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카르텔]④ 정태원 변호사 "피해업체 손배소, 담합 유혹 줄인다....
정태원 법무법인 LKB평산 집단소송센터장 /사진 제공=법무법인 LKB평산제과업체가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설탕 가격 담합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이들을 상대로 올해 4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업체는 제당 3사 등으로부터 설탕을 공급받아 제과 제품을 만들어 왔다.소송의 배경은 제당사들이 4년에 걸쳐 가격 인상 여부와 시기, 변동 폭 등을 사전에 조율하고 이를 실행한 3조원대 규모의 담합 사건이다. 최근 1심 재판부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에 각각 벌금 2억원을, 전·현직 임직원 11명에게는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한제당은 자진신고 감면 제도(리니언시)를 적용받아 기소되지 않았다.이번 소송에서 제과업체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LKB평산 집단소송센터장 정태원(연수원 33기) 변호사는 "그동안 담합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과 과징금 부과는 있었지만 민사소송은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담합 예방은 물론 피해 업체의 실질적인 권리 구제가 가능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소송을 제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이번 사건은 크게 보면 밀가루, 설탕, 전분당 등 주요 식품 원재료 담합으로 인한 피해 회복 문제에서 출발했다. 핵심은 경쟁해야 할 사업자들이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시장 가격이 왜곡됐고, 원재료를 구매한 중소업체와 소비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떠안았다는 점이다. 담합은 단순히 기업끼리 가격을 맞춘 문제로 끝나지 않는 행위인 것이다.다만 소송의 원고인 제과업체는 밀가루의 경우 수입산을 사용했기 때문에 설탕 부분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했다. 향후 다른 업체들이 추가로 소송에 참여하면 각 업체의 실제 매입 품목에 따라 밀가루, 설탕, 전분당 각각에 대한 청구도 가능하다.-대기업들의 원재료 가격 담합이 특히 중소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중소업체는 원재료 가격이 올라도 이를 제품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 어렵다. 거래처와의 납품단가, 시장 경쟁, 소비자의 가격 저항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익이 줄고 경영 부담이 커진다. 담합 피해는 협상력이 약한 중소업체에 더 무겁게 작용할 수 있다.서울의 한 마트에 설탕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박선우 기자 -담합 기업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담합 기업에 형사처벌이나 과징금이 부과되더라도 피해 업체가 부담한 초과 원재료비가 자동으로 반환되지는 않는다. 과징금과 형사처벌은 담합 행위자에게 공적 책임을 묻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민사상 손해배상은 그 공백을 메우는 절차다. 담합으로 비싸게 원재료를 산 업체가 손해를 회복하고 동시에 담합 기업에 경제적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매입액의 10%인 2000만원만 우선 청구한 이유는 무엇인가.△과거 밀가루, 설탕 담합 사건에서는 매입액의 약 5.62%가 손해액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현재는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3배)가 규정돼 있어 실제 손해액보다 더 큰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매입액의 10% 정도는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우선 그 범위에서 일부청구를 했다. 청구 금액은 재판 과정에서 진행될 거래 자료 분석과 감정 결과 등에 따라 증액할 것이다.-제과업체는 중간 도매상을 통해 설탕을 매입했다. 손해 입증에 영향이 있나.△직접 구매든, 중간 도매상을 거쳤든 손해가 인정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담합으로 제조업체의 출고 가격이 올라가면 그 상승분은 유통단계를 거쳐 최종 구매자인 중소업체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유사 사건에서도 제조업체들은 '중간 업체들이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했으므로 손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핵심은 자료다. 세금계산서, 거래명세서, 매입장부, 도매상 거래내역 등을 바탕으로 담합으로 인한 초과지급액을 계산해야 한다.정태원 법무법인 LKB평산 집단소송센터장 /사진 제공=법무법인 LKB평산-피해 업체들이 목소리를 내고, 담합 관행을 근절하는 데 이번 소송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피해 업체들이 실제로 손해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형사처벌과 과징금, 민사상 손해배상이 함께 작동해야 담합 대응도 완성된다. 가능한 많은 중소업체가 소송을 제기하고 그 결과 담합 기업이 상당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면 담합의 유혹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업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권리 구제에 나서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비슷한 피해를 본 업체들의 추가 소송 가능성은.△현재도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이 있다. 다만 중소업체들은 중간 도매업체나 제조업체와의 거래 관계 때문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런 이유로 밀가루와 설탕을 많이 사용하는 업종의 협회들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소송에 참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설탕 등 원재료를 매입했다는 세금계산서, 거래명세서, 매입 장부, 회계 자료 등이 있으면 된다. 다만 많은 업체들이 "예전 매입 자료를 어떻게 다 찾느냐", "자료 정리가 너무 부담스럽다"고 걱정해 중간 도매업체가 보유한 거래 자료를 확보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결국 중요한 것은 용기를 내 먼저 나서는 참여자들이다. 협회들이 적극 나서고, 몇몇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참여하면 비슷한 손해를 입은 다른 업체들도 소송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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