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농협 말단 직원은 어떻게 700조 주무르는 절대 권력자가 되었나....
[총력취재] ‘강호동 제국’ 농협중앙회의 비리 복마전 대해부 취임 2년 만에 금품 수수 등 부정 의혹과 사퇴 압박에도 ‘요지부동’ 민선제 회장 7명 중 6명 수사 올라, 회장에 권한 집중된 구조 바꿔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직을 고수하고 있다. 그 사이 농협의 경쟁력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연합뉴스] 경남 합천군 율곡면. 지리산 자락이 끝나는 곳에 자리한 이 소읍에서 농협 말단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작은 단위 농협인 율곡농협의 상무를 거쳐 2006년 조합장이 됐고, 자산 200억원 규모의 지역 조합을 17년 만에 자산 2500억원대로 키웠다. 2024년 1월, 그는 전국 1100여명 농·축협 조합장들의 투표로 농협중앙회장에 올랐다. 강호동(63) 제25대 농협중앙회장이다. 강 회장은 “지역농협이 주인이 되는 농협중앙회를 만들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17년 만에 부활한 조합장 직선제로 선출된 첫 회장이라는 상징성도 컸다. 그러나 취임 2년도 채 안 된 지난해 10월, 그의 집무실에 경찰의 압수수색이 들이닥쳤다. 농협중앙회장 선거 전후로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던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이 넘는 현금을 받은 혐의였다. 정부 특별감사에서는 4억9000만원 규모의 재단 사업비를 선거 답례품 마련에 유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해 2월 취임 1주년 명목으로 조합장들로부터 황금열쇠 10돈(당시 580만원 상당)을 받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제기됐다. 강 회장은 1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관례에 따라 겸직했던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사임했다. 그러나 중앙회장 사퇴 요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농민 대통령’을 자임한 회장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농협노동자연대, 농협 노조로부터 사퇴와 구속수사 요구를 받는 처지가 됐다. 그는 4월 4일 경찰에 출석해 18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뇌물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4월 4일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온전한 퇴임 거의 없었던 ‘농민 대통령’의 오욕 농협은 1988년 민선 회장 체제를 도입한 이후 강호동 회장을 포함해 지금까지 7명의 중앙회장을 선출했다. 이 가운데 6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구속됐다. 농협 역사상 최초의 민선 중앙회장인 한호선 전 회장은 4억8000만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재임 중 구속됐다. 2대 민선 농협중앙회장에 선출된 원철희 전 회장도 농협 공금 6억원을 횡령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사퇴 후 옥고를 치렀다. 민선 3대 정대근 전 회장은 농협 부지 매각과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총 5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4대 최원병 전 회장은 특혜대출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형사처벌을 면해 민선 회장 최초로 임기를 채웠다. 5대 김병원 전 회장은 불법선거 혐의로 기소돼 퇴임 후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6대 이성희 전 회장만이 유일하게 수사를 피했으나, 연임을 위해 국회에 농협법 개정안 입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그리고 지금 7대 강호동 회장이다. 반복되는 비리의 근저에는 농협중앙회장 자리에 집중된 무소불위의 권력이 있다. 농협중앙회장은 법적으로 비상근 명예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농협은행·NH투자증권·NH농협생명 등 금융 계열사와 남해화학·목우촌 같은 경제 계열사 전반의 인사권을 사실상 좌우한다. 농협이 2009년 연임제를 단임제로 바꾼 것도 중앙회장의 권한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단임제는 비리를 막지 못했다. 정부 특별감사에 따르면 강 회장은 비상근 회장으로 연간 3억9000만원의 실비·수당을 받으면서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해 연 3억원의 별도 보수를 챙겼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2012년 신경분리(신용·경제 사업 분리) 이후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되면서 중앙회장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한이 ‘황제’ 탄생의 구조적 토양이 됐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를 100% 소유한 최대주주로서 통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기준 700조원 규모의 왕국이다. 농협 안팎에서는 “농협중앙회장의 제왕적 권한은 선거 방식이 아니라 한 명에게 권한이 쏠린 농협중앙회의 구조에서 나온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돼 왔다. 강호동 회장은 경상남도 합천 출신이다. 1963년생으로 경남 합천고등학교를 나와 대구 미래대학교 세무회계학과를 졸업했다. 뿌리가 철저히 경남에 있는 그가 어떻게 호남을 포함한 전국적인 지지를 얻었을까. 여기에는 단순한 지역 구도를 넘어선 복합적 역학이 작용했다. 2024년 선거는 7명의 후보가 출마한 다자대결이었다. 강 회장(당시 율곡농협조합장)은 1차 투표에서 607표로 과반 확보에 실패했으나, 결선 투표에서 1125표 중 781표를 쓸어담으며 조덕현 후보(동천안농협조합장)를 누르고 제25대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전국금융산업노조 NH농협지부 조합원들이 3월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횡령·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해임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500표만 얻으면 되는 선거, 조합장만 바라본 공약들 판세를 가른 첫 번째 요인은 직전 이성희 전 회장 체제에 대한 반감이었다. 경기 성남 출신인 이 전 회장 재임 기간 누적된 조합장들의 불만이 ‘이성희 사람’으로 분류되지 않은 강호동 후보를 대안으로 밀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호남 조합장들 역시 영남 출신 강 회장에 표를 몰았다. 농협의 구조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임기응 전국협동조합노조 정책실장은 “당시 호남 지역 조합장들의 표가 몰렸다고 하지만 당초 영남 지역표가 더 많다. 호남 표를 싹싹 긁어모아도 영남 표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면서 “영남 출신임에도 호남에서 지지표가 쏠렸다는 건 농협 선거에서 지역 구도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장도 “강 후보의 경우 제24대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었던 만큼,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다수 조합장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현장에서 체감한 바로는 특정 지역 표심이 집중되는 양상보다는 전반적으로 분산된 흐름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두 번째 요인은 조합장 개인을 겨냥한 공약이었다. 무이자자금 20조원 조성(조합별 200억원 지원 보장) 같은 파격적 공약 외에 현장에서 더 직접적으로 거론된 건 조합장 활동비 약속이었다. 임 실장은 “강호동 회장이 내건 공약 중에 황당한 게 하나 있었다”며 “조합장들에게 매월 100만 원씩 교제비를 지급하겠다고, 이른바 활동비를 얘기했는데 너무 노골적이라 조합장들이 거부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강 회장은 후보 시절 전국 지역 농·축협 조합장에게 매달 100만원의 ‘농정 활동비’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가, 법률 자문 결과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철회했다. 이처럼 조합장의 이익과 혜택을 겨냥한 공약이 난무하는 배경에는 ‘선거 구조’가 자리한다. 유권자가 1100여명의 조합장으로만 구성되다 보니, 조합원 전체의 이익보다 조합장 개인에게 돌아갈 혜택을 앞세우는 쪽이 표를 얻기 유리하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00여 표만 내 표로 만들면 당선되는 구조”라고 비판한 이유다. 이런 풍토는 비단 선거 공약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부 특별감사에서 ‘방만한 경비집행’으로 지적된 고가 휴대전화 지급 논란이 그 단면을 보여준다. 이성희 전 회장 재임 시절인 2022년, 농협중앙회는 정기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모든 조합장에게 22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지급했다. 이에 대해 임기응 실장은 “중앙회는 ‘원활한 소통을 위한 업무폰’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조합장들한테 물어보면 ‘(휴대폰을)와이프 줬다, 아들 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무용 휴대전화를 가족에게 준다면 횡령 아니냐”고 꼬집었다. 조합장만을 유권자로 두는 선거 구조가 조합장 개인의 이익을 챙겨주는 관행을 온존시킨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조합원 3000명 이상인 농·축협에 1표를 추가 부여하는 가중치 구조 역시 특정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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