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표적'된 기업 60곳…벌써 작년 전체 넘었다
이사보수 반대·독립이사 추천…한국앤컴퍼니·DB손보 등 공격후속 입법땐 공세 더 거세질 듯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지난 2월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신의 이사보수 한도를 정하는 주주총회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셀프 승인’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다. 한국앤컴퍼니 주주연대는 공세 수위를 높였다. 조 회장을 겨냥해 횡령·배임 등 중대 범죄가 확정되면 이사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정관 개정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7일 영국 리서치업체 딜리전트마켓인텔리전스(DMI)가 발간한 ‘아시아의 기업지배구조 2026’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연대 등으로부터 공개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받은 국내 기업은 60곳이다. 정부의 상법 개정을 계기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행동주의 펀드가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행동주의 캠페인의 표적이 된 기업이 60곳이다. 올 들어 1개 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기록에 도달한 것이다. 물밑에서 이뤄진 비공개 주주 관여 활동까지 감안하면 실제 개인주주 연합과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 기업은 훨씬 많을 수 있다.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에는 행동주의 투자자의 주주제안 성과가 두드러졌다. 토종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총 6개 기업에 주주제안을 제출했고, 이 중 DB손해보험은 주주제안 이사 선임에 성공했다.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 계열 상장사에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제안한 이사가 선임된 첫 사례다.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삼영전자의 순현금이 시가총액을 웃도는 등 자본 배치 효율성에 문제를 제기해 감사 후보 선임에 성공했다. VIP자산운용은 월덱스 정기 주총에서 배당금 총액이 등기이사 보수보다 낮다고 지적하며 소액주주 표심을 결집해 이사보수 규정 안건을 부결시켰다.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한국이 행동주의 전성시대를 맞은 일본을 따라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본은 2014~2015년 정부 차원에서 장기간 추진한 기업 지배구조와 자본 효율성 개선 정책 덕분에 닛케이지수가 거품 경제 시기 달성한 전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외국계 투자자의 행동주의 캠페인을 불러들이는 기폭제가 됐다. 작년 일본의 행동주의 표적 기업은 139곳으로 한국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지방선거를 끝낸 국회가 자본시장 관련 후속 입법에 속도를 내면 행동주의 캠페인이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인 의무공개매수제가 도입될지가 관심사다. 상장사 경영권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뿐 아니라 소액주주 지분도 사들여야 한다는 게 이 제도의 골자다.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사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행태를 차단하는 ‘주가누르기방지법’도 추진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의 힘이 세진 만큼 경영권 방어 수단이 필요하다는 산업계의 목소리도 함께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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