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 마이크론이 숫자로 답했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사상 최대 분기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AI 거품론’을 잠재웠다. 세계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반도체 업황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이 실적 호조를 보이면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적표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3분기(3~5월)에 매출 414억5600만 달러(약 64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시장 전망치(358억4000만 달러)를 뛰어넘은 데다 분기 매출 사상 첫 4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영업이익(일회성 비용 제외)은 336억8100만 달러(약 52조원) 수준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효자’는 인공지능(AI) 가속기에 탑재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다. 해당 실적이 포함된 ‘클라우드 메모리’ 사업부문은 매출 137억6900만 달러(약 21조2000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그간 시장에선 AI 수요 둔화·빅테크 과잉 투자 우려가 컸다. 하지만 마이크론이 실적 선방으로 이런 우려를 잠재우면서 당분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 마이크론이 제시한 다음 분기(6~8월) 매출 전망치는 500억 달러(약 77조1450억원)로, 시장 예상치(435억8000만 달러)를 웃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2028년 산업 공급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증가하는 수요를 언제 따라잡을 수 있을지 현재로써는 가시성이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지난 몇 년 간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관련 업계 호황으로 이어졌다. 다음 달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마이크론 못지않은 실적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85조8777억원, SK하이닉스는 63조998억원이다. 일본 노무라 증권은 최근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4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삼성전자는 59만원에서 67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업체들이 현금 부족에도 유상증자와 특수목적법인(SPV) 등의 방식으로 데이터센터 투자를 강하게 지속할 전망이라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적어도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약 형태가 장기 공급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이날 마이크론은 3~5년 단위 장기계약(SCA) 16건을 체결했다며 “현재 협의 중인 계약까지 완료되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장기 계약”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지난 1분기(1~3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장기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고객사와는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고 언급했다. 그간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수요 증가→공급 과잉→가격 폭락’이 반복되며 극심한 실적 변동을 겪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불황기마다 대규모 적자를 피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장기 계약으로 사업 체질을 전환하며 미래 수익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공급 증가가 가시화하는 2027년 하반기 이후부터 가격의 급격한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공격적인 물량 공세도 고민거리다.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인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의 글로벌 D램 생산 점유율은 2025년 11%에서 2028년 말 기준 1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마이크론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주식 시장도 들썩였다. 마이크론 주가는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10% 이상 상승했다. 마이크론 주가가 움직이면서 최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한 대규모 투자 자금 조달 계획을 밝힌 SK하이닉스는 전날 대비 13.06% 오른 291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도 5.29% 올랐다.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