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알리츠 회생 쇼크]⑥ '100조 시장' 리츠 안정성 '시험대'
벨기에 브뤼셀에 소재한 파이낸스타워 콤플렉스 /사진=제이알글로벌리츠 홈페이지 갈무리제이알글로벌리츠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 붙으면서 다른 상장 리츠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내 도입 20여년 동안 안정적 배당을 앞세워 100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한 리츠의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다.특히 해외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자리 잡으며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졌고, 문제가 된 건물이 있는 벨기에 브뤼셀 지역의 공실률 역시 상승세를 보인 만큼 해외 부동산을 담은 상장 리츠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대두된다.일주일 만에 최고 20%대 폭락8일 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과 한국거래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상장된 리츠 25개 중 거래 정지가 된 3종목을 제외한 22개의 주가가 지난달 27일부터 전날인 이달 7일까지 7거래일 동안 1.6~21.1%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자세히 살펴보면 △마스턴프리미어리츠 마이너스(-)21.1% △한화리츠 -19.1% △이리츠코크렙 -15.4% △삼성FN리츠 -14.9% △KB스타리츠 -14.2% 순으로 낙폭이 컸다. 이어 SK·미래에셋글로벌·롯데·신한서부티엔디·디앤디플랫폼·코람코라이프인프라·신한글로벌액티브·NH올원·신한알파·이지스밸류플러스·이지스레지던스·미래에셋맵스·ESR켄달스퀘어·NH프라임·코람코더원·대신밸류리츠·케이탑리츠가 뒤를 이었다. 제이알리츠를 비롯한 스타에스엠리츠, 에어리츠 등 세 곳은 거래정지 상태다.리츠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기가 제이알리츠 사태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앞서 국내 최초의 해외 부동산 상장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달 27일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자산 123조로 200배 급성장리츠 수 및 자산규모 변동 추이 /그래픽=이채연 기자국내 리츠 산업은 2002년 첫 도입 이후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6년 4월 기준 국내 전체 리츠수는 461개로, 총 자산은 123조3900억원에 이른다. 2002년 4개에 불과했던 리츠의 수는 115배로 늘었고, 자산규모는 205배 불어났다.성장의 배경에는 안정적 배당에 대한 기대가 꼽힌다. 한국리츠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상장 리츠의 지난해 말 배당금을 이날 오후 12시45분 주가에 대입해 산출한 주가배당률은 3.71~26.80%로 나타났다. NH프라임리츠가 26.80%로 가장 높았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가 23.11%로 뒤를 이었다. 제이알리츠도 지난달 27일 기준 주가배당률은 19.46%로 상장 리츠 가운데 3위였다.안정적인 배당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리츠 상품에 투자했던 투자자는 "주가가 공모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 투자하기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배당을 생각해 투자했다"고 말했다.첫 해외 부동산 리츠 '균열'제이알리츠가 해외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한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한다. 제이알리츠는 2020년 8월 해외 부동산 공모리츠로는 처음 코스피에 상장했다. 벨기에 브뤼셀의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빌딩에 투자하고 있다. 자산은 1조3980억원으로 국내 25개 상장 리츠 중 네 번째로 크다.이번 사태는 벨기에 현지 대주단과의 대출 약정 갈등에서 비롯됐다. 제이알리츠는 파이낸스타워 투자 과정에서 현지에서 약 5억유로를 차입했는데, 대출 계약에는 담보인정비율(LTV)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이후 현지 감정평가법인이 파이낸스타워 가치를 낮게 산정하면서 LTV 약정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됐고, 대주단이 현금 사용을 제한하는 캐시트랩을 발동했다는 설명이다.제이알리츠 관계자는 "파이낸스타워가 현지 감정평가 과정에서 자산가치가 현지 감정평가법인한테서 저평가를 받았다"며 "이와 관련해 벨기에 현지 대주단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해외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한 리츠는 더 있다. 국토부 리츠정보시스템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이달 기준 국내 상장된 리츠 수 25개 중 8개는 종속 리츠나 부동산펀드 혹은 직접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해외 부동산 리츠의 정보 접근성과 구조적 복잡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이다 보니 현지 법인, 펀드, 대주단 등을 거쳐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구조를 더 불투명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야 리스크가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강남 2.5% vs 벨기에 9.5%지역별 오피스 공실률 비교 /그래픽=이채연 기자특히 해외와 국내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 격차는 뚜렷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미국과 유럽 주요 오피스 시장의 공실 부담이 커진 모습이다. 강남 지역의 오피스 공실률이 2%인 반면 유럽과 미국은 10% 안팎이다.이번에 문제가 된 건물이 있는 벨기에 브뤼셀 지역의 공실률 역시 최근 2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제이알리츠가 공시한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벨기에 브뤼셀 지역의 공실률은 9.25%로 2년 전인 2023년 4분기보다 2.17%p 올랐고, 대상 건물인 파이낸스 콤플렉스가 있는 브뤼셀의 중심업무지구(CBD)는 6.3%로 같은 기간 대비 2.8%p 올랐다.현지 언론도 브뤼셀 오피스 공실 문제를 조명했다. 더브뤼셀타임스는 지난해 5월 브뤼셀 오피스의 공식 공실률은 8.7%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집계되지 않은 숨은 공실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불이 켜져 있고 관리가 이뤄지는 건물이라도 실제 사용자는 없는 이른바 좀비 빌딩 사례를 언급하며, 브뤼셀 오피스 공실 규모가 공식 통계보다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미국 오피스 시장의 공실 부담은 더 크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코스타그룹이 발표한 미국의 오피스 공실률은 올 1분기 기준 14%다. 반면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분석한 서울 강남 오피스 공실률은 같은 기간 2.5%다.해외 오피스의 공실률 상승은 해외 부동산 리츠 전반의 점검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공실률이 높아질수록 임대료 상승 여력이 제한되고, 자산가치 평가와 차환 조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제이알리츠 외에도 △KB스타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등 3곳이 해외 오피스 자산에 투자하고 있고 있다.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실률은 당장 특정 자산의 임대수익에 문제가 없더라도 감정평가나 차환 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라며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자리 잡은 해외 시장에서는 오피스 수요 회복 속도가 더딘 만큼 해외 오피스를 담은 리츠는 임대차 구조뿐 아니라 현지 시장 공실률과 자산가치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제이알리츠 측은 공실률과 이번 회생절차 신청의 직접적인 관련성에는 선을 그었다. 제이알글로벌 관계자는 "현재 벨기에 브뤼셀에 소재한 파이낸스타워 콤플렉스는 벨기에 정부 기관이 통임차 중"이라며 "이번 사태는 공실률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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