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반도체 호황에도…1500원대 ‘요지부동’ 고환율 왜?
금융위기 이후 최장 1500원대미 통화정책 불확실성, 달러화 강세수출·경상수지와 외환수급 연결 느슨9일 인천국제공항 내 은행 환전소에 실시간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23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1540원대에 육박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1원 오른 1539.1(주간거래 종가)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5일 이후 26거래일째 1500원 위에 머물러 있다. 1500원대 지속 기간이 2009년 금융위기 때 기록(11거래일)은 넘어선 지 오래고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수준(49거래일)으로 향하고 있다.미국과 이란 종전 선언, 국제유가 하락세,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수출 급증,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 모두 원-달러 환율 하락 쪽을 가리키는 요인임에도 이에 아랑곳없다는 듯 고환율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미-이란 종전 합의 직후인 15일 장중 한때 1503.9원까지 내려가 1400원대로 진입하리라는 기대감이 잠시 일었을 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달러화가 강세를 띠면서 반등했다. 연준이 17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향후 금리 인상을 내비친 것만으로 달러 강세, 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국면이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3.50∼3.75%로 한국보다 1.25%포인트(상단 기준) 높은 현실이 원화 값을 내리누르는 기본 바탕이다.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쪽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경계감만으로도 국내 금리와 환율에는 이전 대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여기에 미-이란 간 종전 협상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는 상황도 국내 외환시장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조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협상과 관련해 양방향 쪽으로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확실성이 잔존해 있다”는 게 국내 외환시장 안정에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원화 약세의 기본 바탕인 강달러의 가장 큰 이유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와 통화정책 불확실성 확대”를 들며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경기 판단과 전망,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여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이라고 밝혔다.수출이 6월 들어서도 호조세를 보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고 있다는 점은 국내 경제의 안전판으로 여겨질 뿐 외환시장 수급 개선에 큰 영향을 못 끼치고 있다. 수출 대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 들여와 원화로 환전하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고 환율이 하락하는 예전의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수출 대금을 국외 계좌에 묶어두고 있거나 국내로 들여왔더라도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있다면 외환시장 안정과는 무관하다. 정부 당국이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주요 수출 대기업 6곳과 만난 자리에서 “수출대금을 받으면 바로 환전하고, 해외에 쌓아둔 자금도 국내로 들여와 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문다운 연구원은 다음 달 발표될 미국의 고용, 물가 지표에 따라 원-달러 환율 흐름에 영향을 줄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7월2일 발표될 미국의 6월 고용 지표가 4개월 연속 호조세로 나타날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원-달러 환율을 추가로 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이어 14일 발표될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또한 금리 향방에 영향을 줄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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