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화장품이 한곳에… 관광 코스된 ‘K약국’
성수동 쇼핑 성지 ‘프리미엄 약국’지난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약국에서 외국인 고객들이 ‘약국 화장품’으로 불리는 더마코스메틱(기능성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이 약국은 일반 의약품은 물론 건강기능식품까지 한데 모아 판매하며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성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해민 기자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 인근의 한 약국. 패션 편집숍 외관을 한 건물 출입문 앞엔 ‘K-Beauty Pharmacy’(K-뷰티 약국)라는 입간판이 서 있었다.매장 안은 피크닉 가방 모양의 라탄(등나무) 바구니를 든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약국이 비치한 일종의 장바구니였다.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온 이도 적잖았다. 3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쓰는 이 약국은 1층 일반의약품, 2층 더마코스메틱(기능성 화장품), 3층 건강기능식품 코너를 차례로 볼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했다.약국 안에선 영어·중국어·일본어가 쉼 없이 들려왔다. 1층 증상별 의약품 코너 직원들은 태블릿 PC를 들고 외국어로 성분을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중국인 왕저우(30)는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그램)에서 성수동 필수 코스라는 글을 보고 찾아왔다”며 “다른 드럭스토어에서 보기 힘든 고함량 재생 연고와 마스크팩 등이 많아서 좋다”고 했다. 대만인 도리스 천(21)도 “더마코스메틱 종류가 많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며 “약사에게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더마코스메틱은 피부 장벽 개선이나 민감성 피부 관리 등 기능을 강조한 화장품이다.약국·드럭스토어·피부과 경계 허문 ‘프리미엄 약국’ 부상 약국이 외국인 관광객의 K-뷰티 유통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것이 일반의약품·더마코스메틱·건강기능식품을 한데 모으고 약사 상담 서비스까지 결합한 이른바 ‘프리미엄 약국’이다. 특히 성수동 일대에는 최근 1년 사이 이런 약국들이 5곳가량 들어섰다. 편집숍 같은 외관에 내부에는 건강 진단 부스를 설치해 하나의 ‘관광 쇼룸’ 형태로 진화한 곳들이다. 강남·청담·압구정 일대에서 피부 미용 시술을 받은 외국인들이 당일 오후 성수동으로 넘어와 쇼핑을 즐기는 관광 동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소비액 중 약국 업종의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06.1%로 전체 업종 중 1위를 기록했다. 성수동 일대 일부 프리미엄 약국은 외국인 카드 매출 증가율이 1만5000%를 기록할 정도다. 외국인 관광객의 약국·웰니스 분야 건당 평균 결제 금액은 약 19만4000원으로, 외국인 전체 평균 건당 결제액(약 6만8000원)의 3배에 육박한다. K-패션(13만1000원)과 일반 쇼핑(12만9000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서울 명동의 한 피부과 의사는 “최근에는 시술 후 피부 회복을 돕는 ‘애프터 케어’ 제품이 하나의 시장으로 성장했다”며 “제품을 무더기로 사 가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다”고 말했다.27년 전 실패한 모델, 다시 뜨는 이유는? 한 공간에서 의약품과 화장품을 판매하는 모델의 효시는 CJ올리브영이었다. 1999년 의약품·화장품·생활용품을 함께 판매하는 ‘한국형 드럭스토어’를 표방하며 출발했지만, 당시에는 국내 의약외품 분리 제도가 미비했고 시장의 인식도 낮아 화장품 중심 매장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제약사들이 축적된 신약 기술력을 바탕으로 뷰티 시장에 뛰어든 지금은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실제로 동국제약, 동아제약, 대웅제약 등 주요 제약사들은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를 앞세워 매년 수배 이상의 해외 수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프리미엄 약국은 이들 제약사에게 ‘플래그십 쇼룸’이자 글로벌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안테나숍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올리브영도 지난 3월 국내 제약사 화장품을 중심으로 하는 더마코스메틱 전문 코너를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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