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플라자까지 AKIS 아래로…애경그룹 '숨 가쁜' 자산 재배치
애경그룹이 AK플라자를 정보기술 계열사 AKIS의 자회사로 편입하며 그룹 자산 재배치에 나섰다./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애경그룹이 제주항공에서 되사온 정보기술(IT) 계열사 AKIS 아래에 AK플라자를 편입하며 그룹 자산을 재배치한다. 애경산업과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한 데 이어, 재무 부담이 누적된 백화점 사업의 관리 주체를 AK홀딩스에서 AKIS로 바꿨다. AKIS의 인공지능(AI)·데이터 역량을 AK플라자의 오프라인 유통사업에 접목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AK홀딩스 직속에서 AKIS 아래로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KIS는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AK플라자 지분을 총 562억여원에 사들여 지분율을 82.71%로 높일 예정이다. AK홀딩스는 같은 날 AKIS에 565억원을 연 4.6%로 빌려주기로 했다. 지분 매입대금과 대여금 차이가 3억원에도 못 미쳐 사실상 지주사가 인수자금 대부분을 공급하는 구조다.거래가 마무리되면 AK플라자는 AK홀딩스의 직접 자회사에서 AKIS의 자회사로 바뀐다. 지주사인 AK홀딩스 기준으로는 손자회사로 한 단계 내려가는 셈이다. 그간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에 분산돼 있던 지분도 AKIS 한 곳으로 일원화된다.시장 일각에서는 향후 매각이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분을 단일 회사에 집중하면 의사결정과 거래 구조가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AK홀딩스 관계자는 "그룹 포트폴리오와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일 뿐"이라며 "현재 AK플라자 매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이번 개편으로 AK플라자의 재무 부담이 AKIS로 완전히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AK홀딩스는 AK플라자의 한국증권금융 차입금 311억원 연장을 위해 보유 중인 애경케미칼 주식 530만주를 계속 담보로 제공한다. 소유권은 AKIS 아래로 내리되, 인수자금 조달과 신용 보강 등 실질적인 재무 책임은 여전히 지주사가 지는 형태다.애경그룹 지배구조 재편/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유동성 압박이 쏘아 올린 공…계열사 간 '자금 순환'의 한계이번 자산 재배치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그룹 전반의 유동성 압박이 자리한다. 제주항공과 애경케미칼이 지난해 나란히 영업적자로 돌아선 데다 투자 부담까지 이어지면서 지주사 차원의 현금 확보가 시급해졌다.AK홀딩스는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 지분을 매각해 3171억원을 확보했지만, 이 가운데 약 1510억원은 기존 주식담보대출 상환에 사용했다. 남은 자금도 재무 위기를 겪는 계열사 지원에 투입됐다. AK홀딩스는 2024년 12월 AK플라자 유상증자에 601억원을 수혈했고, 지난해 말에는 AK플라자가 보유한 마포애경타운 지분을 455억원에 사들였다.올해 들어서는 제주항공이 보유했던 AKIS 지분 100%를 433억원에 인수했다. 현금 확보가 절실했던 제주항공 역시 호텔사업을 540억원에, 항공기 3대를 1447억원에 처분했다. 그룹 내부 자금이 재무 압박이 큰 계열사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이 같은 전방위적 자산 이동은 정석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재무라인을 총괄한 뒤 한층 속도가 붙었다. 현금이 필요한 계열사의 자산을 지주사나 다른 계열사가 매입해 숨통을 틔운 뒤, 해당 자산을 다시 적합한 회사 아래 배치하는 방식이다.이러한 고육책에도 AK홀딩스의 별도 총차입금은 2024년 말 5050억원에서 지난해 말 7179억원으로 42% 늘었다. 이후 애경산업 매각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올해 1분기 말 3640억원까지 낮아졌다. 당장의 유동성 부담은 덜었지만, 계열사 지원과 자산 재배치가 계속되는 만큼 내부 자산 이동만으로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애경산업 매각 뒤 1000억원 집행…왜 AKIS였나AK홀딩스의 AKIS 취득 예정일은 당초 4월10일이었지만 6월10일로 두 달 미뤄졌다. 이후 닷새 만인 6월15일 AKIS에 565억원을 빌려주고 AK플라자 지분을 넘기는 안건을 동시에 의결했다.AKIS 인수대금 433억원과 이번 대여금 565억원을 합하면 AK홀딩스가 단기간에 AKIS에 투입한 자금만 998억원에 달한다. 지난 3월 애경산업 매각대금이 최종 유입되면서 자금 여력이 생기자 계열사 지원 순서와 시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애경그룹이 AKIS를 자산 재편의 핵심 축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안정적인 수익성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항공·화학·유통 계열사가 혹독한 재무 부담을 겪는 와중에도 AKIS는 지난해 매출 643억원, 영업이익 4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61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을 내며 꾸준한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AKIS가 자체 자금력으로 AK플라자를 품는 구조는 아니다. 매입대금 대부분을 지주사 대여금에 의존하는 만큼, 당장의 재무적 시너지보다는 향후 AKIS의 견조한 현금흐름과 IT 역량을 활용해 AK플라자의 정상화를 도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AK홀딩스 관계자는 "AKIS를 자회사로 편입한 이유 중 하나는 AI와 데이터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라며 "AK플라자의 오프라인 데이터와 AKIS의 역량을 결합하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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