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로 철 만든다, 포스코 신철기시대 이끄는 추진반장

철강업계가 수소환원제철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은 중국발 저가 공세와 친환경 규제에 대응할 돌파구로 꼽힌다. 포스코에서는 ‘추진반만 세 번째’인 배진찬(57·사진) 하이렉스추진반장(전무)가 신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개발 경쟁이 치열하지만 포스코가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마디로 경제성이 떨어진다. 기존의 고로 공정이 스케일이 워낙 큰데, 코렉스 데모플랜트 공정은 사이즈도 작은 데다 원료 단가가 비싸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1991년 초 경북 포항제철소 기술발전부에 올라온 보고서는 이렇게 어깃장투성이였다. 신입 2개월차, 포항공대 1기 졸업생 배진찬의 ‘소신 분석’이었다. “포스코가 만든 대학을 나와 포스코에 기여하겠다”는 패기로 입사한 그는 이렇게 신기술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 공정이 바로 ‘코렉스’였다. 철광석과 코크스 대신 철광석 가루를 재가공한 펠렛과 석탄으로 쇳물을 만드는 공정이다. 배 전무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보고서를 받아본 상사는 특별한 말씀이 없었어요. 대신 ‘펠렛을 봤냐’고 짧게 물으셨어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원료를 눈으로 살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질문 하나가 그의 인생 항로를 바꿨다. 책상 앞이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쳐야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1994년 회사에 코렉스추진반이 생기자 “머리로 판단하지 말고 직접 부딪쳐 보자”며 자원했다. 5년 넘게 투자했지만 코렉스 공정은 미완으로 남았다. 하지만 실패가 남긴 흔적이 더 단단했다. 가루 철광석, 가루 석탄을 활용할 수 있는 유동환원로, 성형탄 기술 기반을 다졌다. 그다음 파이넥스추진반 땐 코렉스의 실패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2002년 포스코는 파이넥스 1공장을 가동하면서, 첫 공장장으로 배 전무를 낙점했다. 그의 나이 만 33세였다. 2006년 파이넥스 2공장 초대 공장장, 파이넥스 3공장 초대 공장장도 잇따라 맡았다. 초기 세팅부터 단계별 증설을 모두 책임졌다. 이번에 새로 맡은 과제는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이다. 고온의 수소와 철광석을 반응시켜 고체 철을 만들고,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로 만드는 공정이다. 현재는 고온의 수소와 분가루 환원철을 안전하게 다루는 설비 구성과 운전 방법을 설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8년 가동이 목표입니다. 30만t 규모에서는 100% 수소로 철을 만드는 건 우리가 가장 앞서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세 번째 추진반으로 인사 나고 나서 ‘봤냐’라는 질문을 다시 새겼어요. 앞서 ‘추진반’에서 배운 현장 기술과 노하우를 접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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