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끈 오리온…밸류업·성과 보상 균형 찾기 숙제
오리온 신사옥 전경. [사진=오리온그룹][디지털데일리 유채리 기자] 오리온 노사가 임금 체계를 둘러싼 갈등 끝에 극적으로 최종 합의를 도출했다. 그러나 향후 가파른 매출 성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성과 보상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특히 최근 기업이 강화하고 있는 주주환원책과 임직원 성과 보상 체계 확대 기조가 일정 부분 상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주주들의 반발을 매끄럽게 조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 노사가 2026년도 임금 협상에 최종 합의했다. 최종 교섭안에는 임금 인상률 3.5%, 반품수당 일부 기본급 전환, 직무별 인센티브 개선안 마련, 시간외 수당 지급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변동급 비중을 낮추고 직무별 성과 보상 체계를 개선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앞서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오리온지회는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음에도 직원 보상은 제자리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지난달 26일 총파업 출정식 당시 "오리온그룹은 지난해 업계 최고 실적을 거뒀으며 배당금을 대폭 확대했고 그중 556억원이 오너 부부에게 돌아갔다"며 "반면 영업 일선에서 희생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올해 임금 인상안으로 2%를 제시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이어 "널뛰는 월 급여와 성과급식 임금 체계를 개선하는 요구는 외면하고 있으며 일상적인 연장노동에 대한 수당도 미지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5일에는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극적으로 타결된 이번 합의안에는 전 영업직군 기본급 3.5% 인상, 매월 영업직군 대부분이 받는 반품수당 50만원 중 40만원을 기본급으로 산입·개편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노사 협상을 통해 당장의 파업 위기는 넘겼지만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오리온은 글로벌 시장 선방에 힘입어 매년 눈에 띄는 실적 성장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 성장한 3조3324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7% 증가한 5582억원을 기록했다.[사진=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오리온지회]증권가 안팎에서는 오리온이 내년에는 매출 4조원을 돌파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해외법인 매출 성장률 개선과 위안화 및 루블화 등의 강세 효과 등에 힘입어 업종 내에서 돋보이는 이익 증가율을 보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문제는 이처럼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임직원 성과 보상을 지속적으로 상향하는 움직임이 자본시장 관점에서는 주주 이익과 배치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성과 보상이 영업이익 등과 일정 비율로 연동돼 인상되는 구조로 개편될 경우, 주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주주는 회사 실적이 악화되면 주가 하락과 배당 삭감 등의 리스크를 짊어지는 반면, 임직원은 경영 리스크에 대한 책임 없이 실적 상승의 과실만 취한다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삼성전자 주주단체들은 세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사전 할당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에 대해 노사 간 임금협상 범위를 넘어선 사안이라며 효력정지 가처분과 무효확인 소송 등을 언급하고 있는 상태다.장기적으로 이같은 문제의식이 오리온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리온은 최근 주주환원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은 지난 1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 안건을 의결했다. 오리온그룹은 주주환원 강화를 위해 675억원 규모의 보유 자가주식을 오는 23일 소각할 예정이다.이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의 일환으로, 앞서 오리온은 지난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일회성 비경상 손익을 제외한 연결 지배지분 순이익 기준으로 배당성향 20%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중장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주와 직원의 이해관계 상충은 자본주의 구조상 일정 부분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며 "성과급 역시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의 일종이자 중요한 자본 배치 의사 결정인 만큼 이를 합리적으로 조율하고 중재하는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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