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X그룹 옥상옥]② 지주사 돈으로 지주사 지분 매입 '자가발전'
이 기사는 2026년 02월 20일 13시 00분 넘버스 유료 사이트에 발행된 기사입니다./생성형AI(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KPX그룹 계열사인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지주사 KPX홀딩스의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며 어느덧 3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스스로 벌어들인 돈보다는 KPX홀딩스에서 받은 배당이 지배력 확대의 기반이 되면서, 사실상 지주사 돈으로 지주사 지분을 매입하는 자가발전이 이어지고 있다.더욱이 이렇게 존재감을 키워 온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양준영 KPX그룹 회장 소유의 회사란 점에서, 총수의 영향력을 더욱 단단히 다지는 옥상옥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이다.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KPX홀딩스 지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8.89%를 기록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KPX홀딩스 감사보고서에서 주주로 처음 등장했던 2017년 말 지분율이 10.39%였던 것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높아졌다.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KPX홀딩스 지분율 추이 /자료=금감원, 그래픽=이채연 기자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본업 역량만으로 KPX홀딩스 지분을 이처럼 계속 사들였다고 보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실적 규모가 이를 뒷받침할 만큼 크지 않아서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2024년 매출은 78억5614만원, 영업이익은 4억8923만원에 그쳤다.가장 최근에 있었던 지분 거래만 봐도 부담이 체감된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마지막으로 KPX홀딩스 주식을 산 건 지난해 4월 10일이었다. 당시 KPX홀딩스 주식 4만4143주를 1주당 5만5600원에 추가 매입했다. 이를 토대로 추정한 매입액은 24억5000만원에 달한다. 바로 직전 해 씨케이엔터프라이즈 연간 영업이익의 다섯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그럼에도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지금처럼 지분율을 높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KPX홀딩스에서 받은 배당이었다. 사들인 주식만큼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가져간 배당금의 파이도 커졌다.실제로 KPX홀딩스의 주주가 된 이후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받은 누적 배당금은 200억원을 넘어섰다. KPX홀딩스는 지난해 실적에 대해서도 197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는데, 이중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몫은 57억원이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수령한 배당금 160억원까지 합치면 217억원에 이른다.씨케이엔터프라이즈 입장에서 KPX홀딩스로부터 받은 배당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손익계산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업이익보다 오히려 최종 실적인 당기순이익이 더 큰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2024년 당기순이익은 36억7329만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 대비 일곱 배를 넘었는데, 이는 영업외수익으로 잡힌 배당금만 38억4823만원에 달해서였다.이런 역학관계가 더욱 눈길을 끄는 건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양 회장 소유의 회사라서다. 결국 그룹 지주사의 배당이 총수의 개인회사로 유입된 뒤 다시 지주사 지분 매입으로 이어지는 자금 순환이 반복되는 흐름이다. 양 회장은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주사 지분을 총수 일가가 직접 취득하는 게 아니라 옥상옥 개인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계속 취득하는 구조"라며 "개인회사로 돈이 들어가고, 그 돈으로 다시 지주사 지분을 사는 구조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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