 효율이 낮을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매출 1조원을 위해 2조원의 자본을 투입했다면, 그 사장은 주주의 돈 1조원을 태운 것"이라고 했다."지금 ROIC가 낮은 건 미래 투자 때문"이라는 사장들의 변명을 주주가 가장 싫어한다고도 했다. 투자는 초기에 수익률이 꺾이는 'J커브' 구간을 지나는데, 제조업은 1~2년, IT·소프트웨어 2~3년, 바이오·신약의 경우 5~7년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분기별 ROIC 개선 추세가 명확해야 한다"며 "3년간 계속 마이너스라면 재검토 대상"이라고 했다.김 교수는 이런 자본 판단이 이제 '기록의 문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2025년 7월부터 세 차례 이어진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가 넓어지고 자사주 제도와 이사회·감사위원회 운영 기준이 달라지면서, 사장의 자본배분 결정이 사후에 검증받는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판단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사회 회의록에 '자사주 소각과 신규 투자 중 어느 쪽이 주주가치에 유리한지 재무적으로 비교 검토했다'는 기록이 남아야 방어가 된다"고 했다. 규제를 논평하기보다, 달라진 규칙 위에서 사장이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실무 언어로 정리한 셈이다.그는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를 "적이 아니라 자본배분의 감시자"로 규정했다. 그들의 요구가 합리적이면 수용하고, 비합리적이면 감정이 아니라 재무 데이터로 반박하라는 것이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는 사장의 도덕성이 아니라 낮은 ROIC를 공격한다"며 "재무로 무장하지 않은 사장은 그 논리에 속수무책"이라고 했다.'188배'로 커진 아마존과 '30% 하락한' GE, 자본 재분배로 갈린 기업 가치자본 재분배의 극명한 대비로 그는 아마존 제프 베조스와 GE 제프 이멜트를 들었다. 베조스는 분기 실적이 아닌 잉여현금흐름(FCF)을 좇으며 장기 투자에 집중했고, 이멜트는 월가의 분기 기대치를 맞추는 데 열중했다. 그 결과는 재임 기간 주가 궤적으로 갈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마존은 배조스 재임기간 24년간 주가가 18달러에서 3400달러로 188배 상승했고 GE는 이멜트 재임기간 16년간 주가가 40달러에서 28달러로 30%하락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도 사례로 들었다. ROIC가 높은 사업에만 투자하고, 투자처가 없으면 현금을 보유하며,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고, 경영진 영입 시 자본배분 능력을 최우선으로 본다는 원칙이다. M&A에 대해선 매출·비용·기술 시너지를 정량화해 "시너지가 없으면 하지 말라"고 했다. 인수·합병의 성패는 회계 통합이 아니라 사람의 통합에서 갈린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흡수하는 일은 숫자의 통합이 아니라 사람 한 명 한 명을 다시 설득하는 일"이라며 "그 설득에 걸리는 시간이 합병의 진짜 비용"이라고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진단도 명확했다. "한국 기업의 숙명이 아니라, 쌓아둔 현금과 미룬 환원, 회피한 결정이 만든 합산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애플이 2012년 시작한 자사주 매입으로 시가총액을 크게 늘린 사례를 들며 "자본배분이 곧 가치라는 명제를 가장 깨끗하게 증명한다"고 했다.마지막으로 그는 연임하는 CEO의 조건을 "숫자 앞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는 정직함, 법의 변화에 민감한 귀, 시장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을 용기" 세 가지로 요약했다. "이 셋 중 하나라도 놓친 사장들은 임기를 채우지 못했거나, 끝까지 갔어도 다시 불려 나오지 못했다"고 그는 말했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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