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떡볶이 등 줄인상…‘일상’이 비싸진다
식음료·외식업계, 재료비·환율·물류비 부담에 잇따라 가격 조정 안 올린 업체들도 “더는 힘들어” 호소…하반기 인상 흐름 커질 듯# 경기 과천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김모씨(35)는 얼마 전부터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 오래 진열돼 할인하는 채소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든 채소를 사기가 꺼려졌지만 익혀 먹으니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김씨는 아이들 음식 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미국산 달걀을 사기 위해 지난 주말 아침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았다. 국산은 30구 한 판이 1만1000원인 반면 미국산은 5880원으로 반값 수준이었다. 김씨는 “아이들 건강을 생각하면 운송 기간이 짧은 국산 달걀을 사고 싶지만 가격차가 너무 커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40대 여성 장모씨는 올해 들어 외식을 한 적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가끔 집에서 배달앱을 통해 시켜먹던 치킨, 족발 등도 최근엔 냉동제품을 구입해 간단히 조리해 먹기 시작했다. 장씨는 “육아를 병행하며 음식을 해먹는 게 쉽지 않지만, 이거라도 아끼지 않으면 돈을 모으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최근 식음료·외식업체들이 원재료비와 환율, 물류비 등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상품 가격을 잇달아 인상하고 있다. 특히 6·3 지방선거 이후 이런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5% 상승했다. 2022년 7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9.2% 급등한 이후 3년10개월 만의 최고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도 1년 전보다 3.1% 오르면서 2년2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생산자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들은 외식을 줄이고 최저가 상품을 찾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롯데칠성음료는 오는 26일부터 12개 음료 브랜드의 44개 품목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한다고 23일 밝혔다. 2024년 6월 이후 2년 만의 가격 인상이다. 게토레이(6.3%), 마운틴듀(6.1%), 밀키스(6.0%), 칸타타(5.7%), 펩시콜라(5.0%), 칠성사이다(4.3%), 핫식스(4.0%) 등 대표상품들의 출고가가 일제히 오른다. 음료산업은 나프타로 만드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등 포장재가 원재료비의 50% 안팎을 차지한다. 국제 알루미늄 시세(런던금속거래소)는 미국의 관세 인상과 중동전쟁 영향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더해져 지난해 5월 t당 2440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3670달러 수준으로 1년 만에 50%가량 올랐다. 소비여력 줄어든 서민들, 외식·의류 비용부터 줄여국제 나프타 시세(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도 같은 기간 t당 568.6달러 선에서 957.7달러 선으로 68% 상승했다.롯데칠성은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 기조에 동참하고자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했으나, 생산원가 부담이 가중돼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저가 커피 브랜드 메가MGC커피는 지난 19일 ‘할메가커피’ 3종 가격을 200원씩 인상했다. 이디야커피도 지난 6일 매장 내 스틱커피와 커피믹스 제품 가격을 최대 15.2% 올렸다.더본코리아도 이달 9일 역전우동, 한신포차, 롤링파스타, 빽보이피자, 새마을식당 등 11개 외식 브랜드의 일부 메뉴 가격을 최대 20%, 평균 11% 인상했다. 동대문엽기떡볶이 운영사인 핫시즈너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내년 7월부터 모든 제품 판매가를 약 7% 인상한다고 전날 공지했다.올 하반기에는 가격 인상 흐름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는 통상 2~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내수 중심 회사들은 롯데칠성과 동일한 이유로 다들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 버티면서 환율과 원재료 시세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원가 압박이 크지만 중동전쟁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혼란 시기에 꼼수 인상했다는 비난을 받을까봐 일단 자체적으로 감내하고 있다”고 밝혔다.소비여력이 줄면서 서민들은 먹고 입는 비용부터 조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회조사’ 결과, 19세 이상 가구주는 가계재정 상황이 악화할 경우 가장 먼저 줄일 지출 항목으로 외식비(67.2%), 의류비(43.1%), 식료품비(40.4%), 문화·여가비(39.6%) 등 순으로 꼽았다. ‘서민메뉴’의 평균 가격도 1만원을 넘긴 지 오래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을 보면 지난달 서울 지역의 주요 외식 품목 시세는 냉면 1만2615원, 비빔밥 1만1769원, 칼국수 1만38원 등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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