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가뭄에 우량기업 줄줄이 경영권 매각

에이프릴바이오 지배구조 재편휴젤·더존비즈온 이어 자본 한계비수도권 후속 투자 생태계 과제춘천에 본사를 둔 바이오기업 '에이프릴바이오'가 TKG휴켐스와 IMM계열 투자자들을 상대로 3468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우선주(CPS) 발행에 나서며 지배구조 재편에 들어갔다.기존 최대주주인 차상훈 대표와 TKG휴켐스 간 경영권 변경 계약이 함께 체결됐지만, 거래 이후에도 차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고 차 대표측 추천 인사가 이사회에 남는 구조여서 '매각'보다는 대규모 투자 유치와 경영권 조정이 결합한 거래에 가깝다. 확보한 자금 역시 연구개발과 인력 운영 등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프릴바이오 측은 공시를 통해 "이번 거래로 확보한 자금을 연구개발과 운영자금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거래 종결 이후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이사회 재편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강원에서 성장한 대표 기업이 외부자본으로 재편되는 흐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보툴리눔 톡신을 대표적으로 생산하는 춘천 기반 바이오기업 휴젤은 2022년 최대주주가 아프로디테 애퀴지션 홀딩스 LLC로 변경됐다. 이 법인은 CBC그룹·GS그룹·IMM인베스트먼트·무바달라가 참여한 인수목적법인으로, 2026년 3월 말 기준 휴젤 지분 43.5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더존비즈온 역시 2025년 스웨덴계 사모펀드 EQT와 경영권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외부자본 편입 수순을 밟았다.세 사례의 거래 구조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뒤 필요한 자금을 지역 내부에서 조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바이오기업은 임상과 연구개발에 장기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여서 수백억에서 수천억원대 장기자본 확보가 핵심이다.에이프릴바이오 역시 기술수출 성과를 낸 상장사지만 후속 임상과 파이프라인 확대를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고, 결국 외부 투자자와 손잡는 방식을 택했다.배경에는 수도권에 집중된 투자 생태계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비수도권 벤처기업 비중은 40% 수준이지만 벤처투자 비중은 20%에 그쳤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자료를 인용한 한국무역협회 분석에서도 VC 투자기관의 94.5%가 수도권에 몰려있다.강원권은 비수도권 안에서도 투자 기반이 얇다. 결국 강원 기업이 상장 이후 스케일업이나 글로벌 진출, 임상 확대에 필요한 대형 자금을 마련하려면 서울 등 수도권이나 해외 자본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결국 에이프릴바이오, 휴젤, 더존비즈온 사례가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강원은 기업을 키울 수는 있지만, 왜 그 기업이 가장 큰 자금이 필요한 순간에는 지역 밖 자본에 기대야 하느냐는 것이다. 지금의 강원 산업정책은 유치와 창업, 초기 투자에 무게가 실려 있다. 그러나 지역에 필요한 것은 '기업을 데려오는 정책'만이 아니라,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이 다음 단계로 갈 때도 경영권과 의사결정의 무게중심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후속 자본 생태계다. 김혜정 기자#경영권 #매각 #강원 #가뭄 #우량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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