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행태의 변화가 불러온 자영업의 위기[이정희의 경제돋보기]
인구 고령화 속 자녀 독립도 늦어저녁모임 감소 등 자영업 전망 어두워정부대책도 기술교육 지원 등에 맞춰야코로나19 엔데믹 선언이 3년이 지났지만 내수경기는 침체를 이어가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평가정보가 국회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채무불이행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약 333만 명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1139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개인사업자 중에 금융기관 대출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채무불이행 대출금액도 작년 말에 비해 7.7% 증가했다. 여기에 시중 금리까지 빠르게 오르면서 자영업 채무자들의 시름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특히 60대 이상의 개인사업자의 대출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말과 비교해서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제 일선에서 물러나서 쉬어야 할 60대 이상의 국민들이 노후 준비와 자녀들 독립이 늦어지면서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자영업 시장에 진입하거나 악화되는 사업성에도 불구하고 일을 놓지 못하고 있다.최근 증가하는 대출은 사업규모를 키우고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사업 영위를 위한 운전자금의 성격이 짙다. 사업의 어려움 속에 받는 운전자금 대출은 향후 내수경기 회복이 늦어진다면 상환의 어려움은 커질 수 있다.자영업자를 둘러싼 사업환경이 이렇게 어렵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이고, 앞으로의 자영업 전망은 어떻게 될까. 일본 장기불황의 주 원인의 하나인 인구 고령화에 의한 소비침체가 국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인구 고령화는 소비를 위축시키고 나아가 내수경기 침체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고령화에 더해 청년 일자리 감소로 자녀들의 독립이 늦어지면서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 행태가 크게 바뀌면서 자영업자를 둘러싼 사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졌다. 코로나19와 함께 온라인쇼핑이 크게 증가한 것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저녁모임도 줄었다. 저녁모임 감소는 자영업자에게는 매출감소의 직격탄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자영업 업종이 저녁시간대 매출 의존도가 높은데 저녁모임 감소는 이들 자영업자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소상공인·자영업 비중에서 약 30%에 이르는 외식업은 대표적으로 저녁모임 감소에 타격을 받았다. 또한 노래방, 유흥주점, 당구장, 대리운전, 택시업 등도 저녁모임 감소에 타격을 많이 받은 업종들이다. 이러한 생활방식의 변화는 최근 서울교통공사가 코로나19 전후 서울지하철 이용 패턴 조사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9년 평일 서울지하철 하루 평균 승차 인원이 547만6000명에서 지난해 506만7000명으로 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 심야시간대 승차 인원은 훨씬 크게 줄어들어 2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에서 야간 시간대에도 붐비는 강남역 승차 인원도 약 46%로 크게 감소한 것을 볼 때 야간시간대 소비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렇게 인구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생활방식과 소비 행태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자영업의 시장 전망은 밝지 않고 폐업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앞으로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 지원정책은 최대한 실효적인 맞춤형(커스트마이징) 정책으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의 희밍리턴패키지 사업도 재창업보다는 기술교육 지원 등을 통한 일자리 찾기에 보다 중점을 둬야 한다. 이제 정부는 자영업자 감소를 추세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응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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