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 휴전’ 끝났다, 석화는 다시 구조조정 전쟁
“전쟁이 끝나도 나아질 게 없어요. 이젠 비싸게 들여온 원료로 생산해야 하고, 중국 생산도 다시 늘어날 테니까요.” 18일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업계 전망이 어둡다고 전했다. 전쟁 기간에는 원료 수급 차질 우려로 구조조정 논의가 멈췄지만, 전쟁이 끝나면 다시 중국산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 문제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구조조정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어서다. 전쟁 기간 석화업계에서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줄였다가 원료 공급난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서 원료 조달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한국은 나프타 소비량 45%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그중 77%는 중동산이다. 나프타 수급 불안에 공장은 가동률을 낮췄고, 종량제 봉투·의료용 수액팩 대란 소동이 생기기도 했다. 석유화학 사업 재편의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가 발등의 불인 나프타 수급 문제를 해결하느라 구조개편 작업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보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 범용 석유화학 제품 수익성 악화 등 근본적인 구조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삼정KPMG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률로 설비를 대폭 늘렸다. 전쟁 후 공급 과잉이 다시 이어질 거란 의미다. 정부와 업계는 지난해부터 대산·여수·울산 등 국내 3대 석유화학 단지를 중심으로 NCC 통폐합과 설비 감축을 추진해왔다. 전쟁 중에도 사업 재편 절차를 진행해온 대산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사업 재편이 진행 중이다. 이달 롯데케미칼 대산을 물적분할해 ‘롯데대산석화’가 만들어졌고, 오는 9월까지 HD현대케미칼과 신설회사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양사가 통합법인에 6000억원씩 출자하고, 원료부터 제품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반면 여수와 울산은 전쟁 이후 사업 재편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여수에서는 여천NCC(한화솔루션·DL케미칼 합작회사)·롯데케미칼이 지난 3월 정부에 사업 재편 계획안을 제출한 뒤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수의 다른 사업장인 LG화학과 GS칼텍스는 아직 사업 재편 계획안도 제출하지 못했다. 특히 GS칼텍스의 대주주가 외국계 대기업인 셰브론이어서 구조 재편 과정에서 합작회사 설립이나 설비 통폐합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산의 SK지오센트릭·대한유화·에쓰오일의 사업 재편 계획안도 나오지 않았다. 울산은 에쓰오일이 9조원을 투입한 샤힌프로젝트 설비 완공이 다가오면서 구조조정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시작한 뒤 바짝 속도를 내야 했는데, 전쟁으로 기회를 놓쳤다”며 “하반기에라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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