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잊혔는데 유가는 고공행진, 거꾸로 베팅한 개미들 2300억원 증...
원유 ‘곱버스’ ETN에 전쟁 발발 후 2300억원 유입…원금 회복하려면 ETN 주가 258% 반등해야유가 급등 시 조기 상환 우려도…국제유가 120달러 전망도 나와 중동 전쟁 리스크에 대한 증시의 내성은 강해졌지만 국제유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유가 하락에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실상 손실 회복이 불가능한 구간에 진입한 가운데 국제유가 전망치마저 상향 조정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절망감은 깊어지고 있다.원유 ‘곱버스’ ETN에 하락 베팅…유가 하락해도 원금 회복 ‘사실상 불가’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쟁이 발발한 지난달 3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원유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상품 중 개인 투자자 순매수 1~5위는 모두 ‘곱버스(2배 인버스)’ 상품이 차지했다. 유가 하락을 확신한 개인들이 이 기간에만 23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밀어 넣으며 하락 배팅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손민균 상품별로 보면 ‘삼성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 원유선물 ETN B’가 1154억원 몰리며 개인 순매수 1위에 올랐다. ‘삼성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에는 약 513억원, ‘KB S&P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 B’와 ‘신한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 B’도 200억원 내외의 개인 자금이 유입됐다.하지만 전쟁 긴장감이 완화됐어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유지되면서 해당 상품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기간 순매수 1위였던 ‘삼성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 B’는 74.49% 하락했고, 나머지 순매수 2~5위 상품도 72~75% 하락하는 등 대부분 상품이 급락세를 보였다.하락 폭이 커지면서 이제는 손실 회복이 쉽지 않은 구간까지 돌입했다. 인버스 상품의 경우 한 번 큰 폭으로 하락한 뒤에는 같은 비율로 반등해도 원금을 회복할 수 없는 구조다. 특히 기초 자산 변동률을 2배로 역추종하는 곱버스는 손실 규모도 2배로 증폭되는 만큼 회복의 문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의 경우 지난달 3일에 매수한 사람이 원금을 회복하려면 종가 기준으로 ETN 주가가 257.9% 반등해야 한다. 이를 2배 인버스 구조로 환산하면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120% 이상 추가 하락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가가 0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구간에 진입한 셈이다.유가 급등 시 조기 상환 우려도… 국제 유가 전망치는 계속 상승 중 ETN 상품의 구조적 리스크도 부담이다. 일부 원유 인버스 ETN의 경우 기준가 대비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할 경우 조기 상환(자동 청산) 조건이 붙어 있어, 손실이 더 커질 경우 사실상 ‘강제 청산’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 휘발유에 이어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근 4년 만에 2천원 선을 돌파했다. 지난 24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L당 2천.1원으로 전날보다 0.2원 올랐다. 경윳값이 2천원을 넘어선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고유가가 이어졌던 지난 2022년 7월 27일(2천6.7원) 이후 약 3년 9개월 만이다. 사진은 26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연합뉴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기초 자산 가격 변동으로 ▲정규 시장 종료 시 실시간 증권당 지표 가치(IIV)가 전일 종가 대비 80% 이상 하락한 경우 ▲종가 기준 IIV가 1000원 미만 ▲기타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면 조기 상장폐지가 이뤄질 수 있다.관련 규정 개정 전에 상장된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은 이 조항을 적용받지 않지만, 이를 제외한 순매수 상위 4개 상품은 조기 상환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다행히 해당 상품들의 IIV는 현재 3000선 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당장 조기 청산될 위험은 낮은 상태다.하지만 지난달 9일 WTI가 약 2년 8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을 당시 해당 상품들의 IIV는 하루 만에 35~45% 급락한 바 있다. 향후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할 경우 단기간에 IIV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조기 상환 조건에 근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다만 향후 유가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27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7월까지 지속될 경우 하반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6월 말까지 정상화될 경우에도 기존 전망치(80달러)보다 높은 평균 90달러에 거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방향성이 맞지 않을 경우 손실이 빠르게 확대되고,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는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유가처럼 지정학적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 자산의 경우 단기 흐름을 맞추기 어려운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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