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검은 화요일’…10% 수직낙하
23일 코스피가 전일보다 10% 가까이 급락하며 8203.84로 마감했다. 서울 하나은행 본점에 이날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가 하루 만에 10% 가까이 추락하며 8200선으로 주저앉았다. 역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던 증시가 투매 장세로 돌아섰다.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논란과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국민연금 국내 주식 비중 재조정 우려, 증시 관련 세제 개편 논의 등이 한꺼번에 겹치며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10.71포인트(9.99%) 급락한 8203.84에 마감했다. 910.71포인트 내렸는데 하락 폭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외국인이 4조1391억원, 기관이 4조5120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우는(순매도) 동안 개인은 8조5223억원어치를 사들였다(순매수). 개인투자자의 일일 순매수 규모는 이날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된 데 이어, 코스피 시장이 20분간 거래가 정지되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까지 작동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는 총 27회로, 2008년 금융위기 기록(26회)을 이미 넘어섰다. 스페이스X 급락, 하이닉스 시총 1위…시장은 과열신호로 봤다 증권가는 이날 급락의 출발점으로 전날 발생한 시가총액 1위 교체를 지목했다. 26년 만에 보통주 기준 코스피 시총 1위에 오른 SK하이닉스는 12% 넘게 하락했고, 삼성전자 역시 12% 이상 밀렸다. 두 종목의 하락률은 모두 17년 만에 가장 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기존 시총 1위보다 이익 규모가 작은 기업이 선두에 섰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자에게 과열 신호로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AI 관련 기업의 수익성 논란, 스페이스X 주가 하락 등으로 미 증시가 얼어붙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상승 동력이었던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승인이 지연되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도 불발되면서 관련 기대감이 약화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전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당시 어떻게든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던 건 아닌지 개인적으로 반성한다”고 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장이 뒤늦게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AI 종목으로 쏠렸던 투자 심리가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발표를 앞두고 흔들리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고평가된 반도체·AI주를 중심으로 유동성 축소 우려가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각 가능성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올해 초 자산 배분(리밸런싱) 의무를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국내 주식 목표 비중과 허용 범위를 확대해 최대 28.8%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19일 기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내 국내 주식 비중이 31.4%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내 주식 비중이 허용 상단을 웃돌면서 매물 출회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1조3538억원, 최근 한 달간 2조4757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다만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주문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에 따라 시장 영향을 줄이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이 좋은 장을 기준 때문에 포기하면 우리가 바보가 될 수 있다”며 국내 주식 비중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치권의 세제 개편 논의도 시장에 불안감을 더했다. 이날 여권 주도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는 주식·부동산 투자로 발생한 미실현 이익까지 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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