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닉스' 찍자 외국인들 던졌다… 롤러코스터 코스피에 '공포감'
외국인 중심 차익실현 물량 폭탄하루 등락 폭 971.61p, 역대 최대레버리지 ETF, 폭발적 변동성 불러코스피가 10% 급락하며 8,200선에서 마감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300만 닉스'가 국내 증시 고점론을 자극한 것일까. 23일 SK하이닉스가 장전 프리마켓에서 사상 처음 300만 원 선을 넘어서자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코스피가 장중 10% 가까이 급락했다. 전날 보통주 기준으로 시가총액 1위에 오른 SK하이닉스와 2위 삼성전자가 동반 하락하자 코스피도 속절없이 추락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삼성전자 추월을 계기로 고점론이 재부상한 가운데 단기 과열 부담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와 미국 기술주 약세, 반도체 종목 추종 레버리지 거래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역대 가장 큰 낙폭인 910.71포인트(9.9%) 내린 8,203.84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고점(9,175.45)과 저점(8,203.84)의 차이도 무려 971.61포인트에 달해 역대 최대 장중 등락 폭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가 급격히 방향을 튼 데에는 '반도체 투톱'의 급락이 결정적이었다. SK하이닉스는 장전 거래에서 사상 처음 300만 원 고지를 밟았지만 정규장 개장 이후 급격히 밀리며 전일 대비 36만4,000원(12.47%) 내린 255만5,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역시 전일 대비 4만3,500원(12.31%) 떨어진 31만 원에 마감했다. 코스피 전체 시총의 50%를 넘을 정도로 단기간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워 온 반도체 투톱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신동준 기자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극단적 쏠림 현상이 변동성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두 종목을 각각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폭발적인 변동성을 예고했다는 것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확대에 따른 '숏 감마(운용사 등이 하락 또는 상승 시 추가 매도, 매수 등으로 변동성을 키우는 기술적 조정)'가 레버리지 효과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간밤 미국 나스닥지수가 1.33% 하락한 데다 24일(현지시간) 실적 발표를 앞둔 마이크론에 대한 경계심리도 영향을 미쳤다. 마이크론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반도체 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선반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악재도 잇따랐다. 이날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불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주식, 부동산 투자로 발생한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논의도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날 닛케이 255 지수와 대만 가권지수가 각각 3.55%, 1.34% 하락 마감하는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으나, 코스피만큼 큰 낙폭을 기록한 곳은 없었다는 점에서 이런 해석이 나왔다. 실제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장중 89.69까지 치솟으며 시장의 불안 심리가 확대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통상 VKOSPI가 70~80선을 넘을 경우 정부 부양책이 통하지 않는 '공황(패닉)' 국면으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삼성전자 추월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단기 정점에 근접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종업계 내 순위 변화라서 반도체 리더십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기존 1위보다 이익규모가 작은 기업이 선두에 섰다는 게 과열 우려를 자극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급락은 기업 실적이나 경기 전망 악화 등 기초체력 문제가 아닌 단기간 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른 이익 창출력이 지속되는 한 이번 조정을 강세장 종료 신호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공급이 제한돼 시장의 가격·수급·투자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 되면서 과거 사이클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버블 여부는 향후 2~3년간의 이익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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