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카, 장난감 아니다... 0.01초 속도 경쟁하는 기술 집약 스포츠...

송도에 무선조종 경기장 다음 달 개장국내 RC 스포츠 산업으로 확장 기대과열 방지, 주행 관리에 기술 혁신 중기계 움직임 이해하는 교육용도 인기편집자주우주,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 기술이 정치와 외교를 움직이고 평범한 일상을 바꿔 놓는다. 기술이 패권이 되고 상식이 되는 시대다. 한국일보는 최신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의 숨은 의미를 찾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는 '테크 인사이트(Tech Insight)'를 격주 금요일 연재한다.20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달빛공원 일원에 조성된 RC스포츠경기장에서 한국RC스포츠협회 회원들이 조종하는 RC카들이 출발선에 서 있다. 손현성 기자20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달빛공원. 자동차 10분의 1 크기 무선조종자동차(RC카) 두 대가 나란히 아스팔트 경주로를 질주했다. 송도에 사는 11세 동현군은 RC카를 곡선 주로 안쪽을 끼고 재빠르게 돌게끔 능숙하게 조종하며 아버지 김정진(50)씨가 다루는 RC카를 바짝 추격했다. 김씨는 "5년간 공원 흙길과 집 앞 공터에서 놀이하며 둘 다 실력이 쌓였다"며 "이런 경기장에선 속도를 즐길 수 있어 짜릿함이 크다"고 말했다.공공 운영 첫 정식 RC스포츠경기장 등장경주가 펼쳐진 곳은 국내 최대 면적(2만㎡)으로 다음 달 개장 예정인 '달빛공원 RC스포츠경기장'. 주경기장은 직선 주행로 최소 60m 이상 등 국제무선조종자동차경기협회(IFMAR·이프마)가 정하는 규격을 갖춘 만큼, 앞으로 주요 국제대회 개최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프마는 세계 최대 RC카 레이싱 대회 'IFMAR 월드 챔피언십'을 주관한다. 경기장엔 실내 RC카 조종 공간과 관람석이 조성됐고, 대회 개최 시 정비 공간(피트)도 마련될 예정이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첫 정식 경기장이다. 이에 RC 경주가 일본과 미국, 유럽처럼 국내에서도 생활형 스포츠로 정착될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관련 산업계에서 나온다. 국내 RC 동호인은 100만 명대로 추정되는데, 마땅한 정식 경기장은 없었다. 국내 RC카 시장 수요는 "어릴 적 만지던 장난감의 추억에 젖은 어른들의 취미로만 머물러 있다"(민간 RC카 전용 경기장 GRC 김윤탁 대표)는 게 업계 얘기다. 주행 방향 제어에 쓰이는 서보모터, RC카 전용 타이어 등 생존한 극소수 국내 업체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제품 80~90%가 수출 물량이다. 한국RC스포츠협회에 따르면 RC 분야 세계 시장 규모는 3조3,000억 원대로 추산된다.고무 배합 기술 개발, 실시간 바퀴 온도 측정도세계 시장에서 RC카는 단순한 원격 조종 장난감을 넘어 첨단 레이싱 기술에 기반한 극한 속도 경쟁의 스포츠이자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트랙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랩타임) 0.01초 단축을 위해 전문 선수들은 가속력을 높이는 브러시리스모터 등 고성능·고효율 모터,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 계열 최신 배터리를 장착한다. 고속 RC카는 60m 거리 직선 주로에서 시속 100㎞가 훌쩍 넘게 내달린다. 국내에서도 타이어와 서보모터, 소프트웨어 등 일부 기술에서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타이어 제조사 스윕레이싱은 한국타이어와 협업해 과열로 인한 속도 저하를 최소화하는 고무 배합 기술을 연구한다. RC카의 타이어 온도가 낮아 지면에서 미끄러지는 현상에 대응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한다. RC 엔지니어인 이용섭 RC스포츠협회 교육 담당 이사는 이날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바퀴 온도 측정 시스템을 시연했다. 고속으로 달리는 차가 코너를 최대한 매끄럽게 돌게끔, 주행할 때 공기 흐름을 이용해 차체를 바닥 쪽으로 누르는 힘(다운포스)을 측정하기 위한 풍동실험 장치도 동원됐다. 조정자의 미세한 방향 조절 미숙도 5분에 20바퀴 이상 도는 실전 경기에선 큰 속도 격차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RC스포츠협회는 실시간 주행에서 특정 코스를 돌 때 운전의 거침 정도를 5단계로 표시하는 주행 관리 시스템도 선보였다. 미세 조정기 장비 시장은 현재 일본 산요를 비롯한 수입품이 차지했다.로봇과 모빌리티 기술 이해하는 첫 관문자동차 기술의 축소판인 RC카가 청소년들이 모빌리티 구동 원리를 익히는 데 유용한 놀이용 교육보조재로 인식되는 흐름도 생기고 있다. 경기 김포시에 있는 GRC에선 RC카 구동 원리와 제작법, 실주행을 아우르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월평균 20여 팀이 이곳을 찾는다. 송도 RC스포츠경기장에는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입문자용 트랙도 설치됐다. 김 대표는 "기계적 움직임을 RC카로 놀면서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 교육을 위해 RC카 방향 제어에 특화한 서보모터를 구매해 학생들이 코딩을 거쳐 로봇 팔에 적용해보도록 하는 일선 학교도 늘고 있다. 서보모터 제조사 하이스트 허권일 대표는 "로봇 이해의 1차 관문으로 RC용 서보모터를 사서 실험하는 학교들이 꽤 있다"며 "서울대와 고려대, 부산대도 서보모터를 연구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원문 보기 ↗