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셀프보수’ 책정 사라지나…올해 주총 ‘뜨거운 감자’로
클립아트코리아.이달 개최하는 상장기업들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가 갖는 상징성은 남다르다. 일반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1~3차 ‘상법 개정’ 이후 처음 열리는 주총인 데다, 상장사의 회장(등기이사) 겸 지배주주가 자신의 보수를 직접 결정하는 이른바 ‘셀프 보수’ 관행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례가 나온 뒤 첫 정기 주총이라는 점에서다.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주총 소집 공고를 한 대다수 상장사는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을 주총에 상정한 상태다. 이는 국내 상장기업들이 해마다 정기 주총에서 이사 전체에게 지급할 수 있는 연간 보수 총액의 상한선을 주주들로부터 승인받고, 그 총액 한도 내에서 이사회가 개별 이사의 급여·상여 등 구체적인 지급액을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올해 주총에서 이 안건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기존 관행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지배주주와 그 일가가 회사의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 등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이사의 보수 한도 안건에도 직접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 주총에서 찬성표를 던지며 자신의 급여를 사실상 직접 결정하는 ‘셀프 보수’였던 셈이다.그러나 지난해 4월 대법원이 “남양유업의 홍원식 전 회장이 자신의 보수 한도 승인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위법하다”고 최종 판단하면서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남양유업 지분 51.68%(2022년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던 홍 전 회장이 2023년 3월 주총에서 최대 50억원 규모의 이사 보수 한도 안건에 찬성표를 행사한 게 ‘상법 위반’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었다. 현행 상법 368조 3항은 “총회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 이사로서 주총에서 정한 한도 내에서 보수를 받는 개인적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의결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것이 판결 취지다.이에 따라 올해 주총에선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경제개혁연대가 국내 대형 코스피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역대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 안건을 다루며 ‘셀프 보수’ 의결을 한 기업 비율은 2022·2023년 99.4%, 2024년 97.8%, 지난해 93.5%였다. 그러나 ‘특별 이해관계자’인 이사 겸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면 지난해 기준, 한국앤컴퍼니·에스케이(SK)디스커버리·한미반도체·농심홀딩스·풀무원 등 32개 기업은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이 ‘가결’에서 ‘부결’로 바뀌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기업은 지배주주가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일찌감치 대비책을 마련한 기업도 적지 않다. ㈜엘지(LG)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주총 소집 공고문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선 대표이사를 포함해 모든 사내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특히 올해부턴 주총의 상세 표결 결과를 주총 당일에 바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한 만큼, 일반주주들이 표결 결과를 확인하고 주총 결의 취소 소송 등의 문제를 제기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변호사)은 “현행 상법(388조)엔 이사의 보수를 정관에 정하지 않은 경우 주총 결의로 정한다고 돼 있을 뿐, 주총에서 ‘보수 한도’를 정한다고 돼 있지 않다”며 “상법 취지를 온전히 반영하려면 최소한 개별 임원들의 보수 산정 기준과 방식을 주총에서 승인받고 결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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