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제이알리츠 사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3만명의 눈물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주요 투자자산인 벨기에 브뤼셀 소재 파이낸스 타워 컴플렉스. [사진=제이알글로벌리츠][디지털데일리 강기훈기자]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오랜 기간 쌀알 모으듯 번 돈인데, 이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요?”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로 피해를 본 한 주주의 절규다. 이 짧은 물음에는 분노보다 깊은 허탈함이 담겨 있다. 믿고 투자한 상품은 무너졌고, 투자자들의 돈은 묶였지만 정작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제이알리츠는 지난달 27일 만기가 돌아온 400억원 규모 전자단기사채를 막지 못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제이알리츠는 거래가 정지됐다. 채권시장에 상장된 3종은 모두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주주와 채권 투자자를 합친 피해자만 3만명이 넘는다.사태의 발단은 제이알리츠가 투자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의 가치 하락이다.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며 담보인정비율(LTV)은 약 61.0%까지 올랐다. 대출 약정 기준을 넘어서자 해외 대주단은 제이알리츠의 임대료를 압류했다. 투자자들에게 돌아와야 할 현금 흐름이 막힌 순간이었다.가장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할 곳은 운용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다. 해외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리 부담은 갑자기 닥친 변수가 아니었다. 충분히 예견된 위험이었다. 그렇다면 자산 매각, 차입 구조 조정, 유동성 확보 등 비상계획을 마련했어야 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마주한 것은 선제 대응이 아니라 뒤늦은 회생 신청이었다.운용사의 행보는 투자자 신뢰를 더 무너뜨렸다. 김현욱 제이알리츠 주주연대 대표는 “작년 8월 27일 유증 계획이 전혀 없다는 공시를 띄우더니 불과 5개월 만인 올해 1월 기습적인 유증 공시를 단행해 주가가 급락했다”며 “감정평가 하락이나 캐시트랩 우려 등에 대해 주주연대가 질의해도 제대로 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투자자들이 묻는 것은 단순한 손실 보전이 아니다. 위험을 알고도 방치했는지, 몰랐다면 왜 몰랐는지, 알고 있었다면 왜 제때 알리지 않았는지를 묻고 있다. 그러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신용평가사 책임도 가볍지 않다. 불과 지난달 17일까지만 해도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제이알리츠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로 유지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등급은 D로 급전직하했다.심지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기 하루 전까지 제이알리츠의 신용등급은 투자적격인 BBB+였다. 신용등급은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 투자 때 참고하는 핵심 지표다. 투자자들에게 ‘투자적격’이라는 말은 안심의 근거였다. 그 근거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면 신평사도 책임 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정부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3년간 상장리츠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24차례 실시했다. 스타에스엠리츠, 롯데리츠 등의 위법 행위도 적발했다. 그러나 제이알리츠의 차입 구조와 해외 자산 리스크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현장검사가 위법성 점검에 치우친 사이,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위험 신호는 놓쳤다. 법을 어겼는지만 보는 감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투자자 돈이 어디에 묶여 있는지, 만기 구조는 감당 가능한지, 해외 자산 가치 하락이 현금 흐름을 끊을 수 있는지까지 살폈어야 했다.이번 사태는 어느 한 곳의 실수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운용사는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신평사는 경고음을 늦게 울렸다. 감독당국은 구조적 위험을 미리 살피지 못했다. 그 대가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갔다.은퇴를 앞둔 투자자들이 있었다. 월급을 쪼개 모은 돈을 넣은 사람도 있었다. 안정적인 배당과 신용등급을 믿은 이들도 있었다. 이들에게 제이알리츠 사태는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다. 믿어도 된다고 여겼던 시장 시스템이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배신감이다.“누가 책임지나요”라는 주주의 질문은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 제이알리츠 사태의 수습은 회생절차 개시로 끝날 일이 아니다. 운용사와 신평사, 감독당국이 각각 무엇을 놓쳤는지 따지고 투자자 피해를 줄일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3만명의 눈물을 개인의 투자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시장이 놓친 경고음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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