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광풍, 월가가 '주가상승의 교과서'로 꼽은 기업
[반준환의 미국 스몰캡(23)]커넥터 기업 암페놀, 공장 풀로 돌려도 제품이 없어서 못팔아…[편집자주] 숫자 뒤 스토리를 읽어야 진짜 투자가 보입니다. 한국주식도 미국 스몰캡 생태계를 알면 α를 낼 수 있습니다. 기술의 언어를 투자의 언어로 풀어내는 전문기자와 글로벌 특화분석 원리서치의 투자 나침반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반보(半步)만 앞서면 남들이 모르는 길이 보일겁니다. 난해한 기술주 투자, 이제 쉽고 재미있게 즐겨보세요.반준환의_미국 스몰캡 컷최근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서 광케이블이나 커넥터 같은 데이터 신호를 전송하는 부품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거대해질수록 신호가 흐를 통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AI 전용 랙(rack)은 전통적인 CPU서버보다 광케이블이 10~36배 더 필요하다. 엔비디아의 최신 시스템 GB200 NVL72 한 대에 들어가는 케이블만 5184가닥이다. 속도와 데이터 용량 때문에 구리케이블을 광케이블이 대체하는 중인데 시중에 판매되는 광케이블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광섬유 1위 코닝은 올해 초 메타와 약 8조7000억원(60억달러) 규모의 다년 공급계약을 맺었는데, 이 직후 2026년 생산 분량 재고가 모두 동났다. 최신 AI 슈퍼컴퓨터 내부에 설치돼 있는 케이블 배선을 합치면 3km가 넘는다.광케이블 뿐 아니라 커넥터도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다. 데이터가 이동하는 고속도로가 케이블이라면 커넥터는 고속도로 IC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GPU나 CPU에서 아무리 연산을 빠르게 해도 케이블이나 커넥터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데이터 전송이 느려지면 모든 시스템이 다운 그레이드된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반도체 업체들이 커넥터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현재 미국 증시에서 제일 뜨거운 회사는 암페놀이다. 전선과 전선, 칩과 칩을 연결하는 커넥터와 케이블을 만드는 평범한 기업이었는데 AI 광풍이 불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루고 있다. 2025회계연도 매출은 1년 만에 52% 급증한 34조6420억원(231억달러)을 찍었다. 한때 업계 부동의 1위였던 TE커넥티비티(TE Connectivity)를 매출에서 추월하고 세계 최대 커넥터 기업에 올라섰다. 시가총액은 약 244조원(1625억달러)에 이른다. 암페놀 회사 개요/그래픽=김다나라디오 부품 하나로 출발한 작은 가게, AI시대 주역으로 부상암페놀의 출발점은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2년 미국 시카고였다.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 아서 슈미트(Arthur Schmitt)는 라디오 진공관을 꽂는 튜브소켓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소켓은 깨지기 쉬운 세라믹이나 가공이 까다로운 베이클라이트로 만들어졌는데, 절연 플라스틱(페놀수지)을 활용하면 더 빠르고 값싸게, 더 튼튼하게 소켓을 찍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슈미트는 1932년 11월 시카고에 아메리칸 페놀릭(American Phenolic Corporation)이라는 회사를 세웠는데, 긴 이름을 줄여 암페놀(Amphenol)이라 부르는 고객들이 늘어나자 1940년대 정식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라디오 대량생산 시대가 열리면서 암페놀의 값싸고 튼튼한 소켓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제2차 세계대전의 수혜도 입었다. 암페놀은 전투기와 군용 라디오 등 군수 장비용 커넥터의 핵심 공급사로 떠오르며 성장세를 구가했고 1958년 자동차 시계 제조사 조지 W. 보그(George W. Borg)와 합병한 데 이어, 1967년에는 컴퓨터·전자 기업 벙커-라모(Bunker-Ramo)에 합병됐다. 이후 1981년 화학 대기업 얼라이드(Allied)가 벙커-라모를 인수하면서 암페놀은 매각대상에 올랐고 결국 LPL인베스트먼트그룹이 1987년 4월 암페놀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암페놀은 1991년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과 1997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경영권인수가 이어졌고 2000년대 초반 KKR도 지분을 정리하고 떠났다. 이 이후로는 패시브 펀드를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주요주주에 올라있다. 뱅가드그룹, 블랙록, 피델리티, 스테이트스트리트, 캐피탈리서치 등 기관들이 전체 주식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암페놀의 사업구조를 뜯어보면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굵직굵직한 본부형태가 아니라 독립 채산제 형태의 사업부로 나눠져 있다. 사업부가 무려 130개가 넘는다. 사업부는 별도의 제너럴 매니저(GM)가 이끌며 설계·생산·영업·손익(P&L)을 모두 책임진다. 사실상 130개의 작은 회사가 한 깃발 아래 모여 있는 형태다. 암페놀이 매년 평균 5~10건의 기업을 사들이는 M&A딜에 나서다보니 생겨난 결과다. 본사 인력은 최소한으로 유지한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신규 인수기업을 흡수해도 조직이 비대해지지 않는다.인수한 기업의 경영진과 문화는 대체로 그대로 두고, 손익 책임만 명확히 부여한다. 테라다인 커넥션시스템(2005년), GE 첨단센서사업부(2013년), FCI(2016년), MTS 센서사업(2021년), 칼라일 인터커넥트(CIT, 2024년·3조375억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매출의 65%가 미국 밖에서 나오고 자동차·항공우주·방산·산업·통신·데이터센터까지 전방산업이 고르게 분산된 배경이다. 어느 한 시장이 흔들려도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구조다.암페놀에 따르면 최근 4년 만에 매출이 두 배 넘게 늘었다. 2024회계연도 약 22조8000억원(152억달러)이던 매출은 2025회계연도 34조6420억원(231억달러)으로 1년 만에 52% 뛰었다. 2025년 조정 영업이익률은 26.2%로 사상 최고였고 잉여현금흐름(FCF)은 6조6000억원(44억달러)에 달했다. 2025회계연도 EPS 5010원(3.34달러)은 전년 대비 77% 급증한 수치다.리더십도 90여년 만에 새 국면을 맞았다. 1997년부터 회장을 맡아온 로플러가 2026년 5월 정기주총을 끝으로 50여년 인연을 마무리하고 은퇴했다. CEO 애덤 노위트가 회장직까지 겸하게 됐다. 노위트는 1998년 입사해 RF·마이크로파 사업부를 거쳐 2009년 CEO에 오른 인물로, 산업계에서 손꼽히는 경영자로 평가된다.암페놀 재평가의 핵심 동력은 단연 AI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커넥터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AI 학습은 수만 개의 GPU가 거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이뤄진다. 칩 자체의 연산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칩과 칩 사이를 잇는 배선의 속도가 따라주지 못하면 전체 성능이 그 지점에서 막힌다. AI 컴퓨팅 밀도를 가로막는 결정적 병목이 바로 고속 인터커넥트인 셈이다.엔비디아의 GB200 NVL72가 이 병목을 푸는 방식이 상징적이다. 엔비디아는 72개 GPU를 잇는 데 광케이블 대신 구리케이블을 택했다. 이유는 전력이다. 같은 작업을 광모듈로 처리하면 트랜시버 수백만 개가 필요하고, 시스템 전력이 40메가와트(MW)나 더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래서 짧은 거리는 값싸고 전력 효율 좋은 구리로 직접 연결하기로 했다. 한 랙에만 구리케이블 5000여 가닥이 들어간 배경이다.이 구리 다발의 양 끝과 백플레인(backplane)을 잇는 부품이 암페놀의 '팔라딘 HD 224G' 커넥터다. 커넥터 한 개에 차동신호쌍(differential pair) 72개가 집적된다. 신호 속도는 차선(lane)당 224기가비트(Gbps)에 이른다. 암페놀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NVLink 백플레인 인터커넥트의 1차 공급사로 암페놀의 '울트라패스 팔라딘' 제품을 선택했다.주목할 점은 서버 한 대당 들어가는 커넥터 금액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불어난다는 사실이다. GPU가 빨라질수록 신호 손실에 더 민감해지고, 더 정교하고 비싼 고속 커넥터·케이블이 더 많이 필요해진다. AI 서버가 한 대 팔릴 때마다 암페놀의 '매출 영토'가 함께 넓어지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 커넥터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28%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암페놀은 지난해 실적도 좋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 좋다. 1분기 매출이 11조4302억원(76억달러)으로 전년동기대비 58% 급증했다. 회사는 매출성장 대부분이 AI 관련 수요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분기 수주는 14조1000억원(94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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