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이마트 넷마블 등 상장사 11 곳 '공시 제동'
지난 2월 법무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이사 충실의무' 사라진 구조개편에 연이은 정정 요구▲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현장조사에 참석해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법무부의 가이드라인 제정이후, 금융감독원이 대기업들의 합병 절차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르지 않거나, 형식적인 공시에 그친 대형 상장사들에게 연이어 공시 정정조치가 내려진 것.이에 따라 과거 횡령이나 배임 등 '재무 리스크'에 내려지던 공시 정정 요구가 이제는 '주주 소통 미비'와 같은 지배구조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먼저 주주과 얘기해봤나"... 기업 구조 개편에 '옐로카드' 내민 금감원▲ 법무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제출된 증권신고서 및 주요사항보고서 중 금감원이 정정을 요구한 기업 리스트 및 정정 횟수.ⓒ 금융감독원<오마이뉴스>가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25일 법무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받은 기업 구조개편 거래는 모두 7건이었다. 관련 기업은 이마트와 넷마블 등 총 11개사에 달한다.대상 기업은 ▲이마트·신세계푸드 ▲넷마블·넷마블네오 ▲엔피·위지윅스튜디오 ▲로젠·모다이노칩 ▲비씨피이이에이비드코원·에코마케팅 ▲알에프텍·에코볼트 ▲도로니콤·더존비즈온 등이다. 이번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금감원은 가이드라인 발표 다음 날인 지난 2월 26일 현대지에프홀딩스의 현대홈쇼핑 포괄적 주식교환 증권신고서에도 정정을 요구한 바 있다.금감원이 가장 많이 지적한 부분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관련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기업들이 합병이나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면서 특별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거나, 소액주주 보호 방안과 주주 소통 계획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계열사 간 합병을 추진할 때 소액주주 보호 절차를 비교적 간단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외이사 중심 특별위원회를 만들더라도 회의 내용이나 검토 과정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 일이 흔했다. 또 공시 심사가 거의 끝난 뒤에야 주주들에게 일방적으로 결과를 '통보'하는게 일반적이었다.하지만 올해 2월 법무부가 새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이드라인에는 합병 과정에서 독립적인 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공시 심사 단계부터 주주 설명회 등을 통해 소액주주와 실질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 재무적 하자가 있을 때 주로 발동해왔던 금감원 공시 제동이 대형 상장사들의 M&A 절차 전반으로 확장된 배경이다.이마트·넷마블 등 대형사 줄줄이 정정 명령... "지배주주 이익만 챙기면 통과 불가"실제 금감원은 이마트의 신세계푸드 완전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두 차례 정정명령을 내렸다. 단순한 경영 효율화를 넘어, 소액주주 가치가 훼손되지 않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한 것이다. 이후 이마트는 신세계푸드 주주들에게 지급할 주식매수청구권 매수 예정가격을 기존보다 30% 높였다.넷마블 역시 넷마블네오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특별위원회 운영 내용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정 요구를 받았다.가장 많은 제동이 걸린 사례는 엔피·위지윅스튜디오 합병 건이었다. 컴투스 그룹 계열사 간 역합병 구조였는데,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를 틈다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합병비율로 결정된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결국 두 회사는 총 네 차례나 정정 요구를 받았다.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의 에코마케팅 상장폐지 추진 과정도 금감원의 점검 대상이 됐다. 베인캐피탈은 공개매수로 지분을 확보한 뒤 남은 소액주주 지분까지 강제 매수하려 했는데, 금감원은 특별위원회가 소액주주 권익을 제대로 대변했는지 문제를 제기했다.한편 금감원의 지적 이후 기업들도 주주 소통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마트·신세계푸드는 공시 심사 중 두 차례 주주 설명을 진행했고, 엔피·위지윅스튜디오와 에코마케팅, 더존비즈온 관련 거래들도 별도의 주주 소통 절차를 마련했다. 다만 금감원은 "현재로서는 정정 요구 외에 추가 강제 수단 도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이정문 의원은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법제화된 만큼, 기업 조직개편도 이제는 주주와의 실질적인 소통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며 "정정 요구가 단순 서류 보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절차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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