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K드론...부품·소재 자체 공급망? K표준화부터
글로벌 흐름과 거꾸로 가는 드론 개발전 세계 드론 시장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글로벌 드론 시장 규모는 2024년 368억달러(약 54조원)에서 연평균 15% 이상 성장해 오는 2030년 656억달러(약 97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존재감은 미미하다.문제는 기술보다 구조에 있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기준이 까다롭고 표준화가 미흡한 탓에 도입 속도가 느리다. 부품은 국산화율이 낮아 해외 의존도가 높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질 만한 분야를 살려 글로벌 강대국과의 격차를 좁혀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1) 완벽주의 버려야‘한국판 블루 UAS’ 도입할 만국내 드론 산업이 뒤처진 가장 큰 이유로 완성도 중심 개발 방식이 꼽힌다. 군과 공공 중심으로 형성된 수요 구조상 초기부터 높은 성능과 엄격한 시험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개발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시장 대응 속도가 늦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반면 글로벌 시장은 정반대 흐름을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된 드론 운용 방식은 ‘빠른 투입 후 개선’이다. 저가 드론을 대량 생산해 실전에 투입하고 현장에서 성능을 보완하는 방식이다.드론의 기술적 특성도 이러한 접근을 뒷받침한다. 기존 유도무기는 수년 이상의 개발 기간과 대규모 비용이 필요하다. 반면 드론은 상용 제품을 개조해 활용할 수 있고, 개발·생산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완벽한 모델만 요구하니 개발 비용은 높아지고 전력화는 계속 늦어진다”며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유연한 개발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이에 ‘한국판 블루 UAS’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블루 UAS는 미국 국방부가 추진하는 드론 인증·조달 체계다. 보안성과 성능이 검증된 상용 드론을 사전에 리스트로 관리하고, 군이 이를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복잡한 획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검증된 민간 기술을 빠르게 전력화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지난해 말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도 블루 UAS를 벤치마킹한 유사 제도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미국의 UAS 도입은 신속한 드론 획득의 핵심 기반으로 작동했다”고 말했다. 2025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에 전시된 택배 수송용 드론. (연합뉴스)(2) 국산화·표준화 시급中 의존도 낮춰 산업 주도권 확보해야국내 드론 산업의 또 다른 한계는 낮은 국산화율이다. 국내 드론 산업은 핵심 부품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한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산업 경쟁력과 안보 측면 모두에서 리스크로 꼽힌다. 국방기술품질원에 따르면 드론 기체, 부품, 장비 등은 중국 수입 의존도가 85%에 달한다.이에 국산화율을 높이고 공급망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한유건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드론 핵심 부품과 소재 80% 정도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 공급망 확보가 중요하다”며 “탈중국을 통해 산업 리스크 노출을 낮추고 자립할 수 있는 산업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표준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아직까지 표준화가 미흡하다는 점이 국내 드론 산업의 한계다. 여전히 군과 공공, 민간이 요구하는 드론 사양이 제각각이다. 기체 크기와 배터리, 통신 규격이 통일되지 않아 부품 호환이 어렵고 유지 비용이 높다.국방기술품질원 관계자는 “드론 산업 선진화를 위해서는 드론 핵심 기술 개발과 동시에 표준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각 군은 전장 기능별 드론 전력화와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 구축을 추진하지만, 드론의 국산화·규격화·표준화 없이는 전력화를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3) 통합 생태계 구축통신·센서·SW 강점 살려야한국 드론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통합 생태계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통신·데이터·인공지능(AI) 등 산업 기반과 상호 연계되는 생태계다.특히 통신·센서·자율비행 소프트웨어는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글로벌 드론 산업을 보면 갈수록 하드웨어보다 데이터 처리와 AI 기반 자율 기술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대기업은 완성 시스템을 만들고 중소·벤처 기업은 핵심 부품을 분담하는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여기에 반도체·배터리 소재 역량과 드론 기업을 연결하는 생태계 설계가 국내 드론 산업 성장의 중요한 키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대엽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산업 영역 간, 기술 도메인 간 경계를 허무는 플랫폼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속가능한 드론 산업 혁신을 위해서는 디지털 산업 전환과 AI 전환이라는 통합적 전략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드웨어 육성에 치중하는 기능적 산업 육성은 혁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드론 혁신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데이터, AI에 있다”고 덧붙였다.주목할 만한 K드론 기업들파블로항공·니어스랩…IPO 시동 거는 유망주척박한 환경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K드론 업체들은 꽤 많다. 서비스 영역에서는 비상장 기업 성장세가 두드러진다.파블로항공은 군집 드론 기술을 기반으로 드론쇼와 국방·도심항공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한다. 대규모 드론 군집 제어 기술을 확보하며 해외 프로젝트도 수행 중이다. 니어스랩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인공지능(AI) 장착 요격 드론 ‘카이든(KAiDEN)’을 중동 국가에 수출해왔다. 풍력발전기 점검 등 산업용 드론 시장에서도 입지를 구축했다.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을 결합해 GE, 지멘스가메사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숨비는 수직이착륙(VTOL) 드론과 물류·배송 솔루션을 앞세워 성장 중이다. 이들 모두 가파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연내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거론된다.수소연료로 배터리 드론 대비 10대 비행시간을 늘린 패리티도 숨은 강자다. 패리티 수소연료 드론은 지난해 국제 e-모빌리티 엑스포 세계EV협의회 총회에서 혁신기술상을 받았다.완성체 일부와 핵심 제어 기술을 동시에 확보한 상장사 중에서는 에이럭스가 주목받는다. 비행제어장치(FC)와 기체를 함께 개발하는 구조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점이 특징이다. 방산 업체와 협력을 확대하며 군용 드론 시장 진입 가능성도 제기된다.핵심 부품 영역에서는 코스닥 상장사 경쟁력이 두드러진다. 인텔리안테크는 위성통신 안테나 기술을 기반으로 장거리 드론 통신 인프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제노코는 항공전자·위성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드론 통신·항법 시스템 확대 수혜가 기대된다. 엠씨넥스는 카메라 모듈을 통해 드론의 ‘눈’ 역할을 담당하며 센서 시장과 함께 성장 중이다.통신·전자전 등 방산 연계 영역에서는 휴니드와 센서뷰가 거론된다. 휴니드는 군용 통신장비를 기반으로 무인체계 확장에 따른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센서뷰는 고주파·안테나 기술을 통해 드론·방산 통신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점쳐진다.대형 방산 기업도 빼놓을 수 없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 등은 군집 드론·무인전투체계·대드론 방어 시스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5호(2026.04.15~04.21일자) 기사입니다][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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