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해도 ‘나프타 절벽’…식품업계 ‘비상체제’
이달 말 ‘수급률 100%’ 붕괴 전망 포장재 계열사 보유 농심도 원료부족“오늘 종전해도 5월말~6월초 보릿고개”일각 ‘비주력품 생산 중단’ 카드 거론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연합]식품업계가 ‘나프타 절벽’의 현실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르면 4월 말부터 주요 업체의 나프타 수급률이 10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휴전 이후에도 나프타 수급 문제가 즉각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1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업체들의 나프타 수급률은 이달 말부터 5월 중순 사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나프타 수급률이 하락하면 생산량 차질이 불가피하다. 농심이 대표적이다. 포장재 계열사인 율촌화학을 둔 농심은 나프타 수급 위기에서 비교적 안전한 식품업체로 꼽혔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석 달 치였던 나프타 비축분이 한 달 치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관련 계열사가 없는 대다수 식품사가 느끼는 위기감은 더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율촌화학을 둔 농심을 제외하면 대부분 영세업체와 협력관계”라며 “다른 업체들은 대응할 여력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종합식품업체 관계자는 “5월 중순을 넘어가면 생산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휴전에 따른 영향도 제한적이다. 이번 휴전 결정에 따라 일시적으로 개방될 것으로 예상됐던 호르무즈 해협이 재봉쇄되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해협이 개방되더라도 글로벌 물류 및 나프타 생산 라인의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나프타 공급이 정상화하더라도 식품업계는 후순위다. 정부는 일회용 주사기, 수액백 등 의료제품 공급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결국 식품업계는 나프타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평상시 수준을 회복하려면 최소한 두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당장 오늘 종전이 된다고 가정해도 5월 말에서 6월 초 보릿고개가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정부의 식품업계 지원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과 종이·금속·유리 등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포장재 정보와 관련 기업 정보를 안내한다고 발표했다. 친환경 포장재 전환 시 포장재 시험·분석, 제품 안전성 검증, 적용 가능성 평가 등도 지원한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기업의 물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동 집하·배송 시스템’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식품업체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중동 전쟁을 계기로 상승한 친환경 포장재 가격은 부담이다. 식품의 맛과 유통기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포장재 대체에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비주력 제품 생산을 일시적으로 감축·중단하는 방안까지 대응 카드로 거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장재 하나로 가공식품 생태계 전반이 흔들리는 사태가 우려되지만, 사실상 방법이 없다”고 했다.한편 한국식품산업협회 등 13개 관련 단체는 공동건의서를 통해 정부에 ▷식품 포장재 원료의 우선 공급 ▷원가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관련 규제의 합리적 운영 및 시행 시기 조정 ▷행정·통관 절차의 신속화를 위한 지원 방안 마련 등 종합 대응책 마련을 건의했다. 단체들은 “나프타 공급 불안으로 비닐·필름·페트(PET) 용기 등 주요 포장재 확보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원가 부담이 한계 수준까지 증가하면서 정상적인 기업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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