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8주 넘긴 경상환자 10명 중 9명 한방병원행…‘8주룰’ 표류에 ...
경상환자 치료 사실상 한방병원 집중A한방병원에만 전체 환자 14% 몰려치료비도 양방 대비 최대 2.8배 높아“8주룰 더 미루면 보험료 부담 커져”자동차 사고로 다친 경상환자 가운데 8주 이상 치료를 받은 10명 중 9명이 한방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를 관리하기 위한 ‘8주룰’ 도입이 미뤄지는 사이 일부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과잉진료 논란이 이어지면서 보험금 누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그 부담이 보험료 인상을 통해 대다수 가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만큼 제도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4대 손해보험사 기준 지난해 8주 이상 치료를 받은 경상환자 가운데 한방 또는 양·한방 협진 환자가 전체의 90.3%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양·한방 협진 환자의 대부분이 한방병원 이용자인 점을 고려하면 장기 치료 환자 10명 중 9명이 한방병원을 이용한 셈이다. 반면 정형외과 등 양방 치료 환자는 전체의 9.7%에 그쳤다.치료비 격차도 컸다. 양방 치료 환자의 인당 평균 치료비는 120만 원이었지만 한방은 200만 원, 양·한방 협진은 340만 원으로 나타났다. 협진 환자의 인당 치료비는 양방보다 2.8배나 높은 수준이다. 전체 치료비 기준으로도 한방과 협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95.5%에 달했다.이처럼 장기치료 환자와 치료비가 한방병원에 집중되면서 과잉진료 논란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한방 협진은 한방병원에서 MRI 등을 촬영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가벼운 부상에도 향후 합의금이나 보험금 지급을 고려해 한방병원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특정 한방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A한방병원은 지난해 8주 이상 치료를 받은 경상환자 1만 8434명을 진료해 전체 환자의 13%를 차지했다. 치료비도 538억 원으로 전체 장기치료 진료비(3690억 원)의 14.6%에 달했다. 인당 치료비 역시 290만 원으로 양방 평균 대비 2.4배 높았다.경상환자는 자동차 사고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환자로 염좌나 타박상 등 비교적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경우를 말한다. 대한의사협회 진단서 작성 지침은 염좌 치료기간을 통상 4주로 보고 있으며 산재보험 기준에서도 최대 6주 이내 요양기간을 인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설문조사에서도 경상환자의 적정 치료기간으로 8주를 꼽은 응답이 96%에 달했다.다만 자동차보험은 건강보험과 달리 본인 부담이 거의 없어 불필요한 장기치료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경상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을 경우 추가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8주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치료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 과잉진료를 줄이고 보험료 부담을 완화겠다는 취지다. 보험개발원은 제도 시행 시 자동차보험료가 약 3%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당초 8주룰은 올해 초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한의계가 환자 치료권 침해와 의학적 근거 부족 등을 이유로 반발하면서 시행 시점이 하반기로 연기됐다. 현재 관련 시행령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를 마쳤으며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손해보험업계는 8주룰 도입 지연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형 손보사 4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3년 79.9%에서 2024년 83.3%, 지난해 87.1%로 상승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손해율도 85.9%로 전년 동기 대비 3.4%포인트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사업비 등을 고려할 때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 손해율을 약 80% 수준으로 보고 있다.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인 만큼 손해율 악화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실제 보험사들은 올해 자동차보험료를 1%대 인상한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과잉진료에 따른 비용이 결국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며 “8주룰 시행이 더 늦어질수록 제도 공백에 따른 보험금 누수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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