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선진화 외치더니… ‘관치 투자’ 역주행 논란

李, 최태원·이재용 잇따라 만나이사회 건너뛰고 투자 이끌어내해외선 지자체들끼리 공개 경쟁 청와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호남에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간 내세워온 자본시장 선진화 기조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소액주주 보호를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호남 투자를 끌어내는 과정에선 오너 한 사람과의 소통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너 지분이 적거나 없는 계열사를 정부 압박으로 투자하게 만드는 건 주주 이익 우선이라는 자본시장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한다.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수많은 국내외 주주를 두고 있다. 정부는 이사회나 주주가 아니라 오너 한 사람과 소통해 투자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화를 강조해온 현 정부가 지배구조의 약점을 이용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지분이 없는 최태원 회장이 SK㈜ 지분(17.9%)을 통해 SK스퀘어를 거쳐 SK하이닉스의 천문학적 투자를 결정하게 만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이재용 회장의 직접 지분은 1%대다.지분 1% 미만 보유 소액주주는 삼성전자가 420여만명, SK하이닉스가 118만명 이상이다. 두 회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50% 안팎이다. 하지만 광주 반도체 공장 추진 과정에서 이사회의 견제 장치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경영진이나 정부가 이사회를 통하지 않고 중대한 결정을 하는 일은 정부가 추진해온 자본시장 개혁과 반대되는 행동”이라며 “이사회가 임시 회의를 소집해서라도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청와대가 총수들을 압박하고 정부는 파격적인 당근책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회동이 이뤄진 25일 산업통상부는 비수도권에 반도체 팹을 건설할 경우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 건설 비용을 최대 100%, 즉 전액을 국비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과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 특별법의 세부 실행 지침이다.지원 대상에는 전력 시설, 용수 시설, 폐수·폐기물 처리 시설, 진입 도로 등이 모두 포함된다. 광주 지역은 용수 확보와 대규모 전력 수급, 관련 산업 생태계 부족이 최대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번 시행령에 따라 광주 반도체 팹 건설이 이뤄질 경우 막대한 인프라 조성에 국가 재정이 투입될 전망이다.해외에선 지방자치단체가 기업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내세워 자율 경쟁한다. 아마존은 제2본사 부지를 정할 때 북미 전역 지자체를 상대로 공개 경쟁을 붙였다. 크고 작은 230여 지자체가 세금 감면과 부지 무상 제공 등 인프라 지원을 제안했고, 아마존은 인재 확보 가능성을 따져 2018년 미국 버지니아주를 낙점했다.테슬라가 미국 공장을 지을 때도 네바다, 텍사스 등 주 정부가 수억 달러의 세제 혜택을 제안하며 경쟁했다. 텍사스주가 재산세 감면 등 구체적 인센티브로 2020년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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