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G] 녹십자, 허은철·진훈 동시 지분 매입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이미지 제작=김나영 기자GC녹십자그룹 오너가의 승계 구도가 지분 공시를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와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의 차남 허진훈 글로벌사업본부 알리글로팀장이 같은 날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사들이면서다. 그동안 그룹 경영 전면은 허영섭 전 회장의 차남·삼남인 허은철·허용준 형제가 맡아왔지만 최근 허일섭 회장 직계 자녀들의 경영 참여와 지분 확대가 맞물리면서 사촌 세대 간 승계 구도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허은철 4.9만·허진훈 2만주 동시 매수허은철 GC녹십자 대표와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의 차남 허진훈 팀장이 같은 날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연이어 확보했다. 허 대표는 지난 15일 녹십자홀딩스 보통주 2만3566주를 장내매수했고 허 팀장은 같은 날 1만4922주를 사들였다. 앞서 지난 12일 매수분까지 합치면 허 대표는 총 4만8912주, 허 팀장은 총 2만422주를 각각 확보했다.이로써 녹십자홀딩스 최대주주 등의 보통주 보유량은 지난 4월23일 2324만4910주에서 이달 15일 2331만7244주로 7만2334주 늘었다.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49.43%에서 49.58%로 0.15%포인트(p) 상승했다. 이번 증가분 가운데 허 대표와 허 팀장의 매수 물량은 6만9334주로 전체의 95.9%를 차지한다. 나머지 3000주는 노형주 계열사 임원이 지난 15일 장내매수했다.허 대표와 허 팀장의 개인 지분율도 나란히 올라섰다. 허 대표의 녹십자홀딩스 보유 주식은 126만629주에서 130만9541주로 늘었다. 보통주 기준 지분율은 2.68%에서 2.78%로 상승했다. 허 팀장의 보유 주식은 38만1355주에서 40만1777주로 증가했고, 지분율은 0.81%에서 0.85%로 높아졌다.표면적으로는 오너 일가의 주식 취득이지만 업계에서는 GC녹십자그룹의 승계 구도에서 지분율 경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허 대표는 고 허영섭 전 회장의 차남으로 핵심 사업회사인 GC녹십자를 이끌고 있다. 허 팀장은 녹십자홀딩스 최대주주인 허일섭 회장의 차남이다. 숙부인 허일섭 회장이 지주사 최대주주로 남아 있는 가운데 조카 세대인 허은철 대표가 사업회사 경영 전면에 서 있고 허 회장 직계 자녀들이 지분과 경영 보폭을 넓히는 구조다.특히 허 팀장의 보유 주식이 40만주를 넘어서면서 형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본부장 겸 CFO와의 지분 격차도 좁혀졌다. 허진성 CFO의 보유 주식은 40만7000주로 허 팀장의 차이는 5223주에 불과하다. 허진성 CFO가 지주사 재무·투자 라인에서 존재감을 키워온 데 이어 허 팀장까지 지분 매입에 합류하면서 허일섭 회장 직계의 승계 보폭이 넓어지는 모습이다.공동경영 체제 GC녹십자 승계 구도 재조명GC녹십자그룹의 승계 구도는 2009년 고 허영섭 전 회장 별세 이후부터 복잡하게 얽혀왔다. 허 전 회장 사후 동생인 허일섭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았고, 이후 허 전 회장의 차남 허은철 대표와 삼남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가 경영 전면에 서면서 현재의 숙부-조카 공동경영 체제가 자리 잡았다. 겉으로는 허일섭 회장이 지배구조 정점에 있고 조카 세대가 실질 경영을 맡는 균형 구도였다.다만 이 체제가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허영섭 전 회장은 2008년 11월 뇌종양 수술 이후 병원에서 유언공증절차를 진행하며 보유 주식 상당 부분을 녹십자 관련 복지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 재산은 부인과 차남 허은철 대표, 삼남 허용준 대표에게 나누겠다는 뜻을 남겼다. 사실상 장남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의 이름이 제외되면서 유언의 효력을 둘러싼 가족 간 소송이 이어졌다. 수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2013년 대법원이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GC녹십자그룹의 승계 구도는 장남 중심이 아닌 차남·삼남 중심으로 정리됐다. 이 과정에서 허성수 전 부사장은 경영 중심에서 멀어졌고, 허은철·허용준 형제가 각각 사업회사와 지주사를 맡는 현재의 경영 구도가 형성됐다.허은철 대표는 핵심 사업회사인 GC녹십자를 맡으며 그룹의 사업 성과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혈액제제, 백신, 희귀질환 치료제 등 GC녹십자의 주요 사업이 허 대표 체제에서 재편됐다. 미국 혈액제제 알리글로 허가 이후에는 글로벌 사업 성과가 승계 구도와도 맞물리기 시작했다. 허용준 대표 역시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를 맡아 그룹 지배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는 허은철·허용준 형제가 GC녹십자그룹의 3세 경영을 주도한다는 평가가 우세했다.하지만 지분 구조를 놓고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허일섭 회장은 여전히 녹십자홀딩스 최대주주다. 이번 공시 기준 허 회장의 보유 주식은 577만7777주, 보통주 기준 지분율은 12.28%다. 반면 허은철·허용준 형제의 합산 지분은 270만1468주로 5.74%에 그친다. 경영 전면은 조카 세대가 맡고 있지만 지분상 우위는 허일섭 회장 측에 있는 셈이다.최근 변화는 허일섭 회장 직계 자녀들의 경영 참여 확대다. 장남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본부장 겸 CFO는 지주사 재무·투자 라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경영관리본부는 그룹 자금 운용, 투자 판단, 재무 안정성 관리와 맞닿아 있는 핵심 조직이다. 과거 허용준 대표도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 유사한 경영관리 라인을 거쳤다는 점에서 허진성 CFO의 부상은 단순한 보직 이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여기에 허 팀장까지 지분 매입에 합류하면서 승계 구도는 한층 복잡해졌다. 허 팀장은 GC녹십자의 글로벌사업본부 알리글로팀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진성 CFO가 지주사 재무와 투자 축을 맡고 허 팀장 핵심 성장 품목인 알리글로 사업과 지분 확대를 병행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과거 숙부-조카 체제로 봉합됐던 GC녹십자그룹 승계 구도가 이제는 허은철·허용준 형제와 허일섭 회장 직계 자녀들의 사촌 세대 경쟁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GC녹십자 관계자는 "이번 지분 변동을 두고 회사 차원에서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며 "개인 주주의 장내매수일 뿐 특별한 배경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촌 간 갈등이나 승계 구도와 연결해 해석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맞지 않다"며 "아직 승계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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