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종합상사 1분기 성적표 뜯어보니
포스코·삼성물산은 믿는 게 있었네국내 종합상사 1분기 성적표가 갈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 사업을 앞세워 4사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태양광 개발 사업 성과로 영업이익 기준 LX인터내셔널을 3개 분기 만에 앞질렀다. 현대코퍼레이션도 글로벌 공급망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선방했다. 반면 LX인터내셔널은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줄었다.올해 1분기 주요 종합상사 4사(포스코인터내셔널·삼성물산 상사 부문·LX인터내셔널·현대코퍼레이션) 합산 영업이익은 621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4870억원보다 27.6% 늘었다. 겉으로는 모두 좋아진 듯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온도 차가 뚜렷하다.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 1분기 영업이익 3575억원으로 독주했다. 전년 동기보다 32.3% 늘었고, 2023년 포스코에너지와 합병한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영업이익 1090억원으로 73% 급증했다. 현대코퍼레이션도 영업이익 461억원으로 24.9% 늘었다. 반면, LX인터내셔널은 영업이익 1089억원으로 6.8% 줄었다. 주요 4사 중 영업이익이 감소한 곳은 LX인터내셔널뿐이다.과거 종합상사가 1~2%대 저마진 중개무역 중심이었다면, 이번 성적표는 매출 규모보다 가스전·태양광 개발권·팜농장·공급망 네트워크처럼 수익 자산을 얼마나 쥐었는지에서 갈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주 세넥스에너지(Senex Energy)’ 등을 통해 비(非)중동 해외 가스전 사업 경험을 축적해왔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포스코인터, 에너지가 효자삼성물산, 석탄 접고 태양광 반전포스코인터가 돋보인 이유는 매출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1분기 매출은 8조41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32.3% 뛰었다. 저마진 중개무역보다 수익성이 높은 에너지 사업 비중이 커진 덕분이다.1분기 포스코인터 에너지 부문 영업이익은 17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 늘었다. 미얀마 가스전 영업이익은 소폭 줄었지만, 호주 천연가스 기업 세넥스에너지와 터미널, 발전 부문 이익이 늘었다. 올해부터 증산을 본격화한 호주 퀸즐랜드 가스전 영업이익은 313억원으로 전년보다 230% 증가했다.포스코인터는 원자재를 단순 중개하는 회사를 넘어 직접 생산 기반을 갖춘 회사로 바뀌고 있다. 가스전 지분을 보유하고 생산량이 늘면 이익도 커지는 구조다. ‘종합상사’보다 ‘에너지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철강도 실적을 받쳤다. 철강 부문 매출은 3조8004억원, 영업이익은 598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1%, 19.7% 늘었다. 다만 소재바이오 부문은 약했다. 매출은 2조2431억원으로 0.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96억원으로 18.2% 줄었다.에너지 외 축도 넓히고 있다. 포스코인터는 미국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도 추진 중이다. 연내 최종투자결정(FID)을 앞뒀고, 성사 시 연간 100만t의 LNG를 20년간 공급받을 예정이다.식량 사업도 장기 경쟁력으로 꼽힌다. 포스코인터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삼푸르나아그로(현 PAR) 경영권을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연간 50만t 규모 팜유 정제공장도 준공했다. ‘종자-농장-착유-정제’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는 평가다.손현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포스코인터는 트레이딩 중심 종합상사에서 벗어나 가스전(E&P)과 팜농장을 중심으로 한 탐사·개발 자산 기반 이익 구조로 전환했다”며 “매출은 여전히 소재 비중이 크지만, 영업이익 절반 이상이 에너지 부문에서 나올 정도로 수익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이번 성적표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을 만든 회사다. 영업이익 규모는 포스코인터내셔널보다 작지만, 증가율과 체질 변화 측면에서는 존재감이 뚜렷하다. 영업이익 기준 LX인터내셔널을 3개 분기 만에 앞선 점도 상징적이다.삼성물산이 선방한 배경은 산업재 트레이딩 회복과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 성과다. 1분기 산업재 부문 매출은 3조891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20% 늘었다. 지난해 말 둔화했던 철강 수요가 연초 트레이딩 물량 회복으로 이어졌다. 비철금속과 비료 가격 상승도 마진 개선에 힘을 보탰다.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도 실제 수익을 냈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1분기 미국과 호주 등에서 태양광 사업 매각으로 2220만달러(약 325억원)를 벌어들였다. 포스코인터가 생산 자산을 직접 보유하는 쪽이라면, 삼성물산은 개발권을 확보하고 사업 가치를 키운 뒤 매각하는 방식에 가깝다.2020년 석탄 트레이딩 사업을 접은 선택도 성과로 돌아왔다. 삼성물산은 2018년 미국 태양광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태양광 개발 사업으로만 약 3억달러 누적 매각이익을 거뒀다. 올해 1분기에는 호주에서 첫 태양광 수익도 냈다. 미국 외에도 호주·독일에 신재생 법인을 세웠고 캐나다와 일본에서도 ESS 사업을 추진 중이다.현대코퍼레이션, 네트워크로 선방매출 늘고 이익 줄어든 LX인터내셔널현대코퍼레이션은 화려하진 않지만 선방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46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9% 늘었다. 4사 중 영업이익 규모는 가장 작지만, 경쟁력의 방향은 다르다.현대코퍼레이션의 무기는 ‘네트워크’다. 철강·자동차·플랜트 같은 전통 트레이딩 역량을 유지하면서 40여개 글로벌 법인·지사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공급망 단절 위기에 처한 국내외 제조 업체에 대체 공급망을 제안하는 식이다. 에너지처럼 대규모 자산에서 나오는 폭발력은 약하지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존재감은 커진다.LX인터내셔널은 아쉬움이 컸다. 1분기 매출은 4조211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89억원으로 6.8% 줄었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과 영업이익 차이는 1억원에 불과했지만, 삼성물산은 두 자릿수 늘었고 LX인터내셔널은 한 자릿수 줄며 순위가 뒤집혔다.자원 부문이 특히 부진했다. 1분기 자원 부문 매출은 4.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6% 줄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로 자원 시황이 개선되며 매출은 늘었지만, 인도네시아 GAM 석탄 광산 수익성 하락이 발목을 잡았다. 물류 부문도 약했다. 1분기 물류 부문 매출은 4.1%, 영업이익은 25.7% 감소했다. 물류 운임이 전년 동기보다 많게는 37% 빠진 영향이다.그렇다고 LX인터 실적을 부진으로만 볼 수는 없다. 1분기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555억원과 비교하면 96.2%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악화했던 업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연간 19만t 규모 팜농장 3곳을 운영하는 점도 공급망 자산으로 볼 수 있다. LX인터는 니켈·보크사이트·구리 등 미래 유망 광물 투자와 에너지인프라·전력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물론 1분기 성적표만으로 올해 승부가 끝난 건 아니다. LNG·태양광·자원개발은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금리와 환율,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태양광 개발 사업은 파이프라인을 계속 확보해야 매각이익이 이어진다. 가스전과 팜유 사업도 원자재 가격 사이클을 피하기 어렵다.종합상사 업계 관계자는 “종합상사도 이제 단순 트레이딩만으로는 이익을 키우기 어렵다”며 “가스전·팜농장·태양광 개발권처럼 공급망 상단 자산을 확보했는지, 위기 때 대체 공급망을 설계하는 역량이 올해 실적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1호(2026.05.27~06.02일자) 기사입니다][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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