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 지분 확대…승계 퍼즐 맞추는 HL?
‘소유’와 ‘경영’이 동시에 움직였다정몽원 HL그룹 회장의 두 딸 정지연 HL홀딩스 상무와 정지수 HL만도 상무가 지주사 지분을 잇따라 늘리면서 승계 구도와 맞물린 행보라는 해석이 커지고 있다. 맏사위 이윤행 HL클레무브 사장도 자율주행 핵심 계열사를 맡아 투자에 나섰다. 딸들은 지분을 쌓고, 사위는 미래 사업 성과를 책임지는 구도다. 지분 매입 중심으로 조용히 진행되던 승계 시계가 올해 들어 경영 참여와 투자 행보를 동반하며 빨라졌다는 평가다.첫 번째 장면은 ‘지분’이다. 정지연 상무는 올해 3월 HL홀딩스 상무로 선임된 뒤 HL홀딩스 주식 1만7540주를 장내 매입했다.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로 지분을 샀던 것과 달리, 올해는 경영 참여와 지분 확대가 동시에 이뤄졌다. 차녀 정지수 상무도 지난 5월 4~8일 HL홀딩스 주식 7800주를 사들여 보유 규모를 20만1400주, 지분율 2.22%로 늘렸다.이에 따라 2024년 1월 말 1.14% 수준이던 두 사람 지분율은 약 2년 4개월 만에 2%대로 올라섰다. 정몽원 회장 지분율은 28.04%, 두 딸을 포함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은 37.26%다. 직전 37.09%보다 0.17%포인트 높아졌다. 공시에 따르면 두 딸이 지분 취득에 사용한 자금 약 3억3700만원의 원천은 ‘증여’로 기재됐다. 지분 확대가 승계 구도와 맞물려 해석되는 이유다.두 딸의 지분 확대는 2024년부터 본격화됐다. 2013년 각각 475주, 938주에 그쳤던 보유 주식은 2024년 초 각각 5만4379주, 5만4661주로 늘었다. 같은 해 2월에는 각각 11만5600주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4월 각각 15만2100주, 올 5월에는 정지연 상무 21만7940주, 정지수 상무 20만1400주로 확대됐다.장녀는 지주사 재무 라인으로사위는 자율주행 투자 전면에지분 확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소유’와 ‘경영’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지연 상무는 올해 3월 HL홀딩스 재경지원본부 재무지원1실장으로 복귀한 뒤에도 지분 매입을 이어갔다. 지분만 늘리던 단계에서 지주사 경영 참여를 병행하는 단계로 넘어선 셈이다. HL만도와 HL디앤아이한라 등을 거느린 HL홀딩스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다. HL홀딩스 지분율 변화가 단순 투자 목적을 넘어 경영권 안정과 연결돼 해석되는 배경이다.정 상무가 맡은 자리도 눈길을 끈다. 정 상무는 2010년 HL만도에 입사해 전략·연구·영업 부문과 미국 법인 근무 등을 거쳤다. 2019년 퇴사 후 한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올해 복귀한 HL홀딩스 재경지원본부는 그룹 전체 자금 흐름과 계열사 재무 구조를 관리하는 조직이다. 장녀가 지주사 재무 라인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승계 수업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차녀 정지수 상무 역시 HL홀딩스 지분을 2%대로 끌어올렸다. 재계 일각에서는 두 딸이 동시에 지분을 늘리면서 향후 역할 분담에 관심이 커졌다고 본다. 다만 그룹 안정성 측면에서는 장녀 중심 승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HL그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차녀도 경영 의지가 있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면서도 “장녀가 그룹 지주사 핵심 조직에 복귀한 만큼 당분간 장녀 중심 구도가 유지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HL그룹 측은 정 상무 복귀가 승계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HL그룹 관계자는 “정 상무가 HL만도에서 쌓은 전략·영업·해외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재무 지원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두 번째 장면은 ‘투자’다. 정지연 상무의 남편이자 정 회장의 맏사위인 이윤행 HL클레무브 사장은 지난해 말 대표이사에 올랐다. HL클레무브는 자율주행·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핵심 부품을 개발·생산하는 미래 사업 계열사다. 이 사장은 HL만도 COO 겸 북미권역장 등을 거쳐 HL클레무브 대표를 맡았다. 대표 취임 후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A2Z 투자에 나서며 미래 사업 투자 행보를 본격화했다.이 대목에서 이 사장의 역할을 단순 ‘사위 경영’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가 나온다. HL그룹이 자율주행·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HL클레무브는 미래 사업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핵심 계열사다. 두 딸이 지주사 지분을 늘리는 동안, 맏사위는 자율주행 사업에서 투자와 실적을 입증해야 하는 위치에 선 셈이다. HL그룹 측은 이 사장 인사 역시 승계와 무관한 전문성 중심 인사라는 입장이다. 이 사장은 2017년 HL만도 경영전략 매니저로 합류한 뒤 준법·컴플라이언스, 회계·인사, 북미권역 운영 등을 거쳤다. 2022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말 HL클레무브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HL클레무브 판교 사옥 ‘넥스트 엠(M)’과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2023년 6월 차녀 정지수 씨 결혼식에 참했석던 모습.(HL클레무브 제공, 연합뉴스)500억 대여 연장에 커진 의문로터스PE 자금 흐름, 공정위 변수로다만 승계 시계가 빨라질수록 변수 역시 적지 않다. 우선 두 딸의 지분율이 각각 2%대로 올라섰지만 승계 재원 문제가 남아 있다. 현재 HL홀딩스 보유 주식을 기준으로 정지연·정지수 상무가 받을 연간 배당금은 각각 4억~5억원 수준이다. 배당금을 모두 지분 매입에 투입해도 지분 확대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이런 와중에 HL위코와 로터스PE를 둘러싼 자금 흐름 논란도 변수로 떠올랐다. HL홀딩스는 지난 5월 11일 비상장 자회사 HL위코에 500억원을 대여하기로 공시했다. 대여 기간은 2026년 7월 28일부터 1년, 이율은 연 4.6%다. 목적은 ‘전략적 가치투자를 위한 자금 대여’다. 2022년 7월 HL위코에 빌려준 500억원의 만기 연장 성격이다. 지난해 매출이 약 250억원인 회사에 매출의 두 배 규모 자금 지원이 이어진 셈이라 자금 용처와 지원 필요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논란의 핵심은 HL위코가 로터스PE 관련 펀드 출자 구조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로터스PE는 정몽원 회장의 두 딸이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HL홀딩스는 2021년 HL위코에 약 1340억원을 유상증자했고, 이후 HL위코는 로터스PE가 공동운용사로 참여한 넥스트레벨제1호PEF에 1000억원, 클로버PEF에 330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HL홀딩스가 2021~2023년 HL위코와 HL D&I 등을 통해 로터스PE 관련 펀드에 출자한 금액은 약 2170억원이다. HL홀딩스 2023년 연결 영업이익 922억원의 약 2.4배 규모다.문제는 펀드 운용 과정에서 보수나 성과보수가 발생하면 경제적 이익이 로터스PE 주주인 두 딸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상장사와 계열사가 투자 위험을 부담하는 동안 총수 자녀가 지분을 보유한 운용사에 보수 수익 기회가 생기는 구조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이 구조가 두 딸의 지분 확대 흐름과 맞물리면서 승계 논란은 더 커졌다.다만 현재까지 위법 판단이나 제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HL그룹은 로터스PE 출자가 법령상 허용된 방식이고 추가 출자 계획이 없으며 승계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8일 HL그룹과 HL홀딩스, HL위코, HL D&I, 로터스PE 등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고, 올해 5월 말까지도 최종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한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의 두 딸 지분 확대와 로터스PE 자금 흐름 논란이 맞물린 만큼, 향후 공정위 판단은 HL그룹 승계 논의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2호(2026.06.03~06.09일자) 기사입니다][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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