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된 LCC… 모기업 곳간 축내나

고유가 지속에 항공사 경영난 제습기와 공기청정기를 주력으로 하는 중견 기업 위닉스의 최근 가장 큰 고민은 2024년 인수한 파라타항공이다. 코스닥 상장사이면서 최근 수년간 3000억원 안팎의 연매출을 꾸준히 올려온 이 회사는 2022년 자금난으로 회생 절차를 밟던 플라이강원 지분 100%를 200억원에 인수했다. 위닉스는 약 1000억원 가까이를 더 투입해 파라타항공을 출범시킨 후, 작년 9월 말 첫 상업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반년도 안 된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이 터지며 고유가 직격탄을 맞았다.그 여파는 모기업 위닉스를 흔들고 있다. 위닉스는 올 1분기 매출이 123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2% 늘었는데, 영업손실 규모는 54억원에서 217억원으로 4배가 됐다. 항공업계에선 파라타항공에 대한 자금 지원 부담이 실적을 누르는 상황에서, 전쟁 여파로 2분기 이후엔 재무 구조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최근 수년간 LCC(저비용 항공사)를 품은 기업들은 고유가 앞에서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작년 6월 티웨이항공을 인수해 트리니티항공을 출범시킨 대명소노그룹이나, 에어프레미아 항공 최대 주주 타이어뱅크 그룹 등이 대표적이다.항공사는 국경을 넘어 하늘을 나는 광고판으로 모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호텔·리조트 등 레저 사업과 시너지도 커서 늘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전쟁으로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유류비, 인건비 등 대규모의 고정비가 들어간다는 단점이 부각되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형국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모기업 고민거리 된 항공사 파라타항공은 전쟁 초기만 해도 감편 규모를 최소화하고 고객 서비스 질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최근 3개월 연속 국내 항공사 중 국제선 탑승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유가 장기화로 긴축을 시작했다. 상징적으로 다음달 대표이사가 급여 전액을 반납하고 임원들 급여도 30% 삭감하기로 했다.지난해 6월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며 종합 레저그룹을 지향했던 대명소노그룹은 1년도 안 돼 생존이 더 급한 과제가 됐다. 트리니티항공은 올해 3월 업계 최초로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최근엔 11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 8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에어프레미아도 최대 주주인 타이어뱅크 그룹의 자금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에어프레미아는 전쟁 여파가 본격 반영되기 전인 올해 1분기에도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완전 자본 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지난 4월 무상 감자를 단행했고, 하반기에는 유상증자를 추진할 예정이다.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도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으로 3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는데, 업계 안팎에서는 이 자금을 제주항공을 지원하는 데 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인수 뒤가 더 중요한 항공업 2023년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인수한 이스타항공도 크게 다르지 않다. VIG는 인수 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20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최근 수년간 수익 실현을 위해 인수자를 찾고 있지만, 최근 고유가로 매각이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최근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를 하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전환됐지만 항공업계의 부진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약 4개월간 누적된 적자와 쪼그라든 장거리 여행 수요가 회복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시기 항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유류비, 인건비 등은 결국 모기업이나 최대 주주의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LCC 업계 재편이 일어날 것이란 반응도 있다.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인수 대금보다 인수 이후 들어가는 운영 자금이 더 무서운 산업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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