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제 경영’ 근간 흔드는 성과급 타결…삼성의 선택은
전문가 리포트 - 여의도에서 보는 한국경제삼성전자의 이번 성과급 합의는 내부적으로 사업부제 경영방식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는 우리 기업체제와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과제도 남겼다. 지난 16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로 차량들이 드나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삼성전자 성과급 지급에 대한 노사 합의가 타결되었다. 영업이익 단일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하지 않기로 합의안이 도출된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뺀 재원이다. 여기에서 회사의 금융비용과 세금 등을 뺀 것이 순이익이다. 이 순이익을 기반으로 처분가능이익을 산출하고,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결정하며, 중장기 투자액 등을 결정하는 것이 현행 회사법의 원리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할 경우, 회사는 이자비용이나 국가에 납부할 세금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처분가능이익이 없어져 중장기 투자나 배당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주 대표가 제기한 이사 충실의무 위반과 관련한 소송은,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심대한 타격을 미칠 급박한 경영상 사정이 있었으며, 합의문 자체에 영업이익과 직접 연결되지 않도록 노력(‘노사가 합의한 경영성과’의 12%)한 대목이 있기 때문에, 경영판단으로 인정돼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3월 주주총회에서 미리 이같은 논란을 예상하고, 경영진이 직접 방안을 제시하고 양해를 구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그리고 앞으로는 주주의 이해를 구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다음 문제다. 우리는 삼성전자가 사업부제를 경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회사 차원의 질문과, 과연 이 성과급 합의는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과제를 주는 것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맞닥뜨리게 됐다.사내적 질문: 사업부제 경영방식의 균열과 전략적 인력 배치의 한계 이번 성과급 합의는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고수해 온 사업부제 경영의 근간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흑자를 낸 사업부에는 성과 보상을 주지만 적자 사업부에는 줄 수 없다”는 단기 실적주의 원칙이 종합 전자기업으로서 삼성전자가 가진 다원화된 포트폴리오의 이점을 무력화하기 때문이다. 단일 사업부 구조를 지닌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완제품사업부(DX) 부문 등 이종 산업의 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기 변동성이 극심하고 천문학적인 선행 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자본 지출이 적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가전 및 스마트폰(DX) 부문은 그간 전체 기업의 완충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실제 불과 3년 전 반도체 부문이 미세공정 한계와 수요 침체로 역사적인 대규모 적자에 직면했을 때, 연구개발(R&D) 자금의 원천이 되어 사업을 지탱해 준 것은 완제품사업부의 흑자 유보금이었다. 이는 사업부 간 교차 보조와 내부 자본시장 기능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 부문의 메모리 사업부에 6억원, 적자를 보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부 등에 1억2천만원, 적자인 완제품사업부에는 6백만 원 상당의 자사주(매각 가능 시점에 일정한 제한이 있음)를 지급하는, 극단적인 성과급 격차는 포트폴리오 투자의 성격을 지닌 사업부제 하에서 치명적인 조직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3년 전 HBM3 개발 지연으로 디바이스솔루션부문 전체가 고전하던 시기,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부의 유휴 인력을 성장 잠재력이 큰 파운드리와 시스템집적회로(LSI) 사업부로 유연하게 재배치하는 전략적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성과급 체계가 고착화되면, 직원들은 소속 사업부의 우연한 업황 변화에 따라 연간 수억원 단위의 급여 차이를 겪게 되므로 향후 모든 전략적 부서 이동을 강력히 거부할 것이다. 이는 동일한 시기에 입사하여 비슷한 수준의 역량을 발휘하거나, 오히려 더 까다로운 첨단 미세공정 극복 임무를 맡은 동기들 사이에서 회복 불가능한 불평등을 야기하며 사업부제의 유연성이라는 최대 장점을 완전히 소멸시킨다. 삼성전자가 고전한 HBM3를 일시적으로 포기한 원인은, 지금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이 형성되기 전의 경영 환경에서 연구개발만 하는 HBM 사업부는 적자만 확대되는 반면 디램은 호황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이뤄낸 HBM의 성공적인 시장 재진입은 메모리 사업부만의 독자적 전유물이 아니다. 시스템집적회로(LSI) 부문의 고도화된 설계 기술, 후공정 단계의 핵심인 검증 및 패키지 개발(TSP), 그리고 파운드리의 첨단 제조 엔지니어링 간의 긴밀한 사내 협업이 고객 맞춤형 HBM(cHBM) 및 3차원 적층 HBM(zHBM) 로드맵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업에 기여한 엔지니어들이 현재 소속 부서가 적자라는 이유로 극심하게 차별받는다면, 향후 사내 협력을 통한 기술적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려워진다.사외적 질문: 지배구조의 비전 부재와 글로벌 보상 철학의 대조 이번 성과급 합의는 삼성전자의 사업부제 경영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기존에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적극 진출하려는 것에 대해, 삼성과 경쟁하는 제조업이 위탁하여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된 제품 및 그 노하우가 삼성전자에 전이되는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파운드리, 메모리, 가전 등으로 분할하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은 누구의 몫인가? 기본적으로 주주의 위임을 받은 이사회, 그리고 이사회에서 선임된 집행이사(경영진)의 일이다. 우리와 같은 상황에서는 이사회에 영향을 주는 지배주주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회사의 경영체제를 부정하는 논의에 대해 삼성전자 경영진, 나아가 이사회도 이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이사회의 위임을 받은 회사 대표는 “적자 부서에는 성과급을 줄 수 없다”는 단기적 원칙만을 되풀이하며 노사 갈등을 방치했다. 회사가 어떠한 방식으로 성과를 창출하고 이를 구성원 및 주주와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비전을 주주총회 등에서 충분히 조율하지 못한 셈이다. 반면, 엔비디아의 지분을 3.5%만 보유한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사업, 투자 방향과 그 성과 예측을 방한 과정에서 보여준 점이나 티에스엠시(TSMC) 회장이 삼성전자의 보상금 합의에 대해 “티에스엠시는 특정 부서가 일시적으로 거둔 수익 규모에 비례하여 차등 보상하지 않으며, 재무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개발 부서나 인프라 지원 부서라 할지라도 이들 모두는 회사의 장기 기술 로드맵을 지탱하는 유기적이고 중요한 일원”이라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 점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어떻게 이행하는지 잘 볼 수 있는 사례다.국가 산업적 과제: 대만식 극단적 분업인가, 종합제조국가의 수호인가 성과급 합의와 부합되는 삼성전자의 분할은 개별 기업의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 전체의 산업 경쟁력 및 안보 전략과 직결된다. 글로벌 인공지능 전환기 속에서 세계 각국이 한국 제조업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실물 인공지능(Physical AI) 단계에서의 탁월한 제조 역량 때문이다. 미·중 안보 갈등 구도 속에서 한국은 GDP의 약 27%를 제조업에서 창출하는 세계 5대 제조업 강국이자, 독보적인 정밀 엔지니어링 역량을 보유한 거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 사업의 실패 극복 과정에서 언급한 cHBM과 zHBM 구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을 주목할 수 있다. 관련 산업의 가치사슬에서 발견되는 경험이 반영되는 것이 첨단 제조업의 경쟁력에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만일 단일 상품을 주력으로 하는 경영방식을 취하고 있다면 협력업체의 경험을 얻는 데 비용이 추가되었을 것이다. 경영진이 회사의 분할을 통해 주력 핵심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사업부제를 유지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국가 산업 전략이 대만식 분업 모델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해서는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제시한다. 대만은 티에스엠시를 정점으로 수평적이고 완벽한 분업 체계를 구축했으나, 이는 글로벌 아이티(IT) 가치사슬의 최하단에서 고도 정밀 수탁 가공업(파운드리)에 극단적으로 집중된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반면 대한민국은 반도체와 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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