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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줄인 은행권, 인뱅도 마찬가지

SK아이이테크놀로지중앙일보2026.06.17 00:00

직장인 이모(48)씨는 올해 말 이사를 앞두고 비상금 용도로 1억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알아봤다. 하지만 은행으로부터 한도는 5000만원 이내로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씨는 “1억원 한도를 열어두고 이사 비용이나 생활비가 부족할 때 꺼내 쓸 계획이었는데 한도가 절반으로 줄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거세진 빚투(빚내서 투자) 우려에 은행권이 신용대출에 빗장을 걸었다. 시중은행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도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고소득자도 신용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줄고, 사용하지 않던 마이너스통장(이하 마통)의 재연장 한도마저 깎이고 있다. 토스뱅크는 18일 오후 6시부터 신용대출의 최대 한도를 기존 3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한다. 신규 마통의 최대 한도도 기존 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춘다. 지난해 6.27 대출규제로 신용대출 한도가 연소득 아래로 제한된 데 이어 고소득자의 한도가 추가로 줄어든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3개월간 한도 사용률이 40% 이하인 마통도 한도 감액 대상이다. 예컨대 한도가 1억원인데 실제 사용액이 4000만원에 못 미쳤다면 재연장 과정에서 한도가 최대 40%까지 줄어들 수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이번 조치의 종료 시점은 미정이며, 앞으로 가계대출 흐름을 고려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통 개설을 아예 막은 인터넷은행도 나왔다. 케이뱅크는 16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신규 마통 접수를 중단한다. 앞으로는 고액연봉자의 신규 신용대출 한도도 축소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22일부터 마통 최대한도를 기존 2억4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한다. 최근 6개월간 한도 사용률이 20% 이하인 계좌는 최대 20%까지 한도를 감액한다. 이 조치는 다음 달부터 시행하며, 한도 5000만원 이상인 마통의 만기 연장 시 적용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 조이기는 시중은행의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은 16일부터 신규 마통 한도를 5000만원으로 낮추고, 이를 포함한 신용대출 신규 한도는 1억원으로 묶었다. 농협은행도 오는 19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한다. 마통 한도는 1억원과 대출자 연 소득의 50% 가운데 더 적은 금액으로 제한된다. 농협은행은 지난 15일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 적용하는 우대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씩 줄이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5일부터 마통 한도를 최대 20% 축소했다. 마통의 최근 3개월 한도 소진율이 10% 미만인 경우 만기 연장 시 한도를 감액하는 방식이다. 또 하루 신용대출 접수량이 내부 관리 목표치를 초과하면 비대면 신용대출은 받지 않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12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고, 마통 만기 연장 시 사용하지 않는 한도를 감액하는 기준을 강화했다. 은행권이 일제히 신용대출 문턱을 높인 데는 이유가 있다. 증시 활황에 따른 빚투 수요로 신용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비상관리 체계를 가동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지키지 못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매주 집중 점검을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용대출과 마통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지난달 전월 대비 3조7000억원 늘었다. 2021년 4월(11조8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당시에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투자 수요가 몰렸던 시기다. 올해는 코스피가 8000선을 뚫고 달아오르면서 빚투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신용자의) 마통 금리가 연 5% 중반인데 최근 증시에서는 하루 만에 10% 이상 오르는 종목도 적지 않다”며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대출 한도만 열어둔 마통마저 빚투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빚투를 억제하기 위한 대출 규제 강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실수요자와 자영업자, 중신용자에게까지 피해가 전가되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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