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사우디 8500억 과세 불복…"본사 설계·조달분 이중과세"
사우디, 국내 수행 용역까지 현지 PE 소득 간주…DL "조세조약 위반" ◆…DL이앤씨 CI. DL이앤씨가 사우디아라비아 과세당국의 약 8500억원 규모 법인세 부과 통지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선다. 국내 본사에서 수행한 설계·조달 용역을 사우디 현지 고정사업장 귀속소득으로 본 이번 처분이 한-사우디 조세조약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이미 한국에서 과세된 소득을 다시 과세하는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과세기간 상당 부분이 부과 제척기간을 넘겼고 산출근거도 충분치 않다는 점 등도 전면 대응의 근거로 제시했다. DL이앤씨는 지난 22일 ZATCA(Zakat, Tax and Customs Authority)로부터 과거 2006~2019년 사우디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와 관련해 8533억원의 법인세 부과 통지를 받았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한-사우디 조세조약과 관련 법령에 근거해 이번 과세 처분의 위법성과 부당성을 적극 주장하고 불복 절차와 국가간 상호합의절차(MAP) 등 가능한 법적 수단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 조세조약, 현지 고정사업장 귀속이익만 과세 허용 이번 사안의 핵심은 사우디 현장이 고정사업장(PE, Permanent Establishment)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해당 고정사업장에 귀속될 수 있는 이익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달려 있다. 고정사업장은 외국기업이 특정 국가 안에 고정된 사업 장소를 두고 실질적인 사업활동을 수행하는 거점을 의미한다. 다만 국제조세 원칙상 현지 과세당국이 과세할 수 있는 것은 고정사업장의 존재 자체가 아닌 해당 고정사업장을 통해 발생한 귀속이익에 한정된다. 사우디 과세당국은 DL이앤씨가 과거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설계(Engineering)와 조달(Procurement) 용역까지 현지 고정사업장을 통해 수행된 활동으로 간주했다. DL이앤씨는 통상 글로벌 EPC 프로젝트에선 본사가 담당하는 역외(Offshore) 설계·조달 업무와 현지에서 수행하는 역내(Onshore) 시공 업무가 계약·실무상 명확히 구분되는 만큼 단일 턴키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본사 수행분까지 현지 고정사업장 이익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사우디 조세조약 제7조 '사업소득' 부분. 자료=국세법령정보시스템국세법령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사우디 조세조약 제5조는 고정사업장을 기업의 사업이 전부 또는 일부 수행되는 고정된 사업장소로 규정하고, 건설장소·건축·조립·설치공사 또는 관련 감독활동이 6개월을 초과하면 고정사업장을 구성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해서 EPC 계약 전체 이익을 현지 과세당국이 과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조세조약 제7조는 한쪽 체약국 기업의 이윤은 원칙적으로 그 국가에서만 과세하되, 다른 체약국에 있는 고정사업장을 통해 사업을 수행한 경우에도 해당 고정사업장에 귀속시킬 수 있는 이윤에 대해서만 다른 체약국이 과세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사우디 과세당국은 현지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이윤에 대해서만 과세할 수 있으며, 한국 본사가 국내에서 수행한 설계·조달 기능에서 발생한 이익이 현지 고정사업장에 귀속되지 않는다면 이를 사우디 과세소득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DL이앤씨는 설계와 조달 업무가 인력 배치, 업무 지시체계, 산출물 작성 장소 등 사실관계상 한국 본사에서 수행됐으며, 사우디 영토 내에서는 시공(Construction) 업무만 수행됐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한국 본사가 수행한 설계·조달 용역에서 발생한 소득까지 사우디 내 활동으로 재구성해 과세하는 것은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 개념과 소득 귀속 원칙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사우디 조세조약 의정서 4항 라목 부분. 자료=국세법령정보시스템또한 한-사우디 조세조약 제7조와 관련된 의정서 제4항 라목에선 조사·건축·건설·설치 또는 결합 관련 계약의 경우 고정사업장의 이윤을 계약 총액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해당 고정사업장이 소재한 국가에서 실제 수행한 계약 부분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며, 해당 국가 밖에서 수행된 계약 부분은 고정사업장의 이윤을 결정할 때 고려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 현장 고정사업장이 시공과 현장관리 기능을 수행했다면 그 부분에 대한 이익은 사우디 과세권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한국 본사 인력이 국내에서 수행한 설계·조달 기능에서 발생한 이익까지 사우디 고정사업장의 이익으로 볼 수는 없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 한국서 이미 과세된 소득…이중과세 논란 DL이앤씨는 사우디 과세당국의 고정사업장 관련 해석이 이중과세의 문제로도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회사 측은 "한국 본사의 설계·조달 용역에 대한 소득은 본래 한국에 과세권이 귀속되는 소득으로서 이미 국내 세법에 따라 법인세 신고·납부가 완료된 부분"이라면서 "그럼에도 사우디 과세당국이 동 소득까지 사우디 고정사업장의 활동으로 잘못 해석함에 따라 한국에서 이미 과세가 종결된 소득에 대해 사우디가 추가로 과세권을 주장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간 과세권을 조정해 이중과세와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기준이 되는 OECD 모델조세협약도 사업이윤 과세권이 현지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이익으로 제한된다는 원칙을 전제로 한다. OECD 모델조세협약 제7조에 대한 주석서에선 "고정사업장이 소재한 국가가 제7조에 따라 해당 고정사업장에 귀속되지 않는 이윤까지 과세하려고 시도하는 경우 이는 본래 기업의 거주지국에서만 적정하게 과세돼야 할 이윤에 대한 이중과세를 초래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사우디 과세당국이 문제삼은 소득은 한국 세법에 따라 이미 과세가 종결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시 사우디 과세소득으로 포함한 것은 국가간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된 조세조약의 핵심 목적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부과 제척기간·산출근거도 불복 쟁점 DL이앤씨는 이번 과세에 적용된 부과 제척기간에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사우디 소득세법상 과세당국의 세액 결정과 부과는 원칙적으로 관련 세목의 신고기한으로부터 5년 이내에 이뤄져야 하며, 미신고 또는 탈세 의도가 있는 부정확·불완전 신고가 입증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최대 10년까지 그 기간이 연장되는 것으로 규정돼 있으나, 이번 통지에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의 사업연도도 포함돼 있어 상당 부분은 이미 부과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것이다. DL이앤씨는 해당 기간 부과세액을 제외할 경우 약 160억원대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과세표준·세액산출의 구체적 기준과 계산 과정, 한-사우디 간 용역 수행분의 배분 방식 등 상세한 자료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우디 과세당국의 미흡한 산출 근거 제시가 근거과세 원칙에 반하고 납세자의 방어권 행사를 어렵게 해 절차적으로도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다. ■ DL, 이의신청·MAP 개시 추진…"8500억 실제 납부 가능성 제한적" DL이앤씨는 사우디 국내법이 정한 기한 내에 ZATCA에 공식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단계적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우디 조세절차상 과세통지일로부터 60일 이내 ZATCA에 공식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이후 ZATCA가 이를 기각하거나 법정기간 내 판단하지 않을 경우 조세분쟁위원회 절차로 불복을 이어갈 수 있다. 이와 함께 한-사우디 조세조약에 근거한 상호합의절차(MAP) 개시도 적극 검토 중이다. MAP는 양국 과세당국이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이견이 있을 때 직접 협의해 이중과세를 조정하는 절차다. 회사는 "한국 국세청과 긴밀히 협력해 MAP 개시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필요 시 조세 불복절차 외에도 현지 법원 제소 등 추가 사법 절차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대규모 과세 통지에 따른 유동성 악화 우려와 관련해 현 단계에서 통지된 금액이 곧바로 실제 납부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소득세법 상 정당한 이의 및 불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세액 납부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조세조약 해석과 과세권 범위에 대한 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공시된 금액이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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