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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만 웃는 영구채, '유증 기피' 현상이 판 키웠다

지역난방공사블로터2026.06.17 00:00

국내 증권사와 일반기업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이 제2금융권으로 리스크가 전이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지만, 꼼수 발행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자본 조달 기능인 유상증자가 발표와 동시에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영구채 발행으로 눈을 돌리는 풍선효과를 낳았다는 평가다.'레버리지 턱밑' 증권사…영구채로 운용여력 확보16일 넘버스 리그테이블 자체 집계시스템 '넘버스풀(Numbers Pool)'에 따르면 증권사와 일반 기업은 2020년 이후 영구채 발행을 통해 트랜치 합산 49조3520억원을 조달했다.일부 대형 증권사는 파생결합증권과 구조화상품 발행, 발행어음 사업 확대, 위험자산 투자 증가 등으로 레버리지 비율이 규제 한도에 근접했다. 발행어음 확대와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진출 준비 등으로 레버리지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전체 증권사의 평균 레버리지 비율은 2010년 6.3배에서 2025년 9.2배로 증가했다. 1분기 말 조정레버리지 별도 기준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키움증권은 각각 10.5배를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12.8배까지 올라섰다.이들 증권사들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하는 신종자본증권을 레버리지 관리 수단으로 활용했다. 증권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 장부상 자본이 늘어난 것으로 반영된다. 단순 계산하면 신종자본증권 100억원이 자본으로 인정될 경우 한도상 최대 1100억원 규모의 자산 운용 여력이 생긴다.무엇보다 대주주 지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증권사가 규제 한도 내 최대 11배의 자산을 추가로 운용하면서도 조달 성과는 대주주에게 귀속되는 셈이다.익명을 요구한 IB 업계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지분 희석 없이 레버리지 여력을 키울 수 있는 수단"이라며 "운용자산 확대 성과가 기존 대주주 중심으로 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일반기업도 가세…"대부분 저축은행이 샀다"유동성 확보와 부채비율 관리가 필요한 비금융 기업과 공기업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다. SK텔레콤은 2023년 5월 4000억원의 6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지역난방공사도 같은해 9월 25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신세계디에프와 이마트24는 각각 1000억원씩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했다.높은 금리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은 부동산 PF 부실 이후 대안을 찾지 못한 저축은행들이 대부분 소화했다.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3%대 중반인 점을 감안하면 5% 이상 신종자본증권은 1~2%p의 마진(스프레드)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처로 여겨진다.다만 저축은행은 발행사의 후순위성 신용위험을 떠안게 된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사가 파산할 경우 원금 변제 순위가 일반 채권보다 밀려 원금 회수가 어렵다.발행사의 재무 상태가 나빠지면 부도 선언 없이도 이자 지급을 미룰 수 있어 저축은행의 예금 이자 지급에 타격을 준다. 여기에 발행 기업이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만기를 늘려버리면 자금이 수십 년간 묶이게 된다.IB 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이 사모 방식을 통해 저축은행에 물량을 집중 매각하는 것은 폭탄 돌리기식 관행"이라며 "위험을 전가하는 구조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고강도 조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유증=폭락' 공식 속 생존 전략 해석도각에서는 발행 비용이 비싼 신종자본증권 시장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유동성 확보 관점에서 보면 꼼수 발행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시각이다. 사실상 기업들이 신종자본증권 시장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주가 지수가 상승하는 시장 활황기일수록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기업은 부실하다는 낙인이 찍히기 쉽다. 과거 물적분할이 규제에 직면했던 것처럼 유상증자 역시 일종의 금기어가 된 셈이다. 금융당국도 유상증자를 신고한 기업에 증권신고서를 반복해서 반려하거나 정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상증자가 발표와 동시에 주가가 떨어지는 공식처럼 굳어지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피로감과 조달 리스크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 가깝기 때문에 단순히 도덕적 해이나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재단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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